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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박유준 언론노조 EBS지부 위원장

“Cheer up, EBS! 활력을 불어넣겠습니다”

2023. 02. 17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25대 집행부 임기가 1월 2일 시작되었다. 지난해 11월 임원 선거를 통해 박유준 위원장 후보와 박성섭 사무처장 후보가 당선됐다. 2006년 PD로 EBS에 입사한 박유준 지부장은 <학교란 무엇인가> <학교의 고백> <세계 견문록 아틀라스> 등을 연출했다.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EBS 사옥에서 박유준 언론노조 EBS지부 위원장을 만나 노조위원장 출마 배경, 취임 이후 한 달 간의 이야기와 계획을 들어 보았다. 다음은 박 지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EBS지부장 맡으신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업무 파악은 하셨어요?

“임기 시작 후 노조 업무, 위원장으로서 해야 할 업무, 회사 상황과 2004년부터 작년 2022년까지 단협 사항 파악 등 스터디를 했어요. 그다음에 임금협상에 관한 내용을 파악했습니다.”

이전에 노조 활동 열심히 하셨나요?

“노조 조합원이었지만 사실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행사를 제외하고 노조 활동을 해본 적이 없어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요.”

그럼 노조에 대해 잘 모르실 것 같은데.

“전혀 모르죠. 노조위원장 출마할 때 출마의 변에서도 밝혔는데 저는 투쟁이라는 단어라든지 조합원, 동지라는 말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지금 계신 조합원들이 전부 선후배‧동료들이어서 잘 알고 친한 분들도 많지만, 회사생활하며 친분을 갖게 됐던 거고 노동조합 활동으로 알게 된 건 아니에요.”

박유준 언론노조 EBS지부 위원장(사진=이영광 기자)
박유준 언론노조 EBS지부 위원장(사진=이영광 기자)

노조위원장 출마 계기가 있나요?

“20년 정도 회사를 다니다 보니 EBS가 제 삶에 중요한 부분이 됐죠. 회사가 도곡동에 있을 때만 해도 구성원들이 젊었기 때문에 생기가 있었거든요. 서로 싸우기도 하고 즐거웠던 적도 많고, 또 토론도 많이 했어요. 회사 걱정도 많이 하고,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같이 얘기도 많이 하고 그랬죠. 물론 지상파 방송사가 다 마찬가지로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저희 회사는 특히 일산으로 이전하면서 기존 생활터전에서 멀어져서 출퇴근이 굉장히 어려워진 분들도 많고 활력도 사라진 듯해요.

그런데 회사 규모가 예전에 비해 한참 커졌잖아요. 그러니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개인적으로는 회사 다니는 부분에 대한 권태기가 찾아온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휴직을 해볼까 혹은 그만두고 다른 일 알아볼까도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보다는 회사 분위기를 한번 바꿔 보고 싶었어요. 회사의 분위기를 바꾸는 일이 개인의 힘으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노조위원장이면 그런 분위기, 바탕은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주변 동료분들하고 얘기를 많이 했죠.”

현업에서 2년 동안 빠지는데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있죠. 저는 PD니까 당연히 프로그램 제작할 때가 제일 행복하고 재밌어요. 그런데 노조 일은 제 개인기로, 제 뜻대로 되는 일들이 아니죠. 제작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제작에선 제 연출력이나 개인기로 가능한 부분들이 많이 있잖아요. 전 프로그램 제작하고 싶어서 EBS에 들어왔고 제작하는 것이 가장 익숙하고 편한 상황인데 그 일을 못 하게 된 건 많이 아쉽지요. 그래도 앞으로 제가 회사를 10년 이상 다녀야 되기 때문에, 노조위원장 임기 2년 동안 더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선거에서 80.5% 찬성표 받으셨던데

“이번 투표에 조합원 80%가 넘게 참가하셨고 그중에서 80.5%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어요. 어찌 됐든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고, 코로나 때문에 더더욱 노조 활동하며 모이거나 분위기를 바꾸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었는데 이제 일상 회복 단계에 들어섰잖아요. 그리고 새로운 인물이 나왔고, 저와 같이 출마한 사무처장이나 사무국장님이 회사에서 워낙 평판이 좋으신 분들이라 그분들에 대한 기대도 있어서 된 것 같아요.”

단독 출마인데 찬성률이 아쉽지는 않으세요?

“저희 회사에서 80% 넘은 적이 처음이라고 들었고, 일단 투표율이 80% 넘은 게 처음이에요. 제가 잘해서라기보다는 기대와 바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조합원들로선 회사가 좀 달라졌으면 좋겠고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그동안 노조 생활을 열심히 안 한 게 아니라 거의 안 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뽑아주신 건 기존에 노조에서 항상 활동했던 분들이 하셨다면 그 부분에 대한 약간의 실망감이 있으신 분들도 있을 거고, 여태까지 잘했어도 지금 상황에서는 똑같이 하면 안 된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일산 EBS 사옥 (사진=EBS)
일산 EBS 사옥 (사진=EBS)

노조를 새롭게 이끌어가야 할 텐데 아이디어가 있으세요?

“제가 출마의 변에도 얘기했고 당선되고 나서 신년에, 또 이번 취임식 때도 설명했는데 저는 기존에 하던 대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 노조란 조직에 대해 잘 모르니까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고요. 저희가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 EBS지부라서 산별 노조에 가입되어 있지만 저는 우리 직원들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것들을 많이 듣고 그 안에서 움직이고 싶어요.”

직원들이 원하는 건 뭘까요?

“회사 직원들을 많이 만나보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회사에 다시 활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씀들 하세요. 노조로서 당연히 해야 될 일, 임금이나 복지 등 여러 가지 신경 써야겠지만 일할 맛 나는 회사를 만드는 게 급선무인 것 같아요.”

선거 때 말씀하신 공약이 있잖아요. 그중 가장 지키고 싶은 공약은 뭔가요?

“진짜 일할 맛 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제가 조합원들 찾아다니면서 얘기를 듣겠다고 했고, 코로나도 끝났으니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를 많이 갖겠다고 말씀드렸거든요. 사업 계획을 통해서 저희가 하려고 하는 것들은 직장 문화와 관련된 부분이에요. 직원들이 신이 나야 즐거운 방송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방송 자체가 사람 이야기를 다루는 거고 사람에 대해 얘기하는 거라 생각하고, 만드는 사람이 일단 즐겁고 소통이 돼야 사람 이야기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즐거운 직장 문화 그다음에 소통하는 조직 문화 등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일할 맛 나는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노조로선 한계가 있을 것 같거든요

“당연히 노동조합이 나서서 일할 맛 나는 회사가 되게 하는 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건 노조가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직원들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를 만들고, 조합원들 찾아다니며 요구를 듣고, 그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회사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예를 들어, 일하는 공간의 환경에 대해 사측이 먼저 나서서 개선하는 건 한계가 있을 것이고, 그게 정확한 판단인지 고민도 될 겁니다. 하지만 노조는 직원들이 원하는 바를 같은 입장에서 고민할 수 있고, 그 부분을 구체화해서 회사에 요구할 수 있습니다. 안전을 비롯한 근무 환경, 휴게 공간이나 편의시설 같은 영역도 좋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고요. 무엇보다 서로가 격려하고 배려하며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사측이 그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그로 인해 적극 지원하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가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가장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합원들과는 어떻게 소통하실 계획이신가요?

“일단 사람들이 재밌어야지 만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PD 출신이기도 하고 그런 걸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많이 고민해서 재밌는 자리를 만들고자 하는데 굉장히 유쾌하고 즐거운 자리들이 되면 좋겠어요. 회사 걱정 같은 것들도 속 시원히 털어놓고 한다면 그게 또 재미가 될 수 있는 거고요.

그래서 저는 조합원들에게 가급적 많은 정보를 알려주고 싶고, 회사 돌아가는 상황 그다음에 회사 방침에 대해 노조가 취하는 입장 같은 것들을 최대한 공유하려고 합니다. 사실 예전 노조에, 예를 들어 임단협을 하는 그 순간까지도 일부 노조 간부들만 정보가 공유되는 부분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거든요. 저는 가급적이면 모든 정보를 오픈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EBS [EBS 제공]
EBS [EBS 제공]

캐치프레이즈가 Cheer up!인데 선택한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지만, 제가 위원장에 출마한 가장 큰 이유가 회사의 침체되고 우울한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던 거였잖아요. 그런데 선거운동 하면서 보니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거예요. 지나가는 직원들에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외치면서 인사했는데 정말 아무런 기대도, 관심도 없는 표정이었다고 해야 하나요? 암튼 복잡미묘한 어색함이 마음에 계속 남더라고요. 그래서 첫날 선거운동을 마치고 고민을 했어요. ‘공약자료를 보기 좋게 만들어서 들고 다니며 설명할까?’라고요. 그런데 공약이라는 게 제가 생각해도 초라해 보이고, 그야말로 공약에 그쳐 버릴 거 같더라고요.

그러다 누군가 제게 ‘왜 안 하던 짓 하려고 하냐’라고 물었던 게 생각났어요. 그때 ‘너무 지치고 힘든데 도망가지 않게 이 안에서 응원받고 싶고, 나도 응원하고 싶다’고 대답했거든요. 그리고 다음 날 ‘Cheer Up, EBS!’라는 선거 슬로건 만들어서 핸드폰 전광판 어플로 그걸 들고 인사 다니는데, 선배 한 분이 셀카봉 빌려주시면서 그거 높이 들고 선거운동 하라는 거예요.

셀카봉의 원래 목적이 셀카 찍는 거잖아요.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다른 말씀 안 드리고 같이 셀카 찍으면서 ‘Cheer Up, EBS!’를 외쳤는데, 찍고 나서 사진을 보니 그 순간만큼은 다들 활짝 웃고 계신 거예요. 그리고 회사 전화번호부에서 같이 찍은 분들 이름과 전화번호 확인하고 바로 사진을 보내드렸죠. 그렇게 한 200여 명의 새롭게 알게 된 분들이 생겼고, 뜻밖의 응원을 받게 된 거예요. 그때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모릅니다. 그 든든하고 좋은 기운이 올해 우리 EBS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2023년 EBS 노동조합의 캐치프레이즈가 된 겁니다.”

제25대 노조가 이전 노조와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회사 분위기만이 아니라 노동조합 분위기도 새롭게 하고 싶었어요. 저를 포함해 사무처장, 사무국장도 노조 일이 처음이라 이 영역에서 그래도 노하우가 있는 분들을 집행부로 모시고 싶었던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러다 보면 제가 너무 편한 길, 정해진 길을 가게 될 것 같더라고요.

지금 집행부에 노조 활동 경험이 없거나 처음이신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모든 게 서툴고, 아직 어색하고 부담이 되지요. 하지만 모르니까 더 과감해질 수 있고, 또 관행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한번 더 고민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 조합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의견들을 듣고 있어요. 모르는 게 있으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노하우를 물어보고, 물어보니 자연스레 소통하게 되고요. 이 부분이 가장 큰 차별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있었던 조직 외에 ‘청년특임국’을 새롭게 만들었어요. 회사에 PD, 기술, 카메라, 기자, 경영, 연구, 미술, 그래픽 이렇게 8개 직능단체가 있거든요. 각 직능별로 3년에서 10년 차 미만의 직원들에게 젊은 세대의 여론 수렴, 선배들과 소통 시도, 노동조합의 모든 방향을 고민하는 싱크탱크의 역할, 노동조합 활동이나 행사 실행까지 정말 많은 역할을 맡긴 거예요. 대신 청년특임국을 통해 들어오는 다양한 아이디어나 여론은 제가 반드시 관철시킬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약속했고요. 그와 함께 많은 권한과 책임을 줄 생각입니다. 결국 회사의 ‘생기’는 이들에게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임기 2년 간 지부를 어떻게 이끌 계획이신가요?

“올해 회사가 많이 어려운 상황인데다 직원들이 활력을 잃어버린 몇 년을 보냈기 때문에 올 상반기는 정말 ‘Cheer up! 하는 EBS’가 되게 노력할 거예요. 많은 사람 찾아다니면서 좋은 일, 슬픈 일, 기쁜 일, 걱정 같은 것들을 들을 거고 같이 축하하고 함께 슬퍼할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못했던 문화행사라든지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에 우선 치중할 거고요. 그다음 구성원들의 임금과 복지, 그리고 즐겁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쪽으로 노력하고자 합니다. 회사와 협력해서 EBS가 신뢰받는 방송이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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