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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김혜민 YTN라디오 PD

“‘좋은 생활인, 괜찮은 어른 되기’ 함께 꿈꾸면 좋겠어요”

2023. 01. 26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YTN 라디오에서 <김혜민의 이슈&피플> <YTN라디오 생생경제>를 제작, 진행하며 잘 알려진 김혜민 PD가 두 번째 책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을 출간했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내게 던지는 인생의 질문들’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을 통해 김혜민 PD는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지를 묻고, 누구든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18일 서울 상암 YTN 사옥에서 김혜민 YTN 라디오 PD를 만나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 출간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PD님의 두 번째 책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 출간 소회가 궁금합니다.

“제가 2018년 37살 때 『눈 떠보니 50』이라는 책을 냈는데, 그 책을 낸 이유가 있었거든요. 그때 50대 이상들을 위한 프로그램 만들면서 거기에 제가 좋아하는 50대 선배들을 다 불렀어요. 그 프로그램을 하면서 50대라는 나이가 정말 중요하고, 50대를 잘 보내야 인생 후반부를 잘 보낸다는 걸 깨달은 거예요. 그런데 또 가만히 생각해 보니 50대 잘 보내려면 30대 40대를 잘 보내야겠더라고요. 그걸 또래들한테 말해주고 싶었어요. 『눈 떠보니 50』은 인터뷰집이죠. 근데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은 40대인 김혜민이 오감으로 쓴 책이에요. 그래서 더 정이 가죠. 『눈 떠보니 50』은 제가 인터뷰한 내용이라면, 이 책엔 제가 질문하고 답을 찾은 내용을 썼어요.”

어른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유는?

“제가 신입일 때 제일 멋져 보였던 선배들이 40대였어요. 왜냐하면 30대는 일하느라 바쁘고 다 불안정해 보였거든요. 근데 40대 선배들은 전문성도 있어 보이고, 저는 아이 엄마니까 아이들도 어느 정도 키워놓은 것 같고 굉장히 여유가 있어 보이는 거예요. 나도 40대가 되면 저렇게 여유 있고 좋은 어른이 되려나 했는데 막상 40대 되니까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괜찮은 어른이 되었나라고 돌아보게 됐고 좀 자신감이 생겼어요.”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 표지 이미지(김혜민 저, 시크릿하우스)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 표지 이미지(김혜민 저, 시크릿하우스)

왜요?

“왜냐하면 괜찮은 어른이 되었는지 돌아보고 고민하니까요. 그리고 자각하면 바꿀 수 있으니까요. 제가 많은 사람을 만나고 질문하고, 또 때로는 이렇게 질문을 받는 언론인으로 사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좋은 어른들을 만나서 괜찮은 어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20대 갓 대학 졸업한 친구들, 언론인을 꿈꾸는 20대들이 방송국에 많잖아요. 근데 이 친구들이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 꼰대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나도 어른인데 어떻게 어른으로 살아야 될지 모르겠다’라는 얘기를 저한테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제가 답을 주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서 책을 썼죠.”

‘꿈으로 좋은 생활인을 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란 대목이 있던데 좋은 생활인은 어떤 걸까요?

“아이들은 맨날 자기 꿈이 뭔지 얘기하잖아요. 어느 날 엄마 꿈이 뭔지 궁금했나 봐요. 그래서 엄마 꿈이 뭐냐고 물어요. 저는 꿈을 이룬 사람이니까 ‘꿈은 어린이만 갖는 거야’라고 말하기엔 너무 꼰대 같고, ‘엄마는 세계적인 PD가 되고 싶어’라는 말도 너무 웃기더라고요. 그래서 꿈이 뭔지 생각하게 됐고, 그때 박노해 시인의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라는 시를 보고 이렇게 ‘좋은 생활인’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에게 꿈이라는 건 직업이잖아요. 저는 감사하게도 제 직업을 이뤘고, 마흔이 되면서 ‘이제 내 정체성을 세워야겠다. 그 정체성을 내 꿈으로 삼아야겠다. 그럼 내 정체성이 뭘까?’ 생각해봤어요.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재능을 최대한 이용해서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내 정체성이라고 규정하니, 그렇다면 내가 PD를 하든 앵커를 하든, 친구와 수다 떨든 필요한 이야기를 하면 그게 제 정체성에 준하는 삶인 거예요.

그럼 삶의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 생각했죠.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라는 시를 보고, 내 삶의 태도를 이렇게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단순한 살림으로 삶은 풍요롭고, 단단한 내면으로 앞은 희망차고, 단아한 기품으로 주위가 눈이 부시게’가 그 시인의 생각이거든요. 이렇게 사는 사람이 바로 좋은 생활인이라고 생각했어요.”

재미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던데 왜 사람들은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기자님은 최근 가장 재밌었던 때가 언제예요?”

기억 안 나요.

“그렇죠. 기억 안 나죠. 저는 지금 재밌어요. 저는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일이 아니라 재미로 여기니까 제가 오래 하는 것 같은데, 성장과 생존을 강조하는 사회적 환경 때문에 사람들이 재미를 잃어버렸죠.”

재미의 정의가 뭘까요? 저도 사람 만나는 게 좋고, 인터뷰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재밌죠. 그런데 이런 재미와 흔히 말하는 fun이 똑같냐는 거죠.

“그걸 다르게 생각하니 어른들이 재미가 없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내 삶이나 일 가운데서 재미있게 사는 법을 몰라요. 그러니까 그 재미가 이 재미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일로서도 재미를 느껴야 하고 배우자랑 사는 데서도 재미를 느껴야 하는데, 재미를 아주 특별한 데서만 찾고 뭔가 다른 걸 해야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김혜민 YTN라디오 PD
김혜민 YTN라디오 PD

일반적으로 노는 데서 느끼는 재미만 재미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일이나 결혼 생활이 재미없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누군가는 저한테 배부른 소리 하고 앉아 있다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재미를 찾으면 되거든요. 근데 그 재미를 찾을 때 되게 망설이는 거죠. ‘내가 지금 이 나이에 재미를 찾는 게 맞나. 어른의 삶이 재미없는 게 당연한 건데 무슨 재미를 찾아’라고요. 저 같은 경우 재미를 따로 찾을 필요 없이 내 삶이 재밌는 사람인데 모두가 다 이렇지 않잖아요. 그렇다면 자기 뒤를 돌아보고 따로 재미 찾을 필요가 있죠.”

그럼 따로 어떻게 재미를 찾아요?

“그 방법을 생각해 봤는데, 어른들은 다이어리에 늘 할 일을 써놓잖아요. 그게 아니라 오늘 내가 한 일을 써보는 거예요. 초등학생처럼요. 예를 들어 인터뷰 그리고 쇼핑 아니면 산책, 미팅 쭉 쓰고 그중에서 내가 재미있었던 일을 쓰는 거에요. 근데 돈도 안 되고 내 일에 도움도 안 되는데 내가 한 일이 있죠. 전 그게 재미있어서 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몇 년 전에 ‘흥청망청 30대’라는 팟캐스트를 했었어요. 그걸 왜 했냐면, 돈도 안 되고 내 일에도 도움 안 되는데 그냥 재밌어서 했어요. 살면서 재밌어서 하는 일을 꼭 하나는 하자는 거죠. 그런 재미를 찾으려면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해요.”

자신을 알아야 한다?

“나의 욕망에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책에서는 소명과 욕망을 구분해야 한다고 썼지만, 욕망은 생존 요건이자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에요. 근데 대한민국 사회는 욕망의 화신들이 사는데 욕망을 드러내면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욕망이라는 단어 자체를 매우 부정적으로 보잖아요. 저는 제 욕망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저는 저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이 있어요. 그러니까 방송을 하고 책 쓰는 거예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말이 있는데, 책에 1등을 목표로 안 하면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생각해 볼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그 과정을 거칠 때는 몰랐는데, 아이를 키워보니 1등을 한다는 게 단순히 1등이 아니라 너무 많은 걸 포기해야 되더라고요. 저희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됐는데 중학교 2학년 수학을 배운다고 해요. 그럼 얘가 초등학교 4학년 때만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볼 수 있는 걸 못 하는 거예요.

전 고등학교 때도 학생 자체 토론 동아리에서 토론하고 축제 중계하고, 교회 다녔으니까 토요일 주일엔 교회에서 살고 문학의 밤 행사를 하고 크리스마스 때 연극을 했죠. 그 학창시절 돌아보면 그 경험들이 사실은 저로 하여금 PD나 아나운서의 길을 가게끔 꿈꾸게 한 거예요. 그니까 1등은 저한테 전혀 매력적인 타이틀이 아니에요. 누가 저한테 ‘너도 김현정 PD처럼 유명해져 봐’라고 해요. 저라고 왜 유명해지고 싶지 않겠어요? 근데 제가 어느 날 김현정 PD가 인터뷰한 걸 봤거든요. 김현정 PD 하루 일정을 보고 나는 안 할래라고 생각했어요.”

학교 다닐 때 야간 자율학습 하잖아요. 근데 1등 하려면 야자 도망 못 가요. 그럼, 기회가 없죠. 야자 도망가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추억이고 그때만 할 수 있으니까요.

“맞아요. 그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을 1등이라는 자리를 위해 놓치는 게 너무 안타깝죠. 예를 들면 아이 낳고 나면 워킹맘들은 커리어를 놓칠까봐 굉장히 조급해해요. 그 고민 충분히 이해해요. 그런데 저는 그래도 1년은 아이 케어하는 데 온전하게 쓰라고 해요. 왜냐하면 그때만 볼 수 있는 아이가 있거든요. 저는 육아할 때 1년씩 다 젖을 먹였는데 이게 힘든 일이에요. 근데 왜 포기를 안 했냐면, 100년 인생 가운데 아이가 엄마 젖을 먹을 수 있는 건 1년밖에 안 되잖아요. 내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죠. 그때만 보고 누릴 수 있는 걸 누리자 하는 생각이었어요. 저에게 1등이라는 건 이런 거예요.

학창 시절에 1등은 명확했잖아요. 성적이죠. 근데 '어른의 1등'은 내가 분야를 정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저는 아이 젖먹이기 대회 1등 했어요. PD인데 PD 중에 행복하게 사는 대회, 내가 1등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내가 정한 내 인생의 분야에서 저는 1등이에요.”

2022년 12월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가 마련한 시민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12월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가 마련한 시민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과 이야기가 있던데, 생각해보면 나이 들수록 사과하는 데 인색해지는 것 같아요.

“그 꼭지는 원래 계획했던 게 아닌데, 이태원 참사 터지고 너무 열 받아서 쓴 거예요. 그래서 그 부분은 표현도 조금 거칠어요.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사과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대통령이나 장관이 사과했다고 우리가 ‘그 사람들이 얘를 직접적으로 죽였어’라고 하지 않잖아요. 그들은 사과하는 자리에 있어요. 잘하는 일로 영광 받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지만, 잘못했을 때 사과하라고 있는 자리예요.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내세워 어떻게든 사과하지 않았어요. 사과해야죠.

그건 우리 사회의 보신주의 문화 때문이죠. 사과하면 책임져야 할 것 같고, 여기서 꼬리를 잘릴 것 같다는 불안함이죠. 그러니까 사과하지 않는 거거든요. 제가 방송에서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PD가 져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해요. 사실은 말이 안 되죠. 많은 사람이 협업하는데 그게 왜 한 사람 책임이에요. 어느 때는 ‘쟤가 잘못했는데 내가 왜?’라고 생각하죠. 그러나 내가 PD잖아요. 말은 그렇게 해야죠.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야죠. 내가 PD라는 이유로 업무 지휘를 하고 제대로 안 되면 화도 내고 하는데 잘못하면 내가 책임져야죠. 그러니까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사람들이 사과에 인색해지는 것 같아요.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도 진정 책임져야 될 사람이 책임지지 않고 꼬리 자르기를 했기 때문에 다들 겁나서 사과 안 하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죠. 그만큼 남이 잘되면 시기 질투한다는 건데, 함께 행복한 것이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는 비법이라고 나오네요?

“책에도 썼는데, 저와 아주 친한 친구가 같은 시기에 임신했거든요. 제가 먼저 아이를 낳았는데, 그 친구 아이가 태어난 지 3일 만에 하늘로 떠났어요. 그때 제가 ‘하나님 우리 아이한테 줄 축복 몇 개 안 주셔도 되니까 이 아이를 살려주세요’라고 기도했거든요. 내 아이가 받을 축복 몇 개 안 받아도 내 친구 아이와 같이 사는 게 내 아이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겠다고 느꼈어요. 왜냐하면 내 친구가 힘들어하니까 저도 행복하지 않은 거예요. 제가 SNS 늘 열심히 하는데 그때 한 달 SNS를 안 했어요. 그건 이 친구에 대한 저의 예의였어요.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이 행복한 게 자본가들이 불행한 게 아니잖아요. 약자들이 행복해야 강자도 결국 행복해요. 그게 본인들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혁명이라는 게 다 그렇게 일어난 거잖아요. 저는 함께 사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책으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우리가 삶의 목표를 ‘좋은 생활인’ 그리고 ‘괜찮은 어른’으로 잡으면, 보이는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행복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올 거예요. 같이 ‘괜찮은 어른’ 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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