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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임재성 KBS〈시사직격〉MC

“좋은 만듦새로 공영방송의 중심 지켜온 3년, 자부합니다”

2023. 01. 19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K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시사 직격 (☞방송 다시보기)>이 어느덧 방송 3년을 넘어섰다. KBS 대표 탐사 프로그램이었던 <추적 60분> 후속으로 시작한 <시사 직격>은 탐사보도의 노하우와 다큐의 기획력을 결합한 시사 프로그램으로 시의성 있는 사회 이슈를 다루고 있다.

<시사 직격>은 일본 강제동원 손해배상사건 대리인으로 활동해온 임재성 변호사가 진행한다. <시사 직격> 론칭 당시, 방송 경험이 전혀 없는 임 변호사 발탁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 변호사의 방송 진행 도전과 적응기, <시사 직격>의 3년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11일 서울 교대역 근처 법무법인 해마루 사무실에서 임 변호사를 만났다. 다음은 임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 1TV 탐사보도 프로그램 〈시사직격〉
KBS 1TV 탐사보도 프로그램 〈시사직격〉

2019년 10월 시작했으니 <시사 직격> 진행 3년 3개월 정도가 됐습니다. 돌아보면 어떠세요?

“3년 돌아보며 두 가지 평가가 가능할 겁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와 MC인 저에 대한 평가겠죠.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를 먼저 하자면 <시사 직격>이 처음에 욕심냈던 것만큼의 인지도나 영향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아직 어려울 것 같습니다.”

론칭한 지 3년 조금 더 지났는데 영향력을 갖추는 건 욕심 아닐까요?

“짧은 시간이라고 볼 수만은 없죠. 2019년 하반기 <추적 60분>의 후속편으로 <시사 직격>이 시작되었는데, 당연하게도 <추적 60분>의 명성을 뛰어넘겠다는 포부가 있었습니다. ‘탐사’ 프로그램의 본질은 유지하면서도 ‘다큐’적인 성격도 가미하고, 또 ‘직격’이라는 이름답게 하나의 이슈를 계속 이어가는 방식으로 <시사 직격>의 색깔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계속 노력해왔지만, 프로그램적으로 성공했다고 자평하긴 아직 이르지 않나 생각해요. 그렇지만 공영방송이 해야 할 얘기를 정성스러운 만듦새로 꾸준히 해왔다는 점에 대해 MC로서 자부심이 있습니다.”

공영방송이 해야 할 이야기라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나 용산 대통령실 이전 문제 그리고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면 같은 첨예한 쟁점에 대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다루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사 직격>은 광주 아파트 붕괴나 산불, 홍수 같은 대형 재해가 발생하면 프로그램의 모든 자원을 가용해서 가장 신속하게 ‘왜 이 재해가 벌어졌고 책임은 누구한테 있는지’에 대해 지적해왔습니다. 또한 사건·사고를 넘어 ‘기후 위기’, ‘지방 소멸’ 같은 구조적 문제와 비혼·비연애 인구가 증가하는 현상과 같은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도 적절한 톤과 접근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왔습니다.”

KBS 1TV 탐사보도 프로그램 〈시사직격〉
KBS 1TV 탐사보도 프로그램 〈시사직격〉

진행은 어떠세요?

“MC로서의 저에 대해 평가하면, 프리젠테이터로서 능력 평가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의 신뢰도,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리젠테이터로서의 능력이라면 스튜디오에서의 톤, 발음, 얼굴 표정, 더빙 실력 등이 있겠죠. 사실 처음에는 볼품없었어요. 그래도 3년 동안 매주 해왔으니 예전보다는 좀 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야 아나운서 훈련이나 배우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제가 가진 게 뭘지 고민하다 결국 내용으로 깊이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우리 프로그램의 이야기를 제대로 알고 있고, 나의 언어로 내 진심으로 전달한다’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너무 착해서 시사 프로그램 진행은 안 맞는 것 같다는 일부 주장도 있던데.

“예전보다는 많이 거칠어졌는데요(웃음). 저희 프로그램 중에 휴먼 터치들이 꽤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면에 있어서는 장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나울 때는 또 사납게 하기도 합니다(웃음).”

내레이션 처음 하신 거죠. 그러나 3년 동안 꾸준히 하셔서 노하우가 생기셨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기본적인 발음이나 발성 같은 경우 훈련을 했죠. 노하우라면 내용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현직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고, 여러 사회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이 전하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묻어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는 자기 사건만 준비하면 되는데, <시사 직격>은 매주 주제가 바뀌니 학습량도 많고 어려울 것 같아요.

“어렵죠. 매주 해당 주 프로그램 내용을 숙지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다만 변호사 일이 주업이지만, 제가 사회학 박사 학위 받고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신문 지면에 칼럼을 쓰고, 여러 사회단체에서 활동도 하고 있기에 방송에서 다루는 쟁점들이 친숙할 때가 많습니다.”

임재성 〈시사직격〉 MC (사진=이영광 기자)
임재성 〈시사직격〉 MC (사진=이영광 기자)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의 신뢰도는요?

“시사 프로그램의 MC라면 프리젠테이터로서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저 사람이 하는 질문이라면 들어볼 만하다’ ‘저 사람이 하는 분석은 뭔가 일리가 있어 보인다’라고 하는, 시청자들의 믿음 혹은 평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생각해요. 이걸 ‘브랜드’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텐데, 한국의 경우 라디오 부문엔 그런 신뢰도 브랜드를 가진 진행자들이 있지만, TV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 중에는 많지 않고, 특히 현역으로 좁혀보면 더욱 드물지 않나 싶습니다. 당연히 저도 이 신뢰도의 측면에서는 많이 부족하죠.”

시사 프로 진행자는 정파성 띠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떠세요?

“100%가 아니라 200% 동의합니다. 언론에서의 정파성이라는 건 그런 거잖아요. 예를 들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을 다룬다고 했을 때, 팩트 이전에 결론을 내거나 혹은 팩트를 확인한 후에도 그 결론이 누구에게 유리할 것인지 고려해서 내용을 비트는 거죠. 물론 저 역시 지향과 지지 대상이 있지만, 그래도 변호사 일하면서 체득했던 핵심은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인지 ‘너희’인지가 아니라, 내가 믿고 있던 것과 부합하거나 다르거나가 아니라, ‘사실’이 무엇인지이죠.”

진행자가 이념 성향을 아예 드러내지 않을 순 없겠지만, 특정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보거든요.

“이론이 있을 수 없습니다. 자격이 없는 거죠.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면, 저는 언론을 비판하며 ‘기계적 중립’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중립적’이라는 건 편견과 선입관 없이, 공정한 객관적인 사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말 열심히 들여다보는 겁니다. ‘공공성’을 띠는 모든 행위에서 최우선의 가치가 되어야 하죠. 그런데 그 가치 앞에 ‘기계적’이라는 표현을 붙이며 ‘중립적’이고자 하는 여러 노력이 폄하되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기계적 중립’과 ‘중립’이 구별 가능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노골적인 ‘경향성’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사용된 개념이죠.”

처음 제안이 왔을 때 작가가 써준 원고를 스튜디오에서 읽는 거면 안 하겠다고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대부분 스튜디오에서 진행하지만 때론 현장에 나가 진행하거나 또 당사자를 만나기도 하는데, 차이가 있다면?

임재성〈시사직격〉 MC
임재성〈시사직격〉 MC

“3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 MC란 무엇이고 MC의 신뢰도란 무엇일까에 대한 문제와 닿아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기자님과 인터뷰 준비하면서 봤던 자료 가운데 하나를 다시 가져와 봤어요. 2002년 발간된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인데, 읽어보면 이렇습니다.

‘진행자들이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서 사건이나 사안의 전개 과정에 대한 낭독 수준에 머물러 있지, 자신의 의견이나 평가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진행자 스스로의 견해를 피력하지 못하는 포맷에서 누가 진행자인지는 중요한 요인이 되지 못한다. 미국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본인의 크레디트를 가지고 유지하고 신뢰성을 증폭시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라고요. 이게 20년 전 책에 나온 얘기인데 지금 대한민국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저의 고민도 이 부분이었습니다. 낭독 수준이라면 제가 MC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죠.

돌아보면 충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낭독을 벗어나려 노력했다고 평가합니다. 제 생각과 주관을 제작진과 공유하고 소통했고, 대본에 대해서도 의견을 드리거나 제가 직접 수정하거나 작성하는 과정도 거치고 있습니다. 물론 외부에 있는 시청자들이 ‘이 프로는 다르다. MC가 본인의 분석과 판단을 하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다고까지 말하기는 어렵겠죠.

그럼에도 저희 프로그램은 MC가 현장에 가서 당사자를 만난다는 콘셉트를 초기부터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MC의 인터뷰는 계속 이어지고 있고요. 감히 이야기하면, 지금 TV 시사 프로그램 MC 중 제가 가장 많이 현장에 가고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고 있습니다.”

인터뷰어 경험은 별로 없으실 텐데?

“경험의 측면에서는 MC가 처음이니 방송 인터뷰 경험이 없는 건 사실이죠. 그렇지만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질적방법론으로서 인터뷰를 배우고, 제가 쓴 논문 중 상당수가 인터뷰 방법론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저널리즘의 인터뷰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학문적 엄밀함을 갖춘 인터뷰를 해왔던 것이 도움이 되죠.”

방송 모니터를 하실 것 같은데 처음 진행할 때와의 차이가 있다면?

“처음에는 모니터링할 때 방송에 나오는 저를 봤죠. 하지만 지금은 내용을 보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인터뷰 같은 경우 어떠한 질문을 던졌어야 했을까 고민하죠. ‘이렇게 질문 던졌다면 편집을 피했을까’라면서 말이죠(웃음).”

KBS 1TV 탐사보도 프로그램 〈시사직격〉홈페이지 다시보기 리스트
KBS 1TV 탐사보도 프로그램 〈시사직격〉홈페이지 다시보기 리스트

혹시 <시사 직격> 아이템 발제하신 적 있나요?

“최근 방송분으로 보면 SPC 노조 탄압이 있고, 국정원 민간인 사찰 편도 제 발제였습니다. 물론 채택되지 않은 발제가 훨씬 많죠.”

SPC 사건은 어떻게 발제하신 거예요? 임재성 변호사 하면 과거사 문제가 먼저 떠오르고 노동문제는 잘 안 떠오르거든요.

“저희 프로그램의 사회적 역할 중 하나가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 시사 프로그램들이 ‘정치 과잉’이라고 생각해요. 공영방송이라면 노동, 소수자 인권 등의 문제를 꾸준히 다뤄야 한다 생각하고, 그래서 제 주변에 노동 사건을 수행하는 분들에게 종종 여쭈어보고 있어요. <시사 직격>이 다룰 만한 아이템이 있는지 말이죠.”

그렇다면 변호사님이 제안했지만 킬 당한 아이템도 있으실 것 같아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이 최근 킬 당한 아이템이죠. 사실 이 사건은 제가 피해자의 대리인이어서 이해충돌 문제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제가 해당 편 진행에서 빠지는 방식도 상의했죠. 작년 8월 피해자가 방한하여 한국 법정에서 최초로 증언하는 이벤트가 있었기에 시의성도 있고, 또 50분 동안 다룰 만한 쟁점이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여러 가지 검토 끝에 <시사 직격>에서는 하지 않았습니다.”

3년 진행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님 만나서 오래 인터뷰 나누었던 두 편의 제작과정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한 편은 고 김홍영 검사 관련 내용이었고, 다른 한 편은 고 이예람 중사에 대한 방송이었습니다. 프로그램 끝나고 나서도 부모님들과 연락을 나누며 이후 진행되고 있는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과정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KBS 1TV 〈시사직격〉 ‘어느 여군의 죽음 - 군은 왜 침묵했는가’ 편
KBS 1TV 〈시사직격〉 ‘어느 여군의 죽음 - 군은 왜 침묵했는가’ 편

유가족 인터뷰는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인 듯해요. 변호사님은 어떠세요?

“너무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죠. 그분들이 처음 만난 저라는 사람 앞에서 그래도 마음을 열고 말씀해주시는 건, 제가 아니라 세상에 말하고 싶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진심으로 질문드리고 진심으로 듣는 방법, 그 이상이 있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계획이나 포부가 있으시다면?

“<시사 직격>이 우리나라 대표하는 시사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좋은 만듦새로 중심을 지켜온 3년이었습니다. 또한 MC로서 저 역시 ‘저 사람이 MC여서 프로그램을 본다’라는 신뢰도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후자가 훨씬 어렵겠네요(웃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한국 시사 프로그램에서 MC는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MBC의 <스트레이트> 같은 경우는 해당 편을 만든 기자 분들이 돌아가면서 설명하고, <탐사보도 세븐> 역시 그렇습니다. KBS의 <시사기획 창>도 MC가 없는 포맷입니다. 프리젠테이터로서의 MC라면, 더 이상 시사 프로그램에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MC가 필요하다면, 그 이유에 대해서 답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 답이 되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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