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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김종우 MBC PD

‘너를 만났다’ PD가 전하는 VR 콘텐츠의 현재와 가능성

2022. 11. 24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VR이란 기술의 힘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과 다시 만나는 모습을 담아 화제가 되었던 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가 지난 10월 15일 책으로 출간되었다. 김종우 PD와 제작진이 쓴 책 <너를 만났다>는 인간적인 시선과 새로운 과학기술의 조합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린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을 담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너를 만났다>의 저자인 김종우 MBC PD를 만나 책 출간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너를 만났다』 출간한 김종우 MBC PD
『너를 만났다』 출간한 김종우 MBC PD

<너를 만났다>를 책으로 출간하셨는데 소회가 궁금합니다.

“‘너를 만났다’ 프로젝트는 VR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사람의 이야기를 결합한 것입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생각하고 제작하면서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중간중간 기록해 놓은 것들이 많았는데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앞으로 새로운 기술 적용에 윤리적이거나 철학적인 고민이 필요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또 그냥 에세이로도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써봤습니다. 근데 진짜 힘들긴 했습니다.”

반응은 어떤가요?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미있게 보셨다는, 그리고 눈물 흘리면서 읽으셨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요즘 책을 많이 읽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읽으신 분들이 그때 봤던 방송을 떠올리고 더 깊게 알게 되는 거죠.”

<너를 만났다>란 휴먼 다큐멘터리 제작기인데, 어떻게 책 쓸 생각을 하셨어요?

“주변에서 왜 책 안 쓰냐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마침 ‘슬로디미디어’라는 출판사 젊은 대표님이 열심히 권해주셨어요. 옆에서 옆구리 찔러주셔서 쓸 수 있었습니다.”

글 써보신 적은 있으세요?

“칼럼까지는 아니고 가끔 제작기 같은 걸 쓰긴 했는데 이렇게 제대로 내놓았던 적은 없어요. 저는 책을 낸다면 읽을 만한, 상품화될 만한 내용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방송국 PD의 일기가 될까봐 걱정했죠.”

『너를 만났다- MBC 창사 60주년 VR 휴먼 다큐멘터리 대기획』 (표지 이미지/슬로디미디어)
『너를 만났다- MBC 창사 60주년 VR 휴먼 다큐멘터리 대기획』 (표지 이미지/슬로디미디어)

VR 같은 기술엔 관심이 있으셨어요?

“사실은 잘 몰랐는데 하나씩 개념을 알아야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거든요.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고 프로젝트를 하면서 (관심이) 생겼죠.”

책에 보니 처음 다큐멘터리 얘기 꺼냈을 때 반응이 괜찮았나 봐요.

“주변에서 몇 명은 매우 날것의 반응이었죠. ‘오, 그거 괜찮다’라고 해줬어요. 사실 그런 얘기 듣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 반응이 많은 힘이 됐던 것 같아요. 그 사람들한테 고맙다는 얘기를 전해야 할 것 같아요. 많이 배웠죠. 역시 누가 뭔가를 하고자 할 때 조금만 거들어줘도 많은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만약 주변 분들이 부정적으로 얘기했다면 <너를 만났다>는 안 나왔을까요?

“그럴 수도 있죠. 개인적으로도 좀 힘이 들면 하지 말까란 생각이 드니까요. 근데 당시 CP였던 조준묵 부장과 김진만 부장이 말 꺼낸 이상 해야 한다고 푸시를 해줬어요. ‘너 이제 이거 꼭 해야 돼.’라고요. 지나고 나니까 되게 감사하더라고요.”

꼭지마다 QR코드를 해 놓은 게 색다르게 보여요.

“그건 대표님하고 출판사에서 방송이나 클립 안 보신 분들 이해를 도왔으면 좋겠다고 해서 유튜브와 연동되게 하셨던 것 같은데 그런 방법도 있더라고요. 요새는 흔하게 한다고 해요.”

<너를 만났다> 시즌 3까지 방송했는데 2편은 직접 연출하신 거잖아요. 어떤 작품이 더 만족스럽나요?

“저는 다 좋은데 아무래도 시즌 1에서 저도 몰랐던 걸 알아갔기 때문에, 그 과정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어서 제일 기억에 많이 남죠. 어떤 작품이 만족스럽다기보다는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게 달라서 새롭게 발견하게 돼요. 저도 몰랐던 걸 자세히 보고 느끼는 시청자들을 보면 감사하고, 또 재미가 있어요.”

MBC 창사 60주년 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1
MBC 창사 60주년 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1

시즌 1 관련 분량이 많던데 아무래도 처음 하신 거라서 그럴까요?

“그렇죠. 처음이니까 몰랐던 걸 알아가는 과정이었죠. 꼭 시즌 1 얘기라기보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전체적인 얘기니까 그 정도 분량으로 썼어요.”

VR 관계자들에게 처음 이 아이템 얘기했을 때 반응이 어땠나요?

“약간 미심쩍어하면서도 흥미로워하더라고요. 그분들도 항상 콘텐츠에 목말라 있거든요. 이런 게 가능할까란 생각이 있으셨던 것 같은데 그래도 반겨주셨어요. 제가 그때 기획안 들고 가서 피칭처럼 했어요. 이게 될까란 분위기도 있었고, 책에도 썼지만 재밌을 것 같다는 반응도 있어서 즐거웠어요.”

아이템 결정하고 어떤 작업부터 하셨어요?

“처음에는 회의를 많이 했죠. 그 작업만 해도 몇 달 정도 걸렸어요. 콘셉트 회의를 하면서 동시에 필요한 작업을 출발, 출발 이런 식으로 했던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사례자인데, 사례자 섭외가 어려웠을 것 같아요.

“진짜 어려웠죠. 다 지나고 보니, 저희가 찾았다기보다 인연이 돼서 좋은 가족분들 만난 듯해요. 저도 감동 받으면서 찍었고, 벌써 오래됐는데 그때 생각하면 재밌었던 것 같아요.”

시즌 1, 2 가족의 분위기가 밝은 거 같아요.

“제가 그런 가족을 좋아해요. 사실 웃긴 걸 좋아하기 때문에, 뭐랄까 어른이 쳐져 있는 건 싫거든요. 어쨌든 일상이 좀 명랑하고 그런 게 보기 좋더라고요.”

MBC 창사 60주년 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2 ‘로망스’ 편
MBC 창사 60주년 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2 ‘로망스’ 편

가족 중에 촬영 반대하는 구성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설득하셨어요?

“두 번 다 제일 중요한 사람이 사실은 마음을 연 거였으니까요. 주인공이 처음에는 엄마였고 두 번째는 남편인데 그분들의 의지가 강하니까 다른 분들은 다소 쉽게 해결한 거죠. 책에도 그런 내용을 많이 썼어요. 하기 싫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 때가 많아서 촬영 싫다는 사람이 있는 게 꼭 나쁜 건 아니에요. 반대로 접근하는 거죠.”

방송 후 가족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는?

“방송 끝나고 자주 연락드리지는 못하고 아주 가끔 해요. 그분들의 사생활이 있으니까 제가 어떻게 지낸다고 말씀드리기는 그렇고, 잘 지내고 계세요. 방송국과 같이 했던 가족 이벤트가 추억이 된 것으로, 나쁘지 않았던 걸로 이해하고 있어요.”

후유증 같은 건 없으셨을까요?

“사실 그 정도로 정교하지는 않았죠(웃음). 많은 사람이 그 얘기를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한번 마음을 털어놓는 후련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나 봐요?

“책에도 썼지만 굉장히 많이 받았죠. 뭔가 금기를 건드린 것처럼 ‘이런 걸 해도 되냐’라는 반응이었어요. 지금도 유튜브 클립 댓글 중에 상당히 많은 부분이 ‘이거 이상하고 이런 걸 해서는 안 된다’예요. 인류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어떤 약속을 어겼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요. 이런 부분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어느 정도 드렸다고 봐요.”

왜 그런 반응이 나왔을까요?

“상호작용이 좀 있었잖아요. 그런 부분이 감동도 주면서 약간 무서운 느낌을 줬던 것 같아요.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감정적으로, 서로 완벽한 대화는 아니지만 시간을 보냈잖아요. 그 자체가 약간의 섬뜩함을 줬던 것 같기도 하고... 비판하는 분들은 계속 비판하시죠. 처음엔 좀 과도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좋은 비판이라고 받아들여요. 앞으로 더 그런 윤리적인 문제, AI 등 새로운 기술과 윤리에 대해 생각해야 할 일이 많아질 거예요. 그래서 그런 토론이 더욱 필요할 것 같아요.”

MBC 창사 60주년 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2 ‘용균이를 만났다’ 편
MBC 창사 60주년 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2 ‘용균이를 만났다’ 편

VR 저널리즘 관련 이야기도 있어요. 생소한 개념인 것 같은데 해외에는 좀 있나 봐요?

“저널리즘을 포함해서 소셜한 프로젝트가 꽤 있더라고요. 대중적으로 접하기가 쉽지 않은데 찾아보면 이머시브(몰입) 연극이나 이런 이름을 가진 전시도 있고, 그중에서 사회적 의미를 청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프로젝트가 꽤 있더라고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였던 김용균 씨 이야기를 담으셨는데?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고, 처음부터 마음속에 들어왔어요. 원래 저널리즘이란 건 어떤 첨예한 문제를 다루지만, 이 실감 콘텐츠의 장점은 조금 더 감정적인 매체라는 점이에요. 그래서 개인적이지만 동시에 사회적인 의미가 있는 그런 감정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스트레이트 기사는 많이 있으니까, 그것과는 다르게 마치 내 친구에게 일어난 일을 체험하는 듯한 경험을 주는 거죠.

사실을 적시하고 따지는 저널리즘 그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스물넷 청년 김용균의 이야기 같은 경우는 마음으로 먼저 공감하고 그다음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같이 생각해보자는 취지였어요. 공감대가 형성돼서 적어도 ‘일터는 안전하게 만들자’라는 약간의 캠페인 같은 느낌이 좀 많아지길 바랐던 거죠.”

 VR 체험해 보셨을 텐데 어땠나요?

“제가 했지만 솔직히 좀 아까운 부분이 있어요. ‘너를 만났다’는 한 사람만을 위한 체험이지만, 시즌 2의 ‘용균이를 만났다’는 달라요. 한번 잘 만들어 놓으면 부스를 설치하거나 들고 다니면서 아무나 체험해볼 수 있거든요.

어떤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그런 체험을 만들었는데, 그 느낌이 새로웠어요. 우리가 그냥 촬영해서 어떤 사람을 표현할 때는 인터뷰나 재연 정도인데, 그보다 좀 더 깊이 어떤 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어요. 기본적으로 어떤 공간에 들어가고 장면이 변하고 이러면서, 체험자들이 엔터테인먼트까지는 아니어도 흥미로운 체험을 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공감하는 기회로서의 가능성을 많이 봤어요.”

MBC 창사 60주년 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2 ‘용균이를 만났다’ 편
MBC 창사 60주년 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2 ‘용균이를 만났다’ 편

VR이란 기술 활용이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KBS <시사 직격> 같은 경우 발달장애 관련 아이템에서, VR 통해 비장애인이 발달장애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체험을 진행하더라고요.

“맞아요. 약간 조심스럽긴 한데, 성별‧장애‧질병 유무 등 서로의 차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해볼 만한 프로젝트죠. 근데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결과물이 일단은 흥미로워야 합니다.”

책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뭘까요?

“첫째 메타버스나 실감 콘텐츠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프로젝트를 실행했고 그 집약적인 경험을 잘 적어놨으니, 책을 통해 간접 체험을 하시면서 뭔가 얻어가실 수 있으실 거예요. 둘째는 제가 기술과 사람의 이야기를 결합하면서 끝없이 생각해야만 했던 철학적인 문제입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과 죽음, 시간에 대한 것들인데 어떻게 보면 약간 SF적이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며 그런 생각을 깊이 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들여다봐 주시면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에세이로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너를 만났다>라는 프로그램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책에는 방송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 제가 했던 생각의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PD로서 고민뿐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썼어요. 또 앞으로 새로운 기술이 이끌어갈 세계에서 인간적인 것들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란 고민을 담았습니다. 세 개의 프로젝트는 하나하나 다른 의미로 들여다볼 만하실 것입니다. 부끄러운 저작물이지만 많이 읽으시고 방송처럼 많은 걸 나눴으면 좋겠어요. 또, 새로운 기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으므로 중고등학생 학부모님들께도 강추 드립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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