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너를 사랑해2’ 수위 높여 악마의 편집? 오해입니다” < 인터뷰 < 뉴스 < 큐레이션기사 - 미디어스

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주요메뉴

본문영역

인터뷰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김도영 KBS〈시사기획 창〉기자

“‘너를 사랑해2’ 수위 높여 악마의 편집? 오해입니다”

2022. 09. 29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너를 사랑해…악마의 그루밍' 편을 통해 랜덤채팅 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그루밍’의 실태를 전한 KBS 1TV <시사기획 창>이 이번엔 ‘아이들의 놀이터’ 메타버스를 주목했다.

지난 20일 <시사기획 창>은 ‘너를 사랑해 2…거미줄 그루밍’ 편 (☞바로가기)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만남을 시작으로 SNS 메시지, 영상통화 등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성범죄 현실을 파헤치고 문제해결 방안에 대해 짚었다. 방송 다음날인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너를 사랑해 2…거미줄 그루밍’ 편을 취재한 김도영 기자를 만나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너를 사랑해 2…거미줄 그루밍’ 편 방송 끝낸 소회가 궁금합니다.

“‘와 끝났다’라는 느낌이 아직 없어요. 촬영 끝나고 컴퓨터 전원을 오프 하면 일은 끝나지만 내용은 계속 마음에 남아 있거든요.”

2부에서는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성범죄에 대해 다루셨는데 애초 기획안에 있던 부분인가요?

“기획 단계부터 메타버스 이야기는 있었어요. 왜냐하면 온라인 공간이라는 게 메타버스 따로, 랜덤채팅 따로의 개념이 아니잖아요. 결국은 아이들이 접속하는 모든 플랫폼에서 범죄가 발생해요. 취재라는 게 확장이 돼 나가잖아요. 처음에 피해자 한 명을 만났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이런 사람도 있고, 또 이런 플랫폼도 있어’라고 해요. 그렇게 확장돼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첫 편 취재하면서 이미 메타버스가 기획안 안에 들어왔어요.”

기자님은 메타버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셨나요?

“저도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나이대가 아니에요. 이 취재를 하기 전까지 메타버스를 해본 적이 없어요. 저희 방송 이전에 보도들이 나왔는데, 후배 사회부 기자 보도 중에 메타버스에서 초등학생을 만나 성 착취물 제작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현장의 선생님들을 만나 취재해 보니 요즘 메타버스가 문제 되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들어가 봐야죠.”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요즘 10대 청소년들이 메타버스 많이 하나요?

“이렇게 물어보시는 건 어른들이 모른다는 거예요. 저도 몰랐어요. 그러니 아이들만의 세상이 되는 거죠. 이게 문제거든요. 문제의 시작점은 어쩌면 어른들이 모른다는 점이에요.”

메타버스 이야기는 많이 나오는데 왜들 모를까요?

“예전에 싸이월드 아세요? 10대, 20대들이 많이 했잖아요. 당시 그들이 도토리 사고 사진 올리고 거기서 미니룸 꾸밀 때 50, 60대는 미니미 티셔츠에 왜 돈 쓰냐고 했었단 말이에요. 그게 똑같은 거예요. 아이들은 지금 제페토를 하고 있고, 이렇게 진화하는 거거든요. 모르는 걸 탓할 수는 없지만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면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죠.”

10대가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많이 이용하는 것 같던데, 제페토가 어떤 건가요?

“예전 싸이월드를 확장했다고 보시면 돼요. 제페토 안에서 돈 내고 아바타 꾸미면 아바타는 제가 되어 활동하는 건데요. 월드라고 커뮤니티 들어가서 채팅하고, 모여서 아바타 춤도 추고 셀카도 찍을 수 있어요.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 보고 제페토가 뭔지 알게 되고, 우리 아이도 이런 거 하는지 한 번이라도 관심 가질 수 있게 되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1…악마의 그루밍’ 편,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1…악마의 그루밍’ 편,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1부와 포맷이 다르던데, 왜 다르게 구성한 건가요?

“프로그램의 목적 자체가 다르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1부 같은 경우, 온라인 그루밍 현실을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가 핵심이었죠. 이러한 일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걸 보여줄 방법 찾다 보니 그런 형식을 선택한 거고요. 2부는 기획 의도가 다릅니다.

메타버스는 ‘앞에서 다 보여주지 못했던 세계가 있다. 이런 세계가 아이들에게 이미 펼쳐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똑같이 미성년자 아바타 만들고 해서 시연을 했던 거고요. 내용 보시면 현상에서 좀 더 나아가서 분석들이 많아져요. 아이들이 왜 인터넷에서 이렇게 느끼는 건지, 플랫폼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 수사 상황은 어떤지 등이죠. 예를 들어서 위장 수사가 허용됐다는 것도 나옵니다.

사실 주변에서 다들 반대하는데도 제가 비중을 많이 둔 부분은 ‘성교육’ 부분이에요. 지금 자신이 성교육을 제대로 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요. 어른들이 그런 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시킬 수가 없어요. 그럼 이게 악순환이죠. 그럼 이 아이들은 유튜브에서 야동 보면서 성교육 받고,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또 제대로 될까요? 안 되거든요. 이런 부분들로 1편과 2편은 프로그램의 초점 자체가 다른 거죠.”

제페토에서 가해자들 패턴이 1부에서 나온 가해자들 패턴과 비슷하던데요.

“방송 중간 전문가 인터뷰 중에 이런 표현이 딱 나와요. 범죄 패턴은 똑같다고요. 시청자 댓글 중에도 이런 부분이 있었어요. 옛날부터 있었던 얘기인데 메타버스 넣어서 뭘 새로운 것처럼 말하냐고요. 옛날부터 있었던 얘기 맞죠. 그러나 안 고쳐왔기 때문에 방송이 계속 나오는 거고.

이 범죄가 새롭게 등장했다는 게 아니고, 이 플랫폼이 새롭게 등장했다는 거예요. 플랫폼이 등장하면 영역이 넓어지잖아요. 영역이 넓어지면 피해자 수가 많아질 가능성이 있고, 범죄 패턴이 다양해질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동 성범죄가 일어나는 큰 줄기 자체가 변하지 않아요.”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메타버스에서 시작해 오프라인 만남까지 이어지는 건가요?

“프로그램 보시면 검사가 얘기하는 부분에 판결문이 하나가 뜹니다. 제페토에서 8살짜리 아이를 만나 성 착취물을 만들고, 만나서 성폭행해서 판결이 난 내용이거든요.”

이런 일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네, 흔하게 벌어지고 있어요. ‘에이 그런 애들 얼마나 되겠어’라고 생각하실 텐데, 들어가 보시면 알게 됩니다. 근데 일단 어른들이 들어갈 줄 모르고, 굳이 시간과 노력 들여서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죠. 그나마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생각은 하지만, 안 그런 사람들은 관심 가질 이유가 없는 거예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자꾸 밀리는 게 똑같은 이유예요.”

가상세계와 현실을 혼동하니까 청소년들이 쉽게 빠지는 것 같은데.

“혼동이라는 말은 안 맞는 것 같아요. 혼동이라는 말은 착각한다는 뜻이잖아요. 이 가상세계하고 현실세계를 착각해서 혼동하는 건 어른들 생각이고요. 제가 보기엔 단어를 가상세계라고 붙여서 그렇지 거기는 아이들의 생활 공간이에요. 우리가 카카오톡으로 메시지 주고받는 걸 가상세계라고 말하지 않잖아요. 생활 도구 중 하나죠. 아이들에겐 메타버스에 있는 아바타도 나고, 생활 속의 한 부분인 거예요.”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그게 가능한가요?

“어른들 기준에서 이해하려고 하면 결국 아주 단순하게 ‘에이 나쁜 놈들’, ‘애들이 왜 그러지? 그거 하지 마’ 이렇게밖에 안 돼요. 그러면 답이 안 나와요. 아이들에겐 일상생활인데 그걸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어른들이 이해 못 하는 거죠.”

간담회에서 청소년들과 이야기 나눴는데 어땠어요?

“아이들하고 편하게 얘기했어요. 방송에 나간 부분들, 성교육은 어떻게 받고 있는지, 요즘 또래 문화가 어떤지와 SNS에 관해서도 물어봤어요. 아이들에게서 어떤 답을 얻어내겠다는 게 아니라 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직접 들어본 거죠.”

사랑한다는 말을 흔히들 하는데 아이들에게 잘못 인식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건 다른 거라고 봐요. 어른들끼리 처음 만나서 ‘사랑해요.’라고 인사 안 하잖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인형 끌어안고 ‘사랑해, 우리 오늘 같이 잘까’라면서 놀죠. 사랑이란 단어 자체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런데 범죄가 발생하면 가해자들이 ‘쟤가 나한테 사랑한다고 했어요.’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아이들의 언어와 어른들의 언어가 다른데, 어른들의 언어를 가지고 아이들을 해석하니까 해석이 잘못됐다는 거죠.”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미성년자 SNS를 만들었잖아요. 어떤 메시지가 오나요?

“방송에서 보신 그대로입니다. ‘조건만남 하자’, ‘성관계하자 돈 주겠다’ 아니면 다정하게 ‘안녕’으로부터 시작해서 오늘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묻는, 이런 그루밍 과정에서 ‘너 귀엽겠다’, ‘오빠랑 사귈 거야?’라는 메시지들이 계속 오는 거예요. 그중에 방송에 나갈 수 있는 수위의 것들 추려서 방송 내보냈어요.”

게임에서 연결되는 경우도 많은가 봐요.

“아이들이 게임을 많이 해요. 장면이 잠깐 나오는데, 똑같아요. 게임 하면서 채팅하고 대화하다가, 또 오픈채팅으로 넘어가서 게임 아이템 주고 사귈까하고 묻는 패턴이에요. 그리고 방송에 전문가들 인터뷰가 나오잖아요. 피해 상담하거나 성교육하는 전문가들 인터뷰, 그다음에 수사 기관 인터뷰가 나오는데 특히 나이가 어린 아이들 그다음에 남자아이들이 게임에서 많이 넘어가요.”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에서 성 착취가 일어나는 부분에 대해 책임감이 없나요?

“책임감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그걸 제가 단정 지어서 말할 부분은 아니고요. 제페토라든지 이런 미래를 바라보는 사업들은 분명히 자정적 노력을 하겠죠. 외부 압력도 점점 거세질 테니까요. 자기네 플랫폼이 무슨 범죄의 소굴이 되는 걸 누가 바라겠어요.”

하지만 방송 보니 수사에 협조를 안 하는 것 같던데요.

“부족하다는 거죠. 왜냐면 이게 오래된 매체가 아니다 보니까 법도 없고 규제할 근거도 마땅치가 않죠. 사실 랜덤채팅은 오래됐는데도 규제 방법이 마땅치가 않아요. 그런데 메타버스는 이제 막 생겨난 것들이잖아요. 드러나는 피해가 지금 명확하게 몇 건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죠.”

위장수사는 함정수사와 다른 건가요? 함정수사는 불법 아닌가요?

“법적으로는 신분 비공개 수사라고 해요. 그리고 다 불법은 아니에요. 마약이라든지 몇 가지 분야에서는 옛날부터 법적으로 가능한 수사였어요. 아동 디지털 성범죄에 관해서 찾기가 너무 어렵잖아요. 때문에 이 아동 디지털 성범죄에 관해서는 경찰에게 신분 비공개 수사를 허용하자고 법이 생긴 거죠. 그래서 가능해진 거고요.”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앞에서 잠깐 언급하셨지만 제대로 된 성교육이 중요할 것 같아요.

“저는 그게 큰 문제라고 봤어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스태프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는데, 제가 성교육 부분 분량을 더 늘렸거든요. 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 없어요. 저희 부모님도 받은 적이 없고 지금 청소년들도 제대로 못 받고 있어요. 그럼 어떻게 되냐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거든요. 애들이 인터넷 찾아보고 야동을 보죠.”

가장 좋은 방법은 수능에 나오게 하는 것 아닐까요(웃음)?

“10대 아이들하고 만나서 대화할 때 아이들이 그 얘기를 했었어요. ‘성교육을 시험 과목에 넣으면 학교에서 보충수업까지 시켜줄 텐데’라고요. 그만큼 아이들도 답답함을 느끼는 거예요. 성에 얼마나 관심이 많을 때예요. 배울 데가 없어서 답답하니, 자기들끼리 얘기하는 거예요.”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뭔가 느낄 틈도 없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스탭들과 논의해가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갔던 것 같아요.”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나간 부분 중에 전할 말씀 있나요?

“일단 저희가 지상파 TV기 때문에 수위가 굉장히 낮게 나와요.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가 악의적으로 수위를 높여 편집한 게 아닙니다. 욕 다 빼고, 비속어 다 빼고, 진짜 구체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부분 다 빼고 정말 건전하게 나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겨워서 못 보겠다는 시청자분들도 많으신데, 악마의 편집을 해서 수위 높였다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KBS 1TV〈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2 …거미줄 그루밍’ 편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