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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조원일 뉴스타파 기자

“정치화된 원전 정책, 언론 책임 커”

2022. 08. 18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우리 사회에서 에너지 정책은 중요한 논쟁거리가 되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정권이 교체된 후 윤석열 정부는 '탈'탈원전, 친원전 정책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원전을 늘려도 괜찮은 걸까?

지난 6월부터 [윤석열 정부 에너지 정책]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조원일 뉴스타파 기자와 전화 연결해 원전 정책 관련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조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뉴스타파 [윤석열 정부 에너지 정책] 연속 보도
뉴스타파 [윤석열 정부 에너지 정책] 연속 보도

[윤석열 정부 에너지 정책] 연속 보도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반응은 다양합니다. 우선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원전에 대해 편향된 사실만을 전달해 준 게 아니냐, 새롭게 알게 됐다’는 분들이 꽤 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때문에 원전 산업이 크게 쇠퇴한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한 분도 계셨죠. 또 전문가분들 중에는 윤석열 정부 정책의 대표적인 에너지 정책이 원전으로 축약되다 보니 그게 굉장히 복잡하고 기술적인 얘기들이 많은데, 일반 시민 입장에서 쉽게 기사를 쓰고 영상 제작해줘서 잘 봤다는 의견도 들었습니다.”

에너지 정책 취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오랫동안 기후위기 문제를 취재해왔어요. 과거 근무하던 회사에서도 환경 문제 취재를 이어왔거든요.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에너지 문제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숙제를 풀어야 하지만, 그중에 화석 에너지로부터 어떻게 전환하느냐가 굉장히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가 됐죠. 때문에 에너지 문제를 취재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는 어떻게 연결되는 건가요?

“기후위기에는 다양한 문제가 있거든요. 생물 다양성이 파괴된다든지 그 밖에 여러 가지 환경 변화와 생태적인 문제가 드러나고 있지요. 이제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 가능한 수준에 와 있습니다. 이걸 수치화해서 하나씩 줄여나가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로 좁혀지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가장 큰 분야 중 하나,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전기를 만드는 데 쓰는 에너지가 가장 심각한 이산화탄소 배출원이기 때문에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가 이어지게 되는 그런 경로입니다.”

취재하기 전에 원전 문제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사실 원전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취재를 한 지 2~3년 정도밖에 안 됐고, 이전에는 원전까지 관심을 가지게 될 거라고는 상상 못 했어요.”

조원일 뉴스타파 기자
조원일 뉴스타파 기자

이전엔 원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어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파생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잖아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국내에 있던 일본인 유학생들이 모금 활동을 진행했는데, 제가 사회부에 있을 때 관련 내용을 취재해 본 경험이 있어요. 원전에 어떤 안전 문제가 있고, 어떠한 경우 많은 사람에게 위협이 되는지 어떻게 관리가 돼야 하는지 이런 정도의 관심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요.”

취재하며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원전뿐만 아니라 다른 에너지원도 마찬가지인데 손쉽게 원전은 나쁘다거나 좋다고 말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특히 많이 들었어요. 원전 같은 경우 저 역시도 방사성 폐기물이나 원자력 발전소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우리나라가 그만큼 의지하는 부분도 부인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동안 아무 의식 없이 ‘값싼 전기’라고 이제까지 써왔는데, 그 값싼 전기가 원전을 통해서 만들어졌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죠. 그래서 단순히 몇 가지 사실만 가지고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고, 사람들에게 기사로 전달하는 건 조심해야겠다란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원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뭔가요?

“자타공인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용후핵연료죠. 원자력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면서 핵분열시킨 후 남은 연료봉이거든요. 그걸 사용후핵연료 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라고 하는데 사용후핵연료가 내뿜는 방사능의 독성은 10만 년가량 지나야 자연 상태의 방사선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사람들한테 ‘10만 년’이란 시간은 사실 무의미한 미래 같은 거잖아요. 우리나라 역사를 반만 년이라고 하는데 20배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 연료 관리를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미래의 약속을 하는 거죠.

심각한 방사능을 내뿜는 방사성폐기물이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는데 문제는 이걸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거죠. 핀란드가 유일하게 지하 500m에 묻어 안 보이는 데 두겠다는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을 갖고 있는데, 다른 나라들은 아직 어디에 지을지 선택도 못 했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10여 차례에 가깝게 이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려고 부지를 찾아다녔는데, 그때마다 당연하게도 주민들 반대에 부딪쳤잖아요. 결국은 이 방사성폐기물 처리가 원전에서 가장 큰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겠죠.”

〈뉴스타파〉'번지수 틀린 윤석열 정부 에너지 정책' 보도 화면 갈무리
〈뉴스타파〉'번지수 틀린 윤석열 정부 에너지 정책' 보도 화면 갈무리

유럽연합이 그린택소노미(녹색산업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키니까 우리나라 친원전론자들이 유럽도 원전이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한다고 하는데, 전혀 아닌 거죠?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언론 보도에 큰 책임이 있다고 보는데, EU에서도 국가마다 사정이 다를 거 아니에요. 프랑스 같은 경우는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원전으로 충당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택소노미 제재를 받게 되면 굉장한 불이익이 예상되니 원전 포함에 적극적이었죠. 어쨌든 중요한 문제는 택소노미에 원전이 들어갔다 하더라도 여기에는 굉장히 높은 수준의 안전장치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유럽 기준대로 하면 조건을 맞출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봐라 유럽도 원전을 친환경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잘못됐던 거고, 환경부가 우리나라의 택소노미에서 원전을 빼는 것도 잘못한 판단이다’라고 주장하는데 그건 일부분만 과도하게 끌어다 붙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원전을 K택소노미에 넣을 거라면 방사능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 사고가 났을 때 사고 저항성 핵연료 등 안전조치 수준을 국제적 기준에 맞출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정부가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자님 리포트 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언했던 탈원전의 실체는 없었다’고 나와요. 국민들은 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다고 알고 있을까요?

“<문재인 정부 5년, 탈원전은 없었다> 기사를 작성하게 된 이유는, 문재인 정부에서 원전을 계속해서 줄여나가겠다거나 신규 원전을 최대한 덜 짓겠다고 했는데, 그게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사실상 현상을 유지하게 돼 ‘앞뒤가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것 때문에 팩트 중심으로 보도를 한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에서 강력한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다고 알고 있잖아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원전 운영 정책이 지나치게 정치화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적인 부분, 기술적인 부분 그리고 행정적인 사실보다는 ‘정치적 유불리’를 기준으로 한 내용이 주로 유통됐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사실상 오해를 하게 되었다고 보고 있어요.

여기에는 언론의 책임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복잡하다 해도 기술적‧행정적인 내용에 대해서 본질적인 부분을 정확하게 정리한 다음에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사실상 뛰어넘고 정치적으로 다루기 편한 내용들만 골라서 기사화하다 보니 이런 오해가 크게 발생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주간 뉴스타파〉 '윤석열과 문재인의 원전 대전(大戰)' 보도 화면 갈무리
〈주간 뉴스타파〉 '윤석열과 문재인의 원전 대전(大戰)' 보도 화면 갈무리

문재인 정부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감사원 감사를 받고 한수원과 산자부 검찰 수사까지 이어졌는데, 법원 결정 나오고 폐쇄를 결정했어야 할까요?

“일단은 법원 결정에 앞서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월성 1호기 폐쇄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당연히 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봐요.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들을 설득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월성 1호기 폐쇄 과정에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그때 제시했던 ‘폐쇄 이유’입니다. 과거 정부에서 월성 1호기 수명을 연장시켜 놨는데 이걸 왜 폐쇄하는 거냐, 문재인 정부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수명 연장하기로 한 월성을 왜 빨리 폐쇄하는 거냐고 문제를 제기했을 텐데, 저는 여기서 문재인 정부가 굉장히 잘못했다고 생각을 하는 게 원전의 안전 문제보다 경제성 문제를 더 중요시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월성 1호기에 안전 문제도 있긴 있는데 앞으로 경제성이 없어. 너무 오래된 원전이라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그래서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돼’ 이게 문재인 정부가 설명한 이유였거든요.”

말이 안 되지 않나요? 안전성 문제가 더 중요한데요.

“말씀하신 대로 법원에서도 월성 1호기가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수명 연장이 기술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수명 연장을 한 건 ‘위법’이라는 게 1심 법원의 판결이었거든요.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안전 문제만 가지고도 월성 1호기를 폐쇄하는 근거가 충분했어요. 그런데 여기다가 ‘경제성’도 없다는 얘기를 굉장히 중요하게 얹어놓은 거예요. 근데 원전의 경제성이라는 게 사실 전기생산 단가만 가지고 보면 석탄이나 가스 발전보다 저렴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안전보다 경제성 분야를 더욱더 강조해서 폐쇄 조치를 하게 됐다는 주장은 사실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빌미를 준 거죠.

원전 정책에 찬성하는 의원들도 자기 지역에 방사능폐기물 처리 시설 만드는 건 반대한다던데 반대 논리는 뭔가요?

“그 논리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지역 주민들이 걱정한다는 거죠.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도 지난 대선 혹은 그 이전부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격하는 데 힘을 보탰잖아요. ‘원전은 굉장히 친환경적이다. 원전이 있던 지역에서 내가 오래 살아봤는데 큰 문제없었다’라는 주장을 앞장서서 했던 분들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법안 만들어놓은 걸 보면 그게 거짓말이었다는 거죠. 

정말 원전이 친환경이라고 생각한다면 주민들을 설득해야죠. ‘원전에 대해서 오해하고 계십니다. 원전은 친환경입니다. 저도 이 지역에서 오래 살아봤는데 그동안 별로 문제없잖아요. 그러니까 쓸데없는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라고 지역 유권자들에게 말하는 게 정치인의 윤리적인 태도잖아요. 그런데 그러지 않는다는 거죠. 사람들이 그 말을 믿지 않고, 본인조차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인정하므로 정반대되는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우리나라 정치가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하는 데 굉장히 심각한 사례가 이런 것들이 아닌가 싶어요.”

〈뉴스타파〉여당 의원들의 친원전 이율배반 "탈원전 안돼, 우리 지역 폐기물 시설도 안돼" 보도 화면 갈무리
〈뉴스타파〉여당 의원들의 친원전 이율배반 "탈원전 안돼, 우리 지역 폐기물 시설도 안돼" 보도 화면 갈무리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에너지나 기후위기 문제는 이야기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사람들에게 가장 빨리 와닿는 이야기는 누가 나쁘다나 잘했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기후위기나 에너지 문제 같은 경우는 그 이전을 바탕으로 해야 사실관계가 성립되는 부분이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 하나하나 설명해야 하는 거죠. 특히 저는 에너지 전문가들을 취재하는 기자일 뿐이잖아요. 기초적인 사실관계 공부하기도 어려운데,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건 더 어려워요. 또한 굉장히 커다란 이야기이기 때문에 담당할 때마다 막막하고 쉽지 않다고 느낀 적도 많습니다. 되도록이면 더 좋은 기자들이 이 분야에 많이 뛰어들어서 같이 취재하고 경쟁도 하면 좋겠어요.”

후속 보도 계획이 있나요?

“당연히 취재 계획이 있고요. 기후위기와 연관된 자연재해 문제라든가 원전 문제들 그리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정책적 문제와 과정에 대해서도 꾸준히 공부하고 취재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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