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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다솜 경남도민일보 기자

"누가 조선 산업을 떠받치는지 얘기하고 싶었다"

2022. 07. 26 by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지난 22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파업이 마무리됐다. 파업 51일째, 유최안 금속노조 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직접 만든 1㎥(0.3평) 좁은 공간에 자신의 몸을 가둔 지 31일 만이다. 지난달 2일 대우조선하청노조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삭감된 임금 회복과 집단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다. 이 기간 조선업 불황으로 약 6만여 명의 노동자가 해고됐으며 임금은 30% 삭감됐다. 

정부는 이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찰은 상공에 헬기를 띄우고 에어매트를 펴는 등 모의 진압훈련을 시행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노사는 임금 4.5% 인상과 명절 휴가비 50만 원, 여름휴가비 40만 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 내 독 화물창 바닥에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인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 내 독 화물창 바닥에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인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파업 종료 후 김형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지회장은 “걸레 같은 합의서지만 노조 이름을 넣을 수 있게 됐다. 금속노조 이름 하나 넣기 위해 6년을 싸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해배상 청구 문제 등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유최안 부지회장을 포함한 노조원 9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으며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대우조선은 파업으로 인해 7000억 원가량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검토하고 있다. 

김다솜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던, ‘대우조선해양의 하도급 노동구조’와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 문제에 집중했다. 김 기자는 19일 기사 <돈줄은 원청이 움켜쥐고 교섭은 하청 알아서?>에서 대우조선 생산직 노동시장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수 언론이 노노 갈등을 부각하던 시기 그는 파업을 바라보는 협력업체 사장들의 생각을 물었다. 경남도민일보 21일 기사 <협력사 대표 "저임금 구조 개선, 대우조선에 달려">에서 한 협력업체 사장 A 씨는 “불황이 오면 가장 먼저 일터를 떠나야 했고, 산업재해가 빈번한 조선산업 현장에서 묵묵히 버텨온 희생을 이렇게 대하고 있다”며 조선산업의 저임금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장 A 씨는 “대우조선이 하청업체에 그만큼 기성금을 올려줘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노조의 협상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손배소 문제다. 김 기자는 22일 기사 <노동자 죽이는 손배가압류… 그들은 물러설 수 없다>에서 “실제로 손배가압류는 파업에 나선 노동자에게 전 생애에 걸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안기고 있다”며 과거 쌍용차의 손배소와 두산중공업 사례를 거론했다. 김 기자는 파업 타결이 된 이후 24일 <파업권 무력화 '손해배상'... '노란봉투법' 처리 시급>기사를 작성했다. 

경남도민일보 21일 1면 갈무리
경남도민일보 21일 1면 갈무리

미디어스는 지난 23일 김다솜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취재 과정과 대우조선 파업을 다루는 언론보도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이번 보도를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최근 출입처가 노동 담당으로 바뀌었다. 예전부터 노동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에 유최안 부지회장이 지난달 21일 농성에 들어간 것을 보고 숨이 막혔다. 이 더운 날에 자기 몸을 스스로 가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뭔지, 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은 작년 3월부터 임금 문제나 처우개선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파업을 하는 등 문제제기를 계속해왔다. 조선산업 불황 동안 저임금 문제가 계속 쌓이고 있었는데, 언론은 사람이 철장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정부가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뒤에야 주목한 것이다. 저도 늦게 팔로우해 반성을 많이 했다.

노노갈등을 부각하는 보도들이 많았는데?

사측의 입장과 노측의 입장만 전달하면 갈등만 부각되는 것 같다. 물론 통신사처럼 사안이 터질 때마다 그때그때 사실과 정보를 전달해주는 언론도 필요하지만, 기자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 사람들이 파업을 해서 생긴 결과가 아니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우조선은 파업으로 인해 7000억에서 8000억 정도 극심한 손해를 입었고,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1조 원 정도 경제적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봐야 한다. 노노갈등을 부각할 것이 아니라, 연관된 사람들이 조선업 구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등을 물어봐야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있다.

'사건의 구조와 맥락을 알아야 한다'고 데스크가 항상 강조하는데, 저도 관점이 아예 없는 뉴스는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우조선 파업의 경우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 호황과 불황을 넘나들 때마다 변화하는 불안정한 임금 구조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게 뻔히 보이지 않나. 이번 취재를 통해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하려고 했다. 

현장에서 바라본 보도는 어땠나?

방송사도 방송사 나름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JTBC의 경우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지적해줬고, MBC의 경우 하청 노동자 임금 구조에 대해 주목하는 좋은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파업 현장에서 봤던 대다수의 방송은 현장을 중계하는 수준에 그쳤다. 방송국에서 취재기자 두 명 이상을 현장으로 보냈다. 취재인력이 많은 데도 구조적 문제를 제대로 짚지 않은 점은 아쉽다. 이번 사안의 경우 확실히 노사의 입장을 멘트 분량까지 정하면서 기계적 중립을 지켰다. 

또 하나 실망스러웠던 것은 지역 신문사 중 현장에 기자를 보낸 곳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경남 지역지임에도 경남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현장 취재를 하지 않았다. 취재기자에게 기본적인 취재도 안 시키는 언론은 사회악이다.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에서 취재 중인 김다솜 기자(사진 제공 경남도민일보)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에서 취재 중인 김다솜 기자(사진 제공 경남도민일보)

이번 파업 보도에서 어떤 점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나?

방송사의 경우 현장 중계식 보도가 많았던 것은 의지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중계식 보도 외에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었고, 실제로 일부 방송사는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줬다. 일례로 앞서 설명했지만, 대부분 방송사의 경우 손배소 문제 때문에 노사의 교섭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상황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면 JTBC 보도(<[이슈체크] 협상 관건은 '손배소'…파업 손해 책임은 누가> 21일)의 경우에는 손배소 문제의 맥락을 짚어줬다. 

정부가 노조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니 손배소도 당연하게 보는 분들도 있다. 한국은 노조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좁게 해석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단어 사용에 신중하지 못한 언론 탓이다. JTBC는 손배소가 노동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짚어줬고, 노동자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까지도 알려준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보려면, 일하는 사람들에 주목해야 한다. MBC(<'하퀴벌레' 취급에 최저시급 - 한국 조선업의 현실>21일)의 경우에도 하청 노동자들이 어떤 일을 했고, 임금을 얼마나 받았는지 등을 전해줬다.

그래도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보도는 차라리 낫다. 진짜 악의적으로 쓰는 보도들이 큰 문제다. 파업에 대해 ‘민주노총의 무법천지’라는 등 주관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악의적인 기사들이 많은데, 그런 보도를 보면서 민망함을 많이 느꼈다.

지역민들이 파업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한다는 보도가 많았는데

직접적인 통계를 내지 않는 이상 파업과 관련해 지역민들의 입장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지역민들에 주목하는 보도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지부터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파업에 대해 지역민의 피로감을 부각하는 보도의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

파업노동자 연대에 주목했던 이유는 조선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제가 만났던 '10000×10000' 모금 운동‘ 참여자들은 충북이나, 경북, 제주 등 파업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었다. 농사를 짓는 분이 관련 보도를 보고 모금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왜 파업과 관련 없는 사람들도 모금을 했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청업체 경우에도 물론 파업을 비판하는 사장님들도 있었지만, 조선업의 저임금 구조가 바뀌어야만 조선산업인력 확보가 수월하다는 관점에서 얘기해주는 분들도 많았다. 단순하게 하청업체와 파업 당사자인 하청노동자들의 입장을 전해 노노갈등을 부각시키는 보도보다 이러한 이야기가 사태 해결에 더 도움이 된다고 봤다.

이번 기획보도에서 중점을 둔 내용은? 

대우조선이 이번 파업으로 얼마를 손해봤느냐가 아니라, 조선산업을 떠받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얘기하고 싶었다. 이 기획과 딱 맞아떨어지는 이야기가 협력업체 사장 인터뷰였다. 어쨌든 그분은 하청 노동자의 사용자인 입장인데도, '노동자들이 정말 힘들게 일한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거 보면 함부로 말 못한다', '나도 돈을 더 주고 싶지만, 기성금 구조 때문에 더 임금을 주지 못한다' 등의 이야기를 해줬는데 정말 진심이라고 느껴졌다. 독자들이 이런 구조에 주목해줬으면 하면서 기획을 했다. 다행히 선배들의 도움으로 보도가 의도대로 잘 전달된 것 같다.

아직 대우조선해양이 손배소를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할 거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손배소 규모가 커지면 기존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했던 전근(고용승계) 구조 문제는 아예 묻혀버릴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언론이 대우조선의 손배소 문제를 정부가 어떻게 끌고 가는지를 주목해줬으면 좋겠다. 손배소 문제가 커져 버리면, 하청 노동자들은 다시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현장 취재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모든 언론사가 다 똑같을 것 같은데 교섭장 내의 분위기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뻗치기를 계속해야 했다. 공권력 투입 이야기가 나오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에 특히나 긴장했던 것 같다.

노동 이슈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었나?

처음 언론사 인턴 생활을 할 때 삼성 백혈병 보도를 했는데, 당시 유가족들을 만나면서부터 노동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밥벌이가 전부인 세상에서 열심히 일하면서도 다치거나 돈을 못 받거나 심지어 죽는 상황을 보면서 노동 이슈에 관심이 생겼다. 

앞으로 어떤 기사를 쓸 예정인가?

민주노총에서 벗어나는 노동 기사를 쓰고 싶다. 민주노총이 싫다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에 가입을 못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못 내는 분들을 취재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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