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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김현석 KBS 통합뉴스룸 국장

"공영방송은 저널리즘 원칙 지킬 수 있는 조건 되잖아요"

2022. 07. 21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4월 KBS는 구성원들의 임명동의 투표를 통해 신임 통합뉴스룸 국장에 김현석 기자를 임명했다. 1994년 기자로 입사한 김 국장은 2008년 정연주 사장 해임 당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대변인으로 활동했고 2012년에는 언론노조 KBS본부장 역임, 2018년 양승동 전 사장 취임 후 방송주간, 대외협력국장 등을 지냈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김현석 통합뉴스룸 국장을 만나 KBS 보도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국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통합뉴스룸 국장 임명 후 3개월 어떻게 보내셨나요?

“굉장히 바쁘게 지냈습니다. KBS가 우리나라 저널리즘의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에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동료들과 함께 노력한 시기였고요. 크게 무리 없이 3개월을 보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왜 KBS가 저널리즘의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세요?

“그런 걸 하라고 수신료 같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 아닐까요? 일반 미디어 그룹은 수익을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공영방송은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켜나갈 수 있는 조건이 되잖아요. 그런 역할들을 하는 게 공영방송의 책무라고 생각해요.”

김현석 KBS 통합뉴스룸 국장 (사진=이영광 기자)
김현석 KBS 통합뉴스룸 국장 (사진=이영광 기자)

기자로서 통합뉴스룸 국장을 볼 때와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어차피 국장은 책임지는 자리, 욕먹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저도 국장이 아닐 때 뉴스를 보면서 비판하기도 했는데, 저는 비판에 굉장히 열려 있어요.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으려고 합니다. 제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이 들으려고 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 지적하면 ‘잘못했다. 내가 판단력이 좀 부족하다. 아무래도 그런 건 잘 모른다. 이러이러해서 잘못 판단했다.’라고 인정해요.”

의견 듣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시는 건가요?

“우리 기자협회장도 그런 자리 많이 갖자고 의견 주셨죠. 특정 현안이 있을 때도 그렇고 정기적으로 자리를 만들어 저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들으려고 그래요.”

임명동의투표에서 찬성률 62.9%더라고요. 결과에 만족하셨나요?

“제가 많이 부족한데도 60% 넘는 기자들이 찬성해준 부분에 고맙게 생각해요. 향후 통합뉴스룸 국장 마치고 떠날 때, 제게 동의하지 않았던 분도 ‘그래도 잘했네. 그때 찬성할 걸 그랬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에 KBS 노동조합은 임명동의안 투표에 불참했던데요.

“KBS 노조나 본부노조 소속 기자 모두 제가 같이 일할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아쉽죠. 다 참여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분들은 참여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방송기자에게 통합뉴스룸 국장은 꿈 같은 것일 텐데, 지명받았을 때 어떠셨어요?

“통합뉴스룸 국장은 평소 생각하던 저널리즘 원칙이나 KBS 보도의 바람직한 방향을 실현할 수 있는 자리잖아요. 그런 자리 맡아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꿈이 없는 기자는 없을 거예요. 처음 제안받았을 때 굉장히 기뻤어요. 하지만 제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고, 또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좀 더 훌륭한 분이 맡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거절하다 맡게 됐죠.”

어떤 부분에 설득돼서 수락하셨나요?

“두 가지 마음이 교차하고 있었어요. 지금 보도국이 약간 침체된 상황에서 좀 더 훌륭한 분이 맡아서 잘 이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내가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는데 여러 가지를 고려해 결심한 거죠.”

(사진=KBS)
(사진=KBS)

정견 발표 때 ‘K저널리즘센터’를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예전에 KBS기자협회장 할 때 KBS의 가장 큰 과제는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2020년대 KBS 상황을 보니 저널리즘이 ‘근본적인 위기’에 처해 있더라고요. 공영방송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공영방송의 존재 위기, 기자라는 전문 직업인이 왜 필요하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죠. 예전에는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형태와 성격에 관한 위기였다면, 지금은 ‘존재’의 위기잖아요. 그건 저널리즘의 근본적인 위기라고 생각해요.”

어쩌다 존재의 위기까지 왔을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죠. 예전에는 기자 혹은 언론사를 통해 필요한 정보들이 생산되고 유통이 되는 체계였다면 이제는 그런 독점적 지위가 없어진 거잖아요. 누구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정보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기자의 역할에 의구심을 갖는 것 같아요. 또 정파적인 목소리가 커지면서 그 정파성에 기초해서 기사를 평가하기도 합니다. 기사가 사실에 부합하느냐가 아니라, 우리 편에 유리하냐 불리하냐를 가지고 평가하기 시작한 거지요.”

국장님이 생각하시기에 이 시대에 기자는 필요한 직업일까요?

“저는 여전히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소위 ‘여론의 자유 시장’을 열어놨을 때, 서로 틀린 부분 조정하고 교정해 가면서 올바른 진실에 도달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여론의 자유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보다는, 보수 세력은 보수 세력들끼리 소통하고 또 진보는 또 진보끼리만 모이면서 서로 대화가 안 되는 상황까지 왔어요. 그러니까 나쁜 정보는 없어지고 좋은 정보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극단적 정파의 목소리나 허위 조작정보, 혐오, 차별의 언어가 오히려 득세하는 상황이 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사실 검증을 통해, 우리가 지금 얻을 수 있는 진실에 가장 가까운 정보를 취재해 전달해주는 저널리즘의 필요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2022 KBS 방송지표
2022 KBS 방송지표

공영방송 보도 차별화 지점으로 △철저한 사실 검증 △지역 의제 공론장 제공 △국제뉴스 취재시스템 본격적 구축을 꼽으셨는데, 배경은?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 언론이 잘못하고 있는 세 가지예요. 공영방송은 시장과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즉 시장이 수익을 위해 사실 검증보다는 조회수 경쟁을 하고 있을 때, 공영방송은 사실 검증에 더 충실해야 해요. 또 지역은 저널리즘이 거의 붕괴된 상태잖아요. 그래서 공영방송인 우리가 지역 문제에 신경 써야겠다는 거예요. 또 대부분 국제뉴스도 외신 가운데 가십성 기사를 중심으로 소개하지, 시민들이 알아야 할 국제뉴스를 다루지 않잖아요. 특파원조차 제대로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KBS엔 네트워크가 있고, 특파원 시스템‧국제 취재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언론사이기 때문에 다른 언론사에서 못하는 것에 힘쓰고 지역 저널리즘의 토대를 지키고, 국제 취재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국제뉴스에 관심 없으니 언론사들이 안 다루는 것 아닐까요?

“제 생각에 사람들은 국제뉴스에 관심 많아요.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세계 경제가 출렁이고 있잖아요.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당장 우리 기름값, 음식값 등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 국민도 국제뉴스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근데 현장 가서 취재해 국제뉴스를 만들어 내려면 만만치 않은 돈이 들잖아요. KBS는 공영언론사로서 비용이 들더라도 국제 취재 체계 유지하는 것은 포기하면 안 되겠죠.

또 하나, 옛날에는 전쟁터에 기자 연결해서 생방송 하기가 거의 불가능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휴대 통신망 통해서 생방송을 할 수 있어요. 굉장히 값싸게 전 세계 어디에서건 생방송을 할 수 있는 거지요.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국제뉴스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적재적소에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배치하고 부족한 인력은 충원하도록 요구하겠다” 하셨는데 인사가 그렇게 됐다고 평가하시나요?

“지난 4월에 평기자 인사를 했는데, 이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어요. 이후에 인사가 잘못됐다는 비판이나 큰 불만이 제기되지 않은 것을 보면, 크게 잘못된 인사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진짜 ‘적재적소’에 잘 배치했느냐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양한 부분을 배려하고 반영해야 때문에 인사라는 게 어려워요.

매년 1월 1일 신입사원을 충원하겠다고 KBS 노사가 합의한 상태라 부족한 인력이 어느 정도이고, 꼭 필요한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 정리해서 회사에 제출했고 충원되도록 노력하는 상황입니다.”

공영방송 독립성은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판단하세요?

“모든 집권 세력은 KBS 보도가 자기들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독립성 확보가 쉽지는 않죠. 언론은 기본적으로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기능과 함께 환경 감시 기능, 권력의 잘못을 비판하는 기능 등을 수행해야 하는데, 집권 세력이 되면 비판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건 어떤 정권이든 다 마찬가지였어요.”

5월 22일 청와대 대정원 야외무대에서 청와대 국민개방기념 특별기획 KBS 열린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대통령실제공=연합뉴스]
5월 22일 청와대 대정원 야외무대에서 청와대 국민개방기념 특별기획 KBS 열린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대통령실제공=연합뉴스]

KBS가 정권 코드 맞추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던데요.

“저희는 문재인 정부 때도 정권 문제 취재나 보도에 머뭇거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KBS가 친정권 이미지를 갖는 건 사실 불가피하다고 생각해요. 정부와 일정 정도 협력해야 하는 측면이 있고, 그러다 보면 친정부적인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봐요. 하지만 정부나 권력 감시를 소홀히 하면 안 되겠죠. 그래서 저희는 문재인 정부 때도 그렇고 지금도 잘못한 부분 지적하고, 정부가 잘할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매체 다채널 시대, 젊은 세대는 TV를 거의 안 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있으실 것 같아요.

“요즘 신문 안 보고 TV 뉴스도 덜 보지만, 뉴스 소비는 늘었어요. 휴대폰으로 거의 하루종일 뉴스를 접하고 있잖아요. 또 하나, TV는 안 보지만 ‘영상’이라는 관점에서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방송뉴스를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디지털 환경이 텍스트 중심이었지만 이젠 영상 중심으로 가고 있잖아요. 방송사로서는 이런 부분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봐요. 영상에 있어서 KBS는 최고의 기관입니다. KBS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웬만한 사건을 다 취재하고 있고, 영상을 확보하고 있어요. 가장 많은 영상과 자료화면과 최고 전문가를 가진 조직이 KBS예요. 우리가 만들어내는 영상이 TV나 유튜브, 아니면 홈페이지나 포털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 뉴스가 예전과 비교해 ‘도달률’로 따지면 크게 뒤지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달라진 방침이 있나요?

“그래서 요즘 우리 기자들한테 강조하는 게, 좋은 취재‧영상이 확보됐으면 <뉴스9>까지 기다리지 말고 즉시 내라고 얘기해요. <뉴스9>에서는 깊이 있는 해설로, (취재 내용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하는 뉴스 중심으로 가자고 이야기하죠.”

앞으로 계획은?

“KBS는 디지털 세상에서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잘 전달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디지털 전략을 잘 짜서 KBS 뉴스 콘텐츠의 도달률을 높이고자 합니다. 또 <뉴스9> 중심으로 스트레이트성 단순 정보가 아니라 심층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힘쓸 것이고, 또 우리만의 새로운 소식, 발굴한 뉴스가 전달되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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