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꼬꼬무’ 폐지되는 것 아니냐고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 인터뷰 < 뉴스 < 큐레이션기사 - 미디어스

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주요메뉴

본문영역

인터뷰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SBS 유혜승 PD, 이슬기 콘텐츠 전략본부 차장

“‘꼬꼬무’ 폐지되는 것 아니냐고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2022. 07. 08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2020년 시즌제로 시작한 SBS 교양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가 새로운 스토리텔링으로 호평 받으며 2021년 10월 정규 편성됐다. <꼬꼬무>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근현대사의 의미 있는 사건을 일대일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6월 30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꼬꼬무>를 연출하는 유혜승 SBS PD와 이슬기 SBS 콘텐츠 전략본부 차장을 만나 프로그램 기획 의도와 제작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SBS 교양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SBS 교양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꼬꼬무>가 시즌제에서 정규 편성된 지 8개월 지났는데 어떠세요?

유혜승 PD(이하 유): “작년 10월부터 매주 시청자분들 만나고 있죠. 매주 방송하면서 <꼬꼬무>가 시청자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더 많이 다가가는 프로그램이 된 것 같고요. 내용적인 측면에서 시즌제는 편수가 제한되니 아이템 선정할 때 제약이 있었지요. 하지만 정규 편성되면서 다양한 분야 혹은 카테고리의 이야기들을 시도할 수 있어서 훨씬 더 재밌게 일하고 있습니다.”

화제성이 높은데 프로그램 인기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유: “<꼬꼬무>가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이게 단순히 역사 이야기나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 안에 있었던 한 인물 그리고 그의 인생 이야기이기 때문에, 시청자분들이 딱딱하고 어려운 역사라고 느끼지 않고 내 친구 혹은 가족의 이야기일 수 있겠다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게 저희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저기서 <꼬꼬무> 수상 소식이 들려옵니다.

유: “상은 개근상을 받아도 언제나 기분이 좋고요. 작년부터 지금까지 받은 외부 상이 8개 정도 되더라고요. 굵직굵직한 상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상을 주는 의미는 저희가 잘해서라기보다는 더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발굴해 주십사 하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꼬꼬무>는 어떻게 기획된 프로그램인가요?

유: “사실 거대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정말 사소한 아이디어로 시작했던 거예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란 이름도 엄청 길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외부에 설명하기도 어려웠어요. ‘한국의 근현대사에 있었던 어떠한 사건 혹은 그날의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는 아주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고, 그러면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논의 과정에서 나왔던 콘셉트가 1 대 1로 나랑 굉장히 친한 친구에게 편하게 반말로 들려주자는 거였죠.”

유혜승 SBS PD=사진 제공 SBS 홍보부
유혜승 SBS PD=사진 제공 SBS 홍보부

교양 프로그램에서 반말로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반대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유: “말씀하신 것처럼 방송은 다 존댓말로 하잖아요. 저희도 전혀 해보지 않은 시도라서 반신반의했는데, 사실 거기서 중요한 건 듣는 사람이 ‘친한 친구’란 부분이죠. 내가 이야기하기 편한, 정말 친한 친구니까 그 콘셉트가 가능했던 것 같고요. 저희도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했고, 장 트리오 분들도 ‘이거 정말 반말로 해도 되는 거야?’라고 했는데 그게 점점 저희만의 색깔로 잡아가면서 신선하게 다가갔던 것 같아요.”

왜 한국 근현대사에 주목했는지 궁금합니다.

유: “역사라는 주제가 저만 해도 학생 때 억지로 공부했던, 따분한 시험 과목으로 인지돼 있거든요. 근데 저희가 시사교양 PD다 보니 역사 혹은 인물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딱딱하게 역사 가르치는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요. 기왕 우리 근현대사 얘기를 할 거면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좋겠는지 논의하다 <꼬꼬무>가 탄생했던 것 같고요. 근현대사가 되게 먼 옛날이야기라고 여겨질 수 있는데 생각보다 내 삶에 맞닿아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많은가요?

유: “네. 예를 들어 어떠한 역사적 사건에 의해 현재 우리의 삶이 바뀌게 된 부분도 있고, 어떤 제도의 변화로 이어졌던 흐름이 결국에는 현재를 많이 바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부분은 과거사일지라도 상당히 중요하죠. 왜냐하면 거기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에요. 그래서 저에게 이전의 근현대사는 단순히 따분한 교과목 중 하나였지만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됐죠.”

요즘 유명한 역사 강사들이 있잖아요. 그분들이 아닌 연예인들을 이야기꾼으로 내세운 이유가 있을까요?

유: “기자님이 포인트를 잘 짚으셨는데, 저희가 이 프로그램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조건이 ‘전문가를 초빙하지 않는다’였거든요.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지식 혹은 역사적인 배경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부족하지만 일반 상식을 가진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똑같은 눈높이로 나의 친구에게 들려주는 방식은 전혀 다르게 다가갈 거라 생각했어요.”

SBS 교양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SBS 교양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기획 의도 보니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나’의 이야기”라고 나와요. 그렇다면 3명의 이야기꾼이 정해진 사건을 주관적으로 해석해 전달하는 건가요, 작가가 아웃라인을 주고 거기서 이야기를 하는 건가요?

유: “기본적으로 본방만 80분이 넘기 때문에 사전 조사를 통해 만들어진 대본 형태의 스토리가 있어요. 근데 방송은 대본을 장 트리오에게 전달하는 걸로만 절대 끝날 수 없습니다. 사람이 한 시간 반 동안 이야기를 하려면 머릿속에 모든 게 이해되고 정리돼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사전에 어떠한 흐름을 정해놓은 대본은 있고, 그것을 장 트리오가 자신들의 색깔로 소화해서 프리 테일링을 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이야기 친구는 어떻게 섭외하나요?

“유: 시즌제를 지나면서 저희 <꼬꼬무>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져서 사실 섭외 전화가 상당히 많이 오는 편이고요. 그리고 저희 아이템이 여러 가지 색깔이 있다 보니까 특정 아이템을 잘해 주실 수 있을 것 같거나, 혹은 어떤 분의 생각이 궁금하면 저희가 직접 섭외 전화를 드릴 때도 있습니다.” 

녹화장 분위기는 어때요?

이슬기 콘텐츠 전략본부 차장(이하 이): “주제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남북단일팀 탁구 같은 때는 기분 좋다가, 무거운 주제를 다룰 때는 어두워지죠.”

유: “참사 이야기나 좀 조심스러운 이야기들은 당연히 숙연해지기도 하고요. 기본적으로 이야기 친구가 그날 주제를 전혀 모르고 와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스튜디오에 오면 마이크 차고 바로 앉아요. 이야기 친구로선 오늘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에 대한 기대감이 있죠.”

게스트들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는 이유는?

유: “이야기 친구가 아무 정보 없이, 어떤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쫙 듣고 떠오르는 느낌과 생각이 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사전에 주제조차 알려주지 않고 시작하는 걸 콘셉트로 잡았던 거고요. 사실 예전에 한두 번 알려주고 시작했던 적도 있는데, 저희가 기대했던 것은 진짜 리액션이에요. 똑같은 사건이라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다양하게 담고자 했어요. 그래서 주제 혹은 방향성을 알려준다거나 그런 과정이 오히려 방해된다고 생각했어요.”

SBS 교양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SBS 교양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아이템은 어떻게 정하나요?

유: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 한국전쟁 직전부터 현대까지 발생한 사건 사고들을 전부 다 리스트업 했어요. 몇십 년에 걸친 거니 역사적 사건이 엄청나게 많죠. 그중에서 아이템을 결정하는데 크게 두 가지 기준이 있어요. 첫 번째는 이야기가 재미 혹은 흥미가 있는가죠. 왜냐하면 아무리 의미가 있는 이야기일지라도 흥미나 재미가 있어야 시청자들이 보잖아요. 두 번째가 사실 더 중요한 기준인데, 이 이야기는 과거에 이미 끝난 일이잖아요. 끝난 일인데 우리가 이 얘기를 다시 끄집어낼 만한 의미가 있는가 혹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이유가 있는가죠.”

일부에서 <꼬꼬무>가 <그것이 알고 싶다> 우려먹기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유: “<그알>은 SBS의 전통 있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죠. 사실 저희는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에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고, 아마 <그알>이 없었으면 <꼬꼬무>가 이렇게 잘되기도 힘들었겠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간 <그알>이 쌓아온 귀중한 과거 자료부터 많은 도움을 받기 때문에 저희한테는 매우 소중한 프로그램이에요.”

우려먹기 한다는 평가가 듣기 불편하지 않나요?

유: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우려먹기가 맞을 수도 있죠. 다만 <꼬꼬무>가 가고자 하는 길은 말 그대로 각 잡고 얘기하는 거 말고, 조금 더 말랑말랑하고 소프트하게 이야기하되 그 안에서 우리의 감정과 방향성을 잃지 않는 거죠. 그래서 더 많은 시청자들이 근현대사 이야기를 진입 장벽 없이 편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구하기 어려울 것 같은 당시 자료가 <꼬꼬무>엔 많이 나오더라고요. 비결이 있을까요?

유: “일단 저희 제작진이 기본적인 자료 조사나 이런 거는 정말 살벌하게 해요. 가끔 다른 방송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들 같은 경우에는, 저희 프로그램 보면 그날 사건에 대해 증언해 주시는 증언자나 혹은 그 사건을 직접 겪었던 당사자분들이 나오는데 그런 분들한테서 귀중한 자료들을 얻기도 합니다. 자료수집뿐만 아니라 당시 상황, 사건에 대해서도 디테일한 정보를 많이 듣고 그 경험을 담아요. <꼬꼬무>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과 상당히 다르고 디테일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아마도 거기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이: “어쩌면 <그알>에서 놓친 부분을 <꼬꼬무>에서 보여주는 것도 있는 거죠. 예를 들어 그때 당시에는 결론이 A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B인 것들, 우리 PD들이 <꼬꼬무>로 짚어주는 부분이 있어요. <꼬꼬무> 안의 또 하나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유: “맞아요. 왜냐하면 과거에 A였다고 하는 게 지금도 절대불변이냐 하면 아닐 수 있잖아요. 우리가 과거에 A라고만 생각했지만 역사적으로 어떠한 평가가 B라고 내려졌을 수도 있어요. 그런 부분을 다시 한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자는 거죠.”

SBS 교양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다시보기 페이지 화면 갈무리)
SBS 교양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다시보기 페이지 화면 갈무리)

게시판 보니 <꼬꼬무>가 이념 편향이란 주장도 있어요.

유: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안고 가야 하는 숙명이죠.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꼬꼬무>는 결론이 없는 프로그램이란 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에 어떤 시청자분이 이념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 또한 그분의 생각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저희 프로그램은 특정한 방향성을 정해놓고 하지 않기 때문에 시청하실 때 ‘과거에 이러이러한 사건들이 있었어,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묻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특정 방향성이 있는 프로그램이 전혀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 또한 그분의 생각인 거라고 겸허히 받아들이고 싶은 거죠.”

진행하고 싶은데 못 하는 아이템도 있지 않을까요?

유: “당연히 있죠. 저희가 볼 때는 유의미해서 한 번쯤 해보고 싶은 다뤄보고 싶은 아이템인데, 당사자 혹은 피해자분의 가족분들 반대로 못 하는 경우들도 있어요. 저희는 당연히 그런 부분을 존중하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요즘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 중에 ‘이제 정권도 바뀌고 했으니 <꼬꼬무> 없어지는 거 아니냐, 문 닫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들 많이 하시는데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시청자분들이 <꼬꼬무>를 찾아주시는 한 저희는 열심히 잊힌 이야기들을 발굴해야죠.”

꼭 다루고 싶은 사건이 있을 것 같아요.

유: “아이템은 비밀입니다. 방송으로 확인하세요(웃음). 잊혀져 있는 사건과 이야기는 정말 너무 많기 때문에 지금처럼 끊임없이 저희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어요.”

<꼬꼬무> 사랑하는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유: “그동안 파일럿부터 정규까지 한 2년 반 정도 왔는데 지금껏 <꼬꼬무>를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제작진은 그 관심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또 그 마음들을 모아 모아서 여태까지의 <꼬꼬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해나갈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변치 않고 찾아주시면 저희도 더 열심히 좋은 이야기 발굴하는 <꼬꼬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최신순 추천순  욕설, 타인비방 등의 게시물은 예고 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
2022-07-11 10:29:36
너무 편향적이긴 하지 서울대 민간인 감금 폭행 고문사건 다루면 인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