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중대재해법 그 후' 기자가 전하는 현장의 목소리 < 인터뷰 < 뉴스 < 큐레이션기사 - 미디어스

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주요메뉴

본문영역

인터뷰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오대양 뉴스타파 기자

'중대재해법 그 후' 기자가 전하는 현장의 목소리

2022. 06. 24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2021년 1월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돼 올해 1월 27일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더 이상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5개월,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는 줄었을까?

지난 3월 말부터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연속 보도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그 후> (☞바로가기)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5일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오대양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오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중대재해처벌법 그 후> 연속 보도하셨는데 반응은 어때요?

“산업재해가 사회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고 그래서 보도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대중적 관심이 많진 않아요. 뉴스타파 콘텐츠 중 반응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오대양 뉴스타파 기자 (사진 출처 = 뉴스타파)
오대양 뉴스타파 기자 (사진 출처 = 뉴스타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여러 현장의 문제를 담았는데,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이 보도를 준비한 게 대선 기간이었어요. 이 기간 대부분 언론의 관심이 정치 현안에 집중되니 사회의 다양한 현안들은 묻히거든요. 제가 중대재해 취재 전에는 금융 문제-코로나 시대에 부채 문제로 고통받는 소상공인들 관련 얘기를 다뤘어요. 그다음에 대형 정치적 이벤트 속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슈가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중대재해 문제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죠.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이 문제에 좀 더 관심 갖고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면 좋겠다는 목적이었습니다. 바둑으로 치면 일종의 포석 같은 거죠. 이 시기에 준비해서 보도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전에도 산재에 관심이 있었나요?

“그동안 금융이나 기업 분야 주로 보도해왔는데, 초반 기자 시절부터 산재 문제에 관심이 높았고 관련 뉴스를 지속적으로 찾아보는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도 이 보도를 했었거든요.”

취재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작년 중대재해법 통과 상황 때 산재 유가족분들과 김용균 재단이 굉장히 큰 역할을 했어요. 그리고 관련 정치인이라든지 활동가들과 꾸준히 접촉해오고 있었어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사건으로 노동자 3명이 사망했고, 여천 NCC 사건으로 8명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굉장히 큰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때 대통령 선거 직전이어서 이 사건이 묻혔거든요. 그런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보다 이건 기획으로 가져가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에 변화가 있나요?

“저도 현장에 가서 그런 얘기들을 주로 물어보게 됐는데요.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있다’는 거예요. 법 시행 이후 실질적으로 경영자가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같은 부분이 생긴 것 같고요. 그리고 회사의 안전 관리자들, 안전 감독관들이 과거보다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중대재해가 줄어들고 그 유형이 개선됐느냐면 ‘그렇지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인 것 같습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사용 중이던 가스 호스. 갈라진 부위를 테이프로 감은 채 사용 중이었다. (제공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사진 출처= 뉴스타파 중대재해법 그 후② 현대중공업 '호스 잔혹사' 13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사용 중이던 가스 호스. 갈라진 부위를 테이프로 감은 채 사용 중이었다. (제공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사진 출처= 뉴스타파 중대재해법 그 후② 현대중공업 '호스 잔혹사' 13년)

중대재해가 줄지 않았다면 달라졌다고 할 수 없지 않나요?

“달라졌다고 말씀드린 건 현장의 분위기인데, 실질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얘기죠. 사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기업들이 안전 예산을 증액하고 있기도 해요. 그런데 왜 실질적인 변화가 없는 건지 제가 몇 가지 사례를 통해서 들여다봤어요. 그 배경에는 항상 반복되는 문제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기업문화나 소통 구조 같은 건 달라지지 않았단 점입니다. 대부분 하청 노동자가 중대재해를 겪게 돼요.

저희가 보도한 몇 가지 사례를 보면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수차 알리는데도 그게 개선되지 않아요. 예를 들면 추락사 같은 경우 현장 노동자들이 안전난간 설치해달라는 요구를 해도, 제대로 된 소통 창구가 없어서 요구가 전달되지 않아 결국 안전난간 하나가 없어서 추락하는 사고도 있었어요. 또 폭발 위험성이 있다고 해서 고무호스 교체해달라고 요구했는데, 10년 넘게 끌어가면서 전면 교체에 나서지 않았다가 결국 폭발 사고로 사람이 죽는 일이 발생했거든요.

이런 원·하청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으니까 아무리 경영자 입장에서 돈을 쏟아붓고 안전 조치하라고 지시해도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거죠.”

중대재해 대부분이 하청에서 일어나나요?

“그걸 통계적으로 뽑아보지는 않았지만 저희가 들여다본 네 건의 사건은 하청 노동자가 70~80% 이상 사상을 입게 된 경우죠.”

지금까지 4건의 산재 사고를 다뤘는데, 기준이 있을까요?

“최근 방송에서 토크 형태로 200여 건에 이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건에 대한 대략적인 브리핑을 했는데요. 저희가 그 사건을 하나하나 다 봤습니다. 그 가운데 선별 기준이라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요 사업장들이었죠.

당진의 현대제철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중공업 중 하나고요. 같은 시기 창원 일대에서 일어났던 집단 중독 사건, 그 이후 울산 현대중공업과 여수의 화학공단으로 우리나라의 주요 산단 시설이 노후화됐다는 문제에 집중해서 일종의 유형별로 그리고 주요 사업장별로 사건을 들여다본 겁니다.”

뉴스타파 '중대재해법 그 후' 연속보도
뉴스타파 '중대재해법 그 후' 연속보도

삼표산업 채석장 재해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처음 일어나서 주목받았어요. 하지만 보도에서 다루진 않았는데 이유가 있나요?

“저희가 보도에 들어갈 시점이 3월이거든요. 삼표산업 사건은 이미 두세 달이 지나 있는 사건이었죠. 보도 시점만이 아니라 이 사건은 기존 보도에서 드러난 부분이 많았던 사건이라 이 외의 사건에 집중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재가 200건이나 발생했다고요.

“시행 다섯 달 가까이 돼 가는데 그 사이에 200여 건이에요. 저희가 일자로 계산해 보니까 1명에서 2명이 ‘매일’ 일터에서 죽어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법 시행 이전과 차이는?

“산재 사망자 숫자 자체는 매년 줄어들고는 있어요. 가장 많았을 때는 한 해 사망자가 2천 명까지도 발생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800명 수준이고,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매년 소폭 줄고 있는 추세이긴 합니다. 다만 올해 6월까지 상황으로 봤을 때는 줄었다고 보기 힘든 그런 숫자가 나오고 있는 거죠.”

올해 발생한 산재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산재 사망 사건을 한 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는 없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딱 한 가지인 것 같아요. 사건 자체의 성격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하루 한두 명이 죽는다는 사실 그리고 이 유형의 대부분이 ‘추락사‧끼임사‧깔림사’예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너무나 후진적인 산재 사건으로 여전히 사람이 죽고 있어요.

이 사건들의 면면을 들여다봤을 때,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현장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또 이런 사업장에는 소통 구조라든지 기업문화의 문제 그리고 경영인이 사람의 안전을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인식이 어김없이 있었다는 게 저희가 들여다본 200여 건 사건의 공통점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천NCC 폭발 사건 현장. 1톤 무게의 덮개가 인근 노동자를 덮치며 8명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 출처=뉴스타파 중대재해법 그 후④ 노후 산단의 '말할 수 없는 비밀')
여천NCC 폭발 사건 현장. 1톤 무게의 덮개가 인근 노동자를 덮치며 8명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 출처=뉴스타파 중대재해법 그 후④ 노후 산단의 '말할 수 없는 비밀')

가장 안 좋은 사례를 꼽는다면?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최악의 사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에 보도했던 여천 NCC 사건에서 8명 사상자가 발생했거든요. 노후 산단의 안전 문제였는데, 특히나 화학물질을 다루는 시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필연적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게 됩니다.”

산재가 발생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인가요?

“저희가 산재 전문가들 찾아가 자문했는데요. 공통으로 하는 얘기는 자꾸 ‘한 가지 이유’로 상황을 규정 짓지 말라는 거예요. 산재 사망은 굉장히 복합적인 이유로 일어나는데, 그걸 회사 쪽은 무조건 개인의 실수로 돌리려 하고 또 노동자 쪽은 구조적 원인으로만 돌리려는 식이다 보니 오히려 사고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어느 한쪽에 있지 않다는 걸 양쪽 다 인정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저희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크게 대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기존 산재 사건들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보면 되거든요. 기업 측에서는 항상 현장의 상황적인 부분을 개인의 과실로 몰아갔습니다. 산재가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다른 나라 대비 수많은 산재 사망사건이 발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구조적 문제가 굉장히 도외시되고 있어요. 그런 구조적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가 들여다봤을 때는 말씀하신 대로 이윤 부분이 큰 것 같습니다. 경영자는 그에 대한 조치를 안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거죠.”

국회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예외 조항이 추가되는 등 원안에 비해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 출처=뉴스타파 중대재해 처벌법... “그 법엔 내 가족 없습니다”)
국회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예외 조항이 추가되는 등 원안에 비해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 출처=뉴스타파 중대재해 처벌법... “그 법엔 내 가족 없습니다”)

중대재해 처벌 규정이 너무 약한 건가요?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많이 있었습니다. 여러 유가족의 요구로 다시는 노동 현장에서 사람이 죽는 일이 없도록 만들자는 취지로 추진됐는데, 입법 과정에 재계의 목소리가 일부 반영되면서 실효가 적은 법안이 만들어진 거죠.

사실 산재 사망사고 대부분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유예’ 조치를,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아예 적용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죠. 이 부분이 사실 법의 실효성을 굉장히 떨어뜨렸죠. 또 이전에는 최고경영자로 못박았던 책임 소재를 안전관리 책임 이사 정도로 완화하면서 빠져나갈 여지를 많이 열어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친기업 행보로 벌써부터 논란이 많은데요.

“과거 보수당이 집권했을 때의 분위기를 토대로 예측해보는 건데요. 기본적으로는 아직 판단할 근거가 적다는 생각이고요. 여러 가지 노동안전 관련 메시지도 동시에 보내고 있는데, 이런 게 실천으로 이어져야겠지요. 무엇보다 중대재해처벌법 경우에는 후퇴가 아니라 오히려 보완 입법이 필요하고, 사회적 분위기 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취재하며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요?

“보도에 그런 얘기를 조금 담았습니다. 제가 이 문제를 취재하는 동안 매일 아침 하는 일이 그날 몇 명의 사망자가 어떤 식으로 죽었을까를 들여다보는 거였거든요. 그 과정이 너무 마음 아프고 힘들었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우리가 무감각해져 있는 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어요. 사망자 사건 취재하면서 관련 동영상 같은 자료를 보게 되면 정말 참혹하거든요.

언론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시청자들에게 환기를 시켜, 최소한 구조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죽음은 막아야 된다란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후속 보도 계획은?

“중대재해에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지켜볼 생각이고요. 지금까지 주요 사업장이라든지 큰 기업 위주로 봤다면 이젠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들의 죽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죽음들에 대해서 좀 더 관심 갖고 싶습니다.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빠져 있는 내용인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무직 사이에서도 산재 사망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거든요. 우리 사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정보나 제보가 있으면 언제든 취재에 나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