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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KBS <시사기획 창> 박진영 기자

어떤 ‘공적’ 노동의 가치 ‘시급 948원’, 적정한가요?

2022. 06. 10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주택가 골목에서 폐지 줍는 노인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가난하고 자녀에게 생계 도움을 받기 어려운 이들이다. 하지만 폐지수집 노인이 몇 명인지, 한국의 가난한 노인은 왜 폐지를 줍는지, 이 일이 얼마나 힘든지 등은 알 수 없다.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폐지수집 노인 인구를 적게는 6만 명에서, 많게는 200만 명까지 추산한다. 어떤 숫자가 맞을까.

지난 5월 31일 KBS 1TV <시사기획 창>은 ‘GPS와 리어카’ 편(☞바로가기)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는 노인 빈곤의 대표적 사례인 폐지수집노동의 실태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하는 내용이 담겼다. 수신료의 가치에 부합한 방송으로 호평받은 ‘GPS와 리어카’ 편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KBS대구방송총국의 박진영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 1TV <시사기획 창> ‘GPS와 리어카- 폐지수집노동 실태 보고서’ 편

‘GPS와 리어카’ 편 방송 끝낸 소회가 궁금합니다.

“이번 내용을 5개월 정도 계속 취재했거든요. 그래서 사실 후련한 마음이 있고, 방송 후 노인 빈곤 문제에 관심 가지게 됐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기분이 좋습니다.”

폐지 줍는 노인분들에게 주목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지나가면서 폐지 줍는 분들을 많이 봤는데 나이 든 몸으로 왜 이런 힘든 일을 하고 계신지 궁금하더라고요. 찾아봤는데 자료가 없기도 해서 직접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취재하면서 생각이 달라진 부분 있나요?

“당연히 생계가 어려운 분들이 하실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저희가 예상한 것보다 실제 환경이 훨씬 더 열악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그 어려움의 수준이 심각하더라고요.”

얼마나 심각한가요.

“방송에도 나오지만, 밥을 제때 못 먹을 정도로 쉼없이 일을 해야 당장 내일 먹을 밥을 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계가 어려우시더라고요. 집도 한두 평짜리 집에서 다 해결하실 정도로 열악하고, 가족들과도 연락이 잘 안 되고 도움도 못 받는 등 굉장히 힘든 노후를 보내고 계셨어요.”

취재는 어떤 작업부터 시작하셨어요?

“일단 고물상을 돌아다니면서 노인분들 계속 만나 뵙고 상황이 어떤지 여쭤봤습니다.”

KBS 1TV <시사기획 창> ‘GPS와 리어카- 폐지수집노동 실태 보고서’ 편

77세 김은숙 할머니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작 회의할 때 시청자들이 가난한 노인들 이야기에 관심 가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거든요.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나오듯이, 한 사람을 주인공처럼 나오게 해서 관심을 갖게 하자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김은숙 할머니 이야기를 제일 처음에 배치했고 마지막에도 또 넣었습니다.”

취재하며 할머니 일하시는 모습 직접 봤을 텐데, 어땠나요?

“할머니가 굉장히 힘든 일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되게 밝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일을 그래도 재미있게 하시나 보다 생각했는데, 계속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실제 마음은 굉장히 아프고 힘든 걸 참는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이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힘드신가요?

“매일 새벽 5시부터 나와서 밤 8시, 9시까지 일을 길게 하니 겨울에 손이라든지 피부가 다 상해요. 또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계속 도로를 걷다 보니까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굉장히 위험하기도 하지요.”

새벽 5시부터 일을 시작하시던데 대부분 그러나요?

“저희가 열 분 섭외하고 취재했는데, 열 분 모두 6시 이전에 일을 시작하셨어요. 새벽 3시에 일을 하시는 분도 계셨고, 늦게 하시는 분도 7시부터는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KBS 1TV <시사기획 창> ‘GPS와 리어카- 폐지수집노동 실태 보고서’ 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던데요.

“보통 직장인이 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하잖아요. 이번에 취재하다 보니 폐지 줍는 분들 평균 노동시간이 한 11시간 반 정도 나왔거든요. 그러면 한 4시간 정도 일을 더 많이 한다는 건데요. 그것도 리어카를 끌면서 하는 거니까 일의 강도가 굉장히 높고, 또 길게 오랫동안 일하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노인분들이 매일 진통제를 드시면서 일하십니다.”

GPS 실험은 어떻게 한 건가요?

“전날 밤에 충전된 GPS를 한 대씩 나눠드리고, 다음 날 새벽에 나가실 때 GPS를 켜달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아침에 GPS를 켜서 목에 걸고 움직이시면 저희 컴퓨터에 일하는 시간과 경로 같은 게 다 기록이 되거든요. 그 데이터를 가지고 이분들이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일을 했는지를 체크했습니다.”

실험을 왜 한 거예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희가 노인분들한테 ‘얼마나 일을 많이 하세요?’라거나 ‘얼마나 걸으세요?’라고 물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노인분들도 사실 본인이 얼마나 오랫동안 일하고 얼마나 걸었는지를 잘 모르시더라고요. 그래서 단순히 구두로 인터뷰하는 것보다는 실제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그런 연구가 없었나요?

“지금 민간에서 노동 실태를 조사한 자료는 있는데 대부분 ‘할머니 얼마나 일을 많이 하세요?’라고 구두로 물은 자료였어요. 그러나 일하시는 분들도 잘 모르니까 정확하다고 볼 수가 없지요. 이번에는 GPS로 기록 데이터를 남겨 정확도, 신뢰성이 담보됐습니다.”

생계형 폐지수집 노인 10명은 어떻게 섭외하셨나요?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리어카 끄는 분들 발견하면 일일이 차에서 내려 ‘이런 취재를 하는데 도와주세요.’라고 요청했는데 그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어요. 그래서 고물상 몇 군데를 다니면서 사장님한테 ‘지금 이런이런 취재를 하는데 섭외를 부탁드린다.’라고 했어요.”

KBS 1TV <시사기획 창> ‘GPS와 리어카- 폐지수집노동 실태 보고서’ 편

노인분들 반응은?

“안 하고 싶다는 분들도 많으셨죠. 화를 내는 분도 계셨고 ‘왜 쓸데없이 이런 걸 하느냐? 못 믿겠다.’라는 분도 계셨고, 얘기 나누는 걸 좋아해서 말씀 잘해주는 분도 계셨고, 다양했지요.”

대부분 가족이 없으신가요?

“자식이 있는데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가 없는 상황들이 많더라고요. 자식이 장애인이거나 죽었거나 아니면 연락이 두절되는 등 다양한 이유로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노인분들도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어서 자식들에게 손을 벌릴 수가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하나 봐요.

“리어카에 폐지가 많이 쌓이면 시야 확보가 어렵더라고요. 또 자동차 도로 같은 곳을 다니기 때문에 교통사고 위험에 많이 노출되는 상황이에요. 저희가 여쭤보니까 열 분 중에 서너 분은 그런 사고 경험이 있으셨어요.”

리어카는 차도로만 다녀야 한다던데 너무 위험하지 않나요?

“그렇죠. 사실 저희도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 된 내용인데, 리어카는 현행법상 자동차로 구분돼서 차도로만 다녀야 되더라고요. 그런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차도로 다니면 차들이 달리다가 리어카를 늦게 발견하는, 그래서 위험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더라고요.”

리어카는 사람이 끌고 가는 건데 왜 차도로 가게 하나요?

“바퀴가 달렸으니 인도로 다니면 보행자한테 위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차도로 다니라는 거죠. 그러니까 리어카 자체가 차로 구분이 돼 있더라고요.”

KBS 1TV <시사기획 창> ‘GPS와 리어카- 폐지수집노동 실태 보고서’ 편

폐지수집노동 시급이 948원으로 계산되던데요.

“2022년도 최저임금이 9,160원이니까 거의 10분의 1 수준인데, 노동량에 비하면 대가가 너무나 열악하죠. 그동안 폐지수집에 관한 사회적 가치 같은 부분이 조명되지 않다 보니, 딱 폐짓값으로만 노동 대가가 산정됐습니다. 이번에 저희 다큐에서 주목한 게 폐지수집 노동의 미래사회적 가치 부분이거든요. 이 일이 단순히 빈곤 노인들의 생계 대책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노동 대가를 지불해야 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지금 나오고 있습니다.”

다큐에서 폐지 줍는 노인 인구수가 만 5천 명 정도로 산출됐잖아요? 생각보다 적은 것 같은데요.

“저희도 결과가 나오고 나서 적다고 생각했는데, 이 수치가 전체 폐지 줍는 노인들을 집계한 게 아니고 정말 오늘 폐지를 줍지 않으면 내일 당장 입에 풀칠하기 힘든 정도의 생계형 노인분들 수를 산출한 거거든요. 그래서 비생계형 노인분들까지 합치면 수치는 더 늘어날 거고요. 일단 1만 5천 명이라는 최솟값이 나온 부분에 의미가 있다고 하거든요. 이 1만 5천 명 정도의 생계형 폐지수집 노인을 보호할 사회적 대책이 필요한데, 관련 예산을 잡는다든지 정책 마련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기자 생활하면서 사회적으로 어려운 부분에 대한 내용을 많이 접하고 쓰지만, 기사를 통해서는 문제의 깊이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실제는 더 열악하고 힘들어요. 고령화에 양극화가 심화되며 우리 사회에서 노인 빈곤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후속 취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공영방송 KBS는 다른 방송사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목소리를 많이 담아야 되잖아요. 공영방송사의 일원으로서 이런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고 보호할 수 있는 기획 보도를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일종의 다짐을 했습니다.”

KBS 1TV <시사기획 창> ‘GPS와 리어카- 폐지수집노동 실태 보고서’ 편

취재하며 어려웠던 점은?

“방송에서 생계 곤란 같은 얘기를 한다는 게 사실 쉽지는 않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해서 관계를 맺고 이런 부분이 조금 힘들었죠. 노인분들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 한두 번 만나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계속 연락드리고 다가서는 과정 같은 게 어려웠는데, 말씀을 들으려면 당연한 과정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즐겁게 했습니다.”

취재는 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내용이 있을까요?

“생계형과 비생계형 노인들을 비교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흔히 폐지 줍는 노인분들 중에 외제 차도 타고 또 부자인데도 폐지 줍는 사람들이 있다는 의구심 같은 걸 가진 분들이 있잖아요. 실제 그게 그게 맞는지 아닌지를 저희 연구하시는 분들이 비교 분석한 게 있는데 그게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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