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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못 막게 기다리는 정치적 셈법

'개각'보다 '박근혜 패션' 택한 조중동

2011. 05. 06 by 김완 기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될 때까지 기다릴 작정인걸까? 개각을 앞두고 조중동의 기사가 너무 예사롭다.

이르면, 오늘(6일) 개각이 단행될 전망이다. 대강의 윤곽은 드러났고, 한 두 자리를 놓고 막판 고심 중이라고 한다. 6일 오후에는 청와대에서 모의 인사 청문회가 진행된다고 하니 사실상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인 셈이다. 6자리 이상의 장관이 교체되니 중폭은 넘는 수준이다.

언론은 오늘에 이르러서야 하마평을 썼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인사검증'은 않고 있다. 대체로 '어느 자리에 누가 간다' 수준의 관전기다. 개각을 앞두고, 청와대가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는 모르지만 언론의 보도만 보면 이번 개각의 흥행은 이미 실패한 셈이다. 이번 개각에 대한 언론의 관심 정도는 극단적으로 말해, 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의원의 패션만도 못한 수준이다.

▲ 박근혜 의원의 패션을 한 껏 띄운 6일자 중앙일보 4면
실제, 6일자 중앙일보는 한 면을 털어 박근혜 의원의 패션을 날짜별로 죽 훑었다. 하지만 개각에 대해선 1면 하단 박스 기사로 이름만 언급했을 뿐이다. 개각에 대한 관심이 없기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다.

물론, 일정한 위기감은 엿보인다. 조선일보의 경우 6일자 1면 '팔면봉'에서 "이 대통령, 이르면 오늘 개각. 이번에도 '역시나 인사'면 민심 물 건너가는데..."라며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팔면봉'의 경계심은 '민심 불지를 개각이라면 차라리 않는 게 낫다'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이어졌다. 과거 정부의 임기 말 개각 상황을 환기하며 조선일보는 현재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인사들이 "자기들끼리만 소통하면서 정권 내부 또 국민과의 사이에 두터운 불통(不通)의 벽을 쳐 민심에 거꾸로 불을 지를 수 있다"고 염려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이 경계심과 우려는 그래서 더 역설적인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미 누가 오르내리는지 알고 있는 입장이다. 오르내리는 인물들이 문제라면, 특정 후보에 대한 비토를 하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않았다. 애써 이번 개각에 대해 원론적 비판을 하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 될까를 간 보고 있는 셈이다. 조중동의 짤막한 하마평 보도는 MB가 이번 개각을 언제나처럼 '측근 회전문 인사'로 결론내릴 거라는 것을 이미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문제는 뻔히 보인다. 조선일보의 사설대로 될 것이다. 동아일보가 한나라당의 위기와 관련해 인터뷰 한 정두언 의원의 표현을 빌자면, 과거에 책임지고 물러났던 인사를 다시 써 "이 정부는 끝장날 것"이고 개각을 기점으로 민심 이반이 가속화 되면 "서울에서 한나라당은 10석도 힘들 수" 있다.

그런데 왜, 친정부 매체인 조중동은 이번 개각에 대해 사전 경고를 않고 조용히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걸까? 문제가 될 것임을 뻔히 알고, 문제가 되면 극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을 것을 분명히 내다보면서 왜 잠자코 있냐 말이다.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의 면면은 진부하다. 2008년 촛불 사태의 책임을 졌던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이 통일부 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다. MB의 최측근이다. 법무부장관은 법조계 TK인맥을 상징하는 권재진 민정수석이 영전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저축은행 사태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김석동 금융위원장 역시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승진을 준비 중이다.

4.27 재보선을 통해 민심은 확인됐다. '천당아래 분당'의 패배는 내년 총선이 여권의 지옥이 될 수 있음을 가리켰다. 조중동은 마땅히 정부에게 강력한 사전 경고를 주는 게 맞다. 하지만 않고 있다. 조중동이 정녕 MB의 레임덕을 걱정하고, MB의 임기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바라마지 않는다면 호미를 써서 '친위인사' 개각을 막아내야 한다.

하지만 조중동은 전혀 나서지 않고 있다. 정말, 둑이 터지길 기다리고 있다는 것 외에 다른 추정은 떠오르지 않는다. 둑이 터져 권력의 질서가 교체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은 개각 하마평 보도보다 박근혜 의원의 동정 보도에 훨씬 주력한 모습이다. 조중동이 바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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