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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 친박 갈등 절정…책임은 미루고 자리는 노리는

MB와 박근혜 전 대표의 '통 큰 결정'은 가능할까?

2011. 05. 03 by 김완 기자

4.27 재보선 패배 수습 방안을 두고 한나라당이 표류하고 있다. "탄핵 때보다 더한 위기"라는 진단에는 일치하고, 수습 방안 역시 얼추 요약이 되는 분위기지만 어떻게 실행할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접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는 수습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친이계와 친박계가 서로 책임은 미루고 자리는 차지하려는 극단적인 계파 이기주의를 보이고 있다.

우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쪽은 친박계이다. 4.27 재보선 패배가 일차적으로는 친이 주류로 구성되어 있는 현 지도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모습이다. MB 정부의 실정을 공공연히 하며 일정 정도 선을 그으려는 모습도 역력하다.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친박계는 대외적인 활동과 발언을 공세적 수위로 올리고 있다. 친박계의 좌장이라고 불리는 홍사덕 의원은 "새 지도부 구성에서 친박계를 배제할 경우 분당도 불사하겠다"는 초강경 발언으로 한나라당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어제, 한나라당 연찬회에선 이 발언의 진위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어졌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홍 의원의 발언에 대해 "분당을 가장 두려워하는 건 친박계"라며, 홍 의원의 발언을 "해당행위"로 규정, 맹비난했다.

하지만 홍 의원의 발언은 다분히 의도적이란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노림수가 있다는 지적이다. 홍 의원의 발언은 특히, 친박연대의 후신인 미래희망연대가 개최한 시산제에 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든 것과 맞물리며 파장을 낳고 있다. 당이 어려운 때에,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강조하며, 친박계가 조직을 동원해 당을 접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미래희망연대는 친박계의 대표적 외곽 조직으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산악회인 '청산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달 30일 계룡산에서 열린 '청산회' 시산제에서 미래희망연대 서청원 대표는 '가마솥론'을 주창하며 박근혜 대세론을 거듭 강조했다. 서 대표는 "여러분과 저는 뜨거운 불길을 견뎌내 밥이 잘되게 하는 가마솥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가 가마솥 역할을 할 때 봄은 오고 여러분과 함께 미래도 열릴 것"이라며 박 전 대표를 향한 변함없는 지지를 강조했다.

친박계의 활동성에 비해 친이계의 움직임은 수세적이다. '호루라기 지도부'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되어 '2선 퇴진'의 압박을 받고 있는 이재오 특임장관은 극히 몸을 낮추고 있다. 이 장관은 트위터에 아들에게 보내는 형식을 글을 올려 현재의 상황에 대한 갑갑함을 토로했다. 이 장관은 "아들아, 가슴속 깊이 분노가 치밀 때가 있을 것"이라며 "그때 하늘을 보고 허허허 웃어 보아라. 누군가에 배신을 당했을 때 허참 그게 아닌데 하고 웃어 넘겨라"라고 자신의 처지를 빗대기도 했다.

현재까지 한나라당이 제시하고 있는 수습책은 '친이 주류 퇴진, 계파 탕평, 박근혜 역할론' 정도로 요약된다. 엄밀히 말하면 하나의 문제의식이기도 하지만 서로 물고 뜯는 상황을 보자면 실행 과정은 만만치 않다. 오죽하면 이재오 계로 분류되는 이군현 의원 같은 이는 '이재오-박근혜 공동대표론'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박근혜 의원 측은 반응은 싸늘하다. 한 마디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란 반응이다. 친박연대 대변인을 지낸 한나라당 전지명 재정위 부위원장은 평화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이재오 공동대표 주장에 대해 "정치가 어디 어린애 장난이냐?"고 되물으며 "설득력이 없는 얼토당토 않는 경솔한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그리고 이 민감한 때에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 같은 이는 아예 공개적으로 "한나라당이 집권을 유지하는 길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친이(親李)계와 친박(親朴)계의 해체를 공동선언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黨)을 대권도전 단일체제로 전환하는 것뿐"이라며 당권을 박 전 대표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장관이 물러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 한나라당의 권력 지도 자체를 교체하라는 요구이다. MB와 박 전 대표가 '통 큰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결국,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 중인 박 전 대표가 돌아와야 한나라당의 논란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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