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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시험대에 오른 박근혜 스타일

박근혜, 장 담그면 늘 구더기 타령?

2011. 03. 31 by 김완 기자

▲ 31일 오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신공항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확실히, 임계점을 넘어선 모습이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이제 현실 권력의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다.

대구를 찾은 박근혜 의원은 "예측 가능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며 MB의 신공항 백지화를 정조준 했다. "10년을 내다보면 동남권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전면전을 택했다.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팎으로 워낙 어수선한 때인지라 정부와 여당 그리고 조중동에 이르기까지 보수 세력은 내심 박근혜 의원이 백지화 결정을 수용하길 기대했다. 그러나 '혹시나'의 기대는 깨졌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강약중강약'의 흐름으로 적당히 치고 빠지며 현실 권력과 미래 권력 사이에서 적당히 동조하고 견제하며 우애롭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지났다. 누가 권력의 변화를 먼저 그리고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느냐는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박근혜 의원은 단순한 계파의 수장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 미래 권력에 가장 가까이 있는 정치인이다. 그가 MB를 향해, "예측 가능한 나라"를 요구한 것은 결국 MB의 시대를 '예측 불가능한 나라'로 규정하며 기꺼이 그를 넘어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히기 충분하다.

동남권 신공항은 놀라우리만큼 신속하고 정교하게 단 하루 사이 여권은 물론 집권 세력의 기반 자체를 두 동강이 냈다. 어제(30일) MB를 향해 '탈당'을 요구한 의원들은 친박계라곤 하지만 대구시당에 소속되어 있는 현역 의원 전부이다. 대구는 고려대, 소망교회와 함께 이명박 정부의 골격을 이룬다.

'레임덕'은 권력을 이루는 조직이 서로를 헐뜯고 공격하는 분열에서 시작되고 완성된다. 대통령이 이미 신공항을 포기했는데, 영남권 전체가 신공항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이어 여권의 박근혜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대통령을 치받았다는 것은 상징적이다. 누가 지는 해이고 내일의 해가 어디서 뜰지를 여권 내에 선명히 각인됐다.

첫 번째 '레임덕' 논란을 불렀던 지난 1월의 정동기 감사원장 낙마 파문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상황이다. 당시에는 누수된 권력을 흡수할 누군가가 뚜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근혜 의원이 직접 움직이면서 권력의 지형이 재편될 수 있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동시에 성립된 셈이다.

청와대의 신속한 움직임이 위기의 정도를 반증한다. MB는 이번만큼은 '버티기'로 일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감지했는지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빨리 '대국민 담화' 일정을 발표했다. 어설펐던 경제성 검토와 공약 번복에 대해 분명한 사과를 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커뮤니케이션에 절대 둔감한 MB가 뭔가를 설명 하겠다고 나선 것만으로도 사태의 심각성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불안감은 충분히 읽힌다.

이제, 주목해야 할 것은 박근혜 의원의 행보다. 과연, 그가 어디까지 내달릴까 하는 점이 동남권 신공항 파문의 성격을 결정할 것이다. 그녀가 이 문제를 일회적 언급이 아닌 지속적 의제로 격상시킨다면, 권력을 이루는 지지 기반 전체가 흔들릴 것이다. 당내에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요구한다면 청와대와 당의 관계는 완전히 다른 배열로 정리될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의원은 못 미더운 사람이다. 박근혜 의원은 정치 감각은 그다지 영민하지 못했다. 늘 한 발 늦었다. MB의 정치 감각이 구더기가 있건 말건 개의치 않고 장을 담그는 스타일이라면, 박근혜 의원의 정치는 늘 장 담그고 나면 잠깐 구더기 타령을 늘어놓는 스타일이다. 호의적으로 말하면 신중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제대로 말하면 언제나 '무임승차'만 하는 얄미움 그 자체다. 그녀의 정치에선 진정성을 읽기가 어렵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박 의원이 정녕 동남권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자신의 대선공약으로 다룰 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하루 이틀 먼저 발언할 수 있었고, 당연히 그래야 했다. 하지만 논란이 짙어짐에도 박 의원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입장 발표를 계속 미루기만 했다. 박 의원의 이 굼뜬 움직임, 의뭉스런 행보는 경제적 타당성 측면에서 신공항을 백지화하는데 박 의원도 동의하는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여론의 향방을 가늠한 이후에 움직이는 박 의원의 '느림수'는 이번에도 청와대의 뒤통수에 제대로 한 방을 먹였다. 청와대 입장에선 황당할 수 있고, 분개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젠 진짜 게임이다. 공존은 불가하다. '적당히'라는 단어가 성립되지 않는 권력 게임은 시작됐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문제는 적절한 타이밍에 여론에 부응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언론 효과만 톡톡히 누리다 책임에선 빠지는 박근혜 스타일을 시험하는 첫 번째 무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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