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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손학규 출마 선언과 MB의 신공항 백지화 선언

분당 재보선, 권력의 터닝 포인트가 될 듯

2011. 03. 30 by 김완 기자

▲ 4.27 재보선 분당 출마 입장을 밝히고 있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연합뉴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앞장서서 직접 싸우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며, 분당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손 대표는 분당에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나라의 희망을 묻겠다"고 했다. 같은 시간, MB는 공식적으로 동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했다. MB는 "공항보다 기업이 낫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중요한 분기점이다. 리더십이 교차하고 있다. 야권의 대표 선수이지만, 여전히 일부의 미덥지 않은 시선을 받던 손 대표는 생각보다 일찍 그리고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만약, 손대표가 4.27 재보선을 거머쥔다면, 그의 정치적 운명은 곧장 '분당 위의 천당'으로 직행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MB의 질문은 그가 던졌던 그 어떤 질문보다 정치적으로 우매하고, 시기적으로 무감한 것이다. 영남권 전체를 적으로 돌려세운 MB의 결정은 국가 전체와 사회 전 분야를 조율해야 하는 입장에선 나름의 진정성이 있었겠지만 그 과정이 전혀 전달되지 않아 오히려 그의 독선과 기만만 강조되었다. 영남권이 MB에게 등을 돌린다면 그가 비빌 언덕은 정말 별로 남지 않는다.

손 대표는 출사표를 통해, 'MB 시대'에 대한 평가를 물으며 오는 '2012년 대선의 시대정신'이라고 할 만한 입장을 밝혔다. 손 대표는 MB 시대를 '분열과 차별, 특권과 반칙'으로 규정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이다. 그의 출사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4.27 재보선의 의미를 부여한 대목이다. 손 대표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세력과 미래를 위해 바꾸어야 한다는 세력의 대결에서 중산층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물음을 던졌다.

신공항을 백지화한 MB의 입장에선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다. '공항보다 기업이 낫다'는 인식이 경제적 실용의 입장이라기보다는 권력자의 특권처럼 비췄고, 타당성 없이 공항을 약속했다가 이를 뒤집으면서 또 다시 즉흥적으로 기업을 운운했다.

손 대표의 출사표는 프레임을 바꾸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의 쟁점을 소위 '분당 우파'와 이른바 '강남 좌파'의 이념적 대결이 아닌 특권과 반칙을 용인하는 중산층이 될 것이냐 아니면 특권과 반칙을 용인하지 않는 중산층이 될 것이냐의 윤리적 선택으로 전환을 시도했다.

신공항 백지화는 손 대표의 출마에 맞서는 전략이 아니다. 이미 예상됐던 손 대표의 출마였다. 하지만 여권은 아직까진 속수무책이다. 일부에선, 이미 실패한 선거에 대한 이른 책임론까지 분분한 모양새다. 한나라당은 분당에 누굴 출마시킬지 후보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내홍에 휩싸여있다. MB가 강재섭 전 대표는 안 된다고 했다는 정보가 흘려지고, 정운찬 전 총리의 내상은 주화입마 수준이다. 박계동 후보로는 손 대표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한나라당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다.

▲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반발하는 유승민, 이한구 의원 등 대구지역 의원들이 백지화 결정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국회 정론관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한나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분당 을에서 지면 분당(分黨) 된다"는 짤막한 문장으로 여권의 복잡한 상황을 단박에 정리했다. 분당에서 패배한다면 다른 차원에서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이 공멸할 것이란 공포감이 한나라당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도부 총사퇴는 물론 MB탈당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친이계가 MB탈당을 방어하려는 '순장조'와 자신의 생존을 위해 MB를 버리려는 수도권 친이계로 나누어 지는 것은 '레임덕'에 관한 가장 끔찍한 상상이다. 가뜩이나 지지기반이 얕고, 정치적 감각이 무딘 MB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정말 회의적이다. 굳이, 친박계까지 나서지 않아도 권력이 흩어진다면 MB는 물론 친이계 전체는 훗날을 도모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릴 것이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MB는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했다. 정치가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나쁠 순 없을 뚝심이다. 정치에서 1+1이 항상 2가 되지 않는다. 때론 -1, 100, 1000, 10000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 정치다. 재보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한 MB와 청와대의 정치적 감각, 청와대의 정무적 기능은 본의 아니게 손학규 중심의 정국에 가속도를 붙이는 결과로 작동할 것이다.

신공항 백지화가 경제적 타당성을 고려한 최적의 결과라고 하더라도 대표적 공약을 또 뒤집는 다는 건, MB의 시대가 무엇도 믿을 수 없는 불신의 시대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낙인이 될 것이다. 바로 이날, 손 대표는 새로운 나라로의 희망을 비전으로 던졌다. 분당의 선택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분당이 권력의 어제와 내일을 가르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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