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B 믿는 정운찬, 정운찬 믿는 이재오 < 비평 < 뉴스 < 큐레이션기사 - 미디어스

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주요메뉴

본문영역

비평

[비평]'믿습니까? 믿습니다' 연발하는 '순장조'의 풍경

MB 믿는 정운찬, 정운찬 믿는 이재오

2011. 03. 29 by 김완 기자

▲ 28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동반성장위원회 임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순장조'라는 전근대적 용어가 횡행한 것이야말로 권력의 무상함을 명쾌하게 짚어낸다. '누가 MB와 끝까지 갈 것이냐'는 질문은 잔인한 것이다. 그 질문은 누구도 MB와 끝까지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레임덕이 있다, 없다 찧고 까불어봤자 권력의 시간은 흐르게 되어 있고, 그 흐름이 거꾸로 향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굳이 지지율 같은 것을 까보지 않아도 단임제 권력일 뿐인 MB는 당연히 내림세에 접어들었고, MB를 중심으로 형성되던 권력의 자기장 역시 점점 흩어지고 있다.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신공항 백지화 논란은 임기 초였다면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을 성질의 문제였다. 특히나 과거 권위주의 정부 뺨치게 일사 분란한 상명하복이 이뤄졌던 MB정부에서 말이다. TK와 PK로 갈려져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이 논란의 실체는 MB의 뒤에 설 것이냐 MB를 넘어설 것이냐의 전선이다.

청와대가 사실상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내려놓고도, 30일까지 발표를 미룬 것은 뒤에 설 의원들의 수를 헤아려보기 위한 시간의 필요성 때문이다. 박근혜 의원이 입장 표명을 청와대의 공식 발표 이후로 미루면서 의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지만, 결국 의원들 역시 조만간 선택을 해야만 한다.

전망이 밝지 않다. 여기서 MB 뒤에 선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순장조'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체제로의 당 개편이 필연인 상황에서 MB 뒤에 섰다는 것은 엄청나게 부담스런 이력이다. 백지화 결정이 대선 공약을 뒤집는 것이란 명분까지 있는 상황에서 여 보란 듯 MB 뒤에 설 의원은 많지 않아 보인다.

▲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오 특임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정운찬 위원장을 믿는다"고 했다. ⓒ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게 치달으면 반드시 등장하는 한 명이 있다. MB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순장조의 주장,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잠시 언론의 관심에 비껴서있던 이재오 장관은 신공항 논란으로 MB가 수세에 몰리자 슬그머니 '정운찬을 믿는다'며 언론의 이목을 잡아챘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이 장관은 한국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분당 을 공천과 관련한 이러저러한 얘기 도중 "신정아 씨가 다른 사람들은 다 이니셜을 쓰고 정 전 총장만 실명을 썼는데, 본인(정 위원장)이 '교수나 대학의 명예를 손상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했으니 믿는다"며 정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과시했다. 발언의 타이밍 상 분당 을에 정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홍준표, 나경원 최고위원 등이 공공연히 정운찬 위원장의 공천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와중에 순장조의 조장이라고 할 이재오 장관이 정 위원장을 공개적으로 믿는다고 나선 것은 무슨 의미일까? 한 때 총명한 기운으로 한국 사회를 덮었던 정 위원장이건만, 정치 입문 2년여 만에 어느새 MB의 순장조로 '강제' 편입되는 가련한 운명에 놓인 것일까?

그런데, 마냥 가련하다고 만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지난 28일 정 위원장은 동반성장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며, "대통령의 동반성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MB로부터 직접, "확고한 지지를 확인했다"는 사실도 알렸다. 정 위원장의 발언을 복합적으로 해석해보면 결국 정 위원장은 MB의 사랑에 목말랐던 셈이고, MB가 격려해주자 다시 새로운 기운이 솟아난 셈이다. 남들이 뭐라 하건 말건 간에 말이다.

모두가 MB를 떠나는데 정운찬은 MB를 믿는다며 떠날 수 있던 마지막 기회마저 스스로 당아버린 셈이다. 이미 만신창이가 됐지만, 그는 그래도 분당 을에 가고 싶은 것일까? 어차피 만신창이가 난 평판은 금배지로만 수습된다고 믿는 것일까? 선관위는 동반성장위원회가 민간 기구이므로 위원장직을 유지해도 선거 출마에 지장이 없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그렇다면, 정 위원장은 민간인 중에선 가장 확실한 순장조원이 틀림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