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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무상급식이 낙동강 전선? 오 시장이 낙동강 오리알!

오세훈 시장은 '몰매'에 '쾌감'을 느끼는 걸까?

2011. 01. 21 by 김완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
불안에 영혼이 잠식되는 것일까? 오세훈 서울시장의 인식이 점점 탁해지고 있다. 21일 한나라당 지도부와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한 오 시장은 "서울시 무상급식 전선은 사실상 낙동강 전선이며, 여기에서 밀리면 부산까지 간다"며 "언론 보도를 보면서 '한나라당 당론은 어디로 갔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나라당이 무상급식 논쟁에 미온적이라는 점을 최고 수준으로 어필한 것이다.

그럴 만도 하다. 한나라당은 잘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이 직접, 서울을 지역구로 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한나라당 내 어떤 의원도 오 시장을 적극 엄호하지 않고 있다.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 매체들이 그나마 바지런을 떨며 오 시장을 돕지 않는다면, 하늘 아래 오 시장의 편은 없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의지할 곳 없는 적막한 신세가 바로 오 시장의 오늘이다.

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앞서 오 시장은 '한강 예술섬' 사업을 "서울 시민들에게 1~2만원씩 모금해서 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의회는 '한강 예술섬' 사업을 오 시장의 전시행정이라며 전액 예산을 삭감한 바 있다. 앞으로 완공 때까지 40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서울시민 전체가 당장에 4만원씩 내야 할 판이다. 덧붙여, 오 시장은 "삼성이나 현대나 큰 회사에 부탁하면 되지만 매번 부탁하는 것 같아 미안해서 못 하겠다"고 했다. 기업에게 미안해 시민들에게 '삥'을 뜯겠다는 심보다.

하루 앞선 어제(20일)는 "서울시에서 보조금 등이 나가는 버스·지하철 요금 등은 인상하고 택시요금만 동결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재정적자만 연간 수 천 억 원에 달한다"며 서울시에서 보조금이 나가는 버스·지하철 요금만 딱 집어 인상하겠다는 것이었다. 수 조원에 이르는 토목행정으로 발생한 재정 적자 얘기는 쏙 빼고, 또한 천문학적인 홍보비 절감 방안 없이 노인들의 '무임승차'만 핑계로 삼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청계천 공사', '버스 중앙차로' 등으로 사사건건 시민사회와 맞서며 엄청난 욕을 먹었던 전임 이명박 시장도 이렇게 까지는 아니었다. 오 시장처럼 몰아서 여론의 몰매를 맞기는 정말 쉽진 않은 일이다. 비호감을 넘어 이젠 아예 '주먹을 부르는' 행정이 연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낙동강 전선'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다른 까닭은 없다. 살 길을 도모할 수 있는데, 다 같이 죽을 길로 들어서는 정치인은 없다. 오 시장은 "이길 수 있어서가 아니라 이겨야 하기 때문에 '낙동강 전선'에 서야한다"고 설레발을 펴고 있지만, 안상수 대표는 의외로 쿨하게 "중앙당 차원에서는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오 시장의 '낙동강 전선'이 '이길 수 없고, 이겨도 본전인 전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간단하다. 막연한 위기감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로 심상치가 않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모노리서치>가 20일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서울권의 61.2%가 '잘 못한다'고 응답했다. 전체 서울 시민의 2/3가 이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자신이 속한 지역의 국회의원을 내년 총선에서 다시 뽑겠느냐는 질문에는 51.4%가 '뽑지 않겠다'고 답했다. '다시 뽑겠다'는 응답은 24.6%에 불과했다. 서울의 국회의원 48명 가운데 40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절반 이상은 자리가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8월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 참석해 “무상급식 문제는 재정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나 4개월만에 말을 바꿨다. ⓒ허재현
전반적으로 하향세이지만 서울에선 유독 MB와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더 낮게 나오고 있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 상당 부분의 책임이 오 시장에게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오 시장이 '낙동강 전선'을 말했는데, 오 시장의 잇따른 실정으로 한나라당의 지지세 자체가 아예 '낙동강 전선'까지 내려앉는 추세다. 오 시장이 행보를 할 때마다, 서울에서 한나라당 표가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낙동강 전선'을 부르짖은 오 시장이지만 그래서 오 시장이야 말로 한나라당의 '낙동강 오리알'이다. 박근혜 의원마저 '생애주기별 복지'를 승부수로 띄우고 있는 마당이다. 가장 유력한 미래권력의 슬로건을 힘껏 거슬러, '낙동강 오리알'과 함께 정치적 생명을 건 모험에 동참할 현직 정치인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오 시장이 그냥 '오리알'이 아니라 '회색 오리알'에 가깝다는 점이다. 무상급식에 정치 생명을 건 오 시장이지만, 그의 주장이야 말로 '무상급식'에 가깝다. 급식에 대한 오 시장의 입장은 "저소득층 위주로 차츰 소득 50%까지 확대 하자"는 것이다. 70%를 이야기 한 적도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걸 "단계를 두되, 최대한 빨리 전면적으로 100%까지 하자"는 입장이다. 이 차이를 '낙동강 전선'에 비유하며, 정치적 생존을 걸 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엄밀한 용어로 구분하자면, 민주당의 주장은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의무급식'이라고 할 만하고, 전체는 아니되 다수에게 급식을 제공하자는 오 시장의 주장이 더 '무상급식'이란 용어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50%(혹은 70%)와 100%의 차이는 연간 2~300억 원 안팎에 불과하다. 서울시 예산 규모를 감안할 때, 감히 미비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정치적 감각이 '상식'에 입각한 사람들은 도대체 왜 오 시장이 "내 팔뚝을 넣어서라도 무상 급식을 막겠다"며 정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지 이해할 길이 없다. '보편적 복지 vs 선택적 복지'의 논란에서 한 쪽의 상징 아이콘이 되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할 수 있겠지만, 고작 2~300억 원의 차이를 두고 시정을 마비시키는 '협량'의 이미지와 득실을 비할 바는 아니다. 더욱이 오 시장이 '보편적 복지'에 맞서 '세금폭탄론'을 들고 나온 장면은 연간 수 조원에 이르는 토목을 일으키고 있는 당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종의 '자기 살해 논리'다.

정말, 불안에 영혼이 잠식되어 자꾸 인식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일까? 혹은 야대여소가 된 시의회에 '앙탈'을 부리며 과한 '밀고 당기기'를 하자는 것일까? 아니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심정으로 박근혜 중심의 차기 질서에 맞서 '떼'를 써보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부고 기사 빼고 다 환영한다는 정치인의 속성상 여론의 몰매를 맞는데 '쾌감'을 느끼는 것일까? 이래저래 설명이 되지 않는 몰매 맞는 오 시장의 서울 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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