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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일본 언론 보도, 청와대는 부인...국내 언론의 선택은?

한일군사협정, 또 '지곤조기' 파문인가

2011. 01. 05 by 김완 기자

▲ 한일군사협정 체결을 우려한 5일자 경향신문 1면
청와대는 부인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확대해석을 하지는 말아달라고만 했다. 전혀 다른 이야기다. 온도차는 확연하다. 국방부는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일본의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상은 오는 10일 한국에 온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4일, '한국과 일본이 포괄적 협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공동선언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한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직접 확인해 주었다'는 언급도 있다. 앞서, 말했듯 10일 일본의 방위상이 한국에 온다.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있다. 요미우리는 이 회담에서 ‘군사비밀보호협정 및 상호군수지원협정’이 맺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찾아보니,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있던 얘기다. 간헐적인 보도가 있긴 했지만, 대다수의 국내 언론들이 침묵했을 뿐이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11월 9일자 보도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방위 비밀의 보전·교환에 관한 규칙을 포괄적으로 정한 '군사정보 포괄보호협정(GSOMIA)'에 관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협의의 목적은 '북한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군사전략과 관련 정보를 한국과 일본이 상호 교환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썼다. 미국이 이미 승인했다는 내용도 있고,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무상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간의 공감이 있었단 언급도 있다.

당시에,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관련 사실을 즉각 부인했다. "한·일 국방당국은 비밀보호에 대한 문서의 체결에 공감하고, 현재 실무차원에서 이를 검토하고 있으나, 북한의 비상사태나 중국의 위협을 대비할 목적이라는 건 사실과 다르다"며 문제를 군의 실무적 교류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당시, 한국 사회는 검찰이 전격적으로 국회의원 11명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청목회 사건'으로 뜨거웠을 때다. 거의 모든 언론이 연일 청목회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그리고 한미FTA 재협상이 시작된 무렵이기도 하다.

한일 간 군사적 교류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은 미국의 오랜 입장이었다. 중국에 맞서 한일을 하나의 범주, 동일한 군사적 카테고리에서 관리하는 것이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기본적 구상이다. 그러나 쉽진 않다. 일단, 한일 간의 역사적 관계가 어렵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입장의 차이 또한 엄연하다. 미국이 바라보는 중국과 한국이 보는 중국, 일본이 보는 중국은 각각 다르다. 미국이 오래도록 요구해왔지만 한일 군사 동맹이 성사되지 않았던 근본적 이유다.

아사히와 요미우리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명박 정부가 엄청난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오래도록 유지해왔던 역사적 균형을 깨려는 것이다. 더 엄청난 것은 중국도 아닌 북한을 이유로 말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그러면서 오래도록 쉬쉬해왔단 점이다.

여기엔 한 가지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보도해왔지만 왜 국내 언론들은 침묵해왔는가 하는 점이다. <아사히신문>의 보도가 있었던 11월은 '종편 및 보도 채널 사업자 선정'을 코앞에 두고 있던 때다. 사업자에 응모한 10여 개 언론은 몰랐던 것인지 참았던 것인지 관련 내용을 철저히 묻었다. 물론, 그 언론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지상파 뉴스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런데 처음이 아니다. 비슷한 풍경은 여러 번 있었다. 일본 언론이 보도하면 청와대는 부인하고, 국내 언론은 뒤늦게 청와대 해명과 변명을 중심으로 관련 문제를 다루는 장면은 이 정부 들어 몇 차례나 반복됐던 고질적 풍경이다. 대표적인 것이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신조어에 꼽히기도 했던 '지곤조기'(지금은 곤란하니 조금 기다려 달라) 파문이다.

'지곤조기' 파문은 지난 2008년 7월15일 <요미우리> 신문이 “일본 G8확대정상회의 도중 이 대통령과 후쿠다 총리가 잠시 만났을 때, 후쿠다 총리가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표기하겠다’고 통보했고,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는 것을 일컫는다. 요미우리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즉각 부인했고, 조중동을 비롯한 국내 언론들은 뒤늦게 '일본 언론을 믿고, 정부는 안 믿느냐'는 청와대 프레임을 중심으로 관련 문제를 다뤘다.

이 때 나왔던 말이 '언론장악'의 효과가 정말 대단하단 것이었다. '지곤조기' 파문을 통해 어떤 이슈가 정부에게 불리할 때, 이를 언론이 스스로 따져 침묵을 결정하는 카르텔이 이미 확고히 안착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친정부적 수구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지곤조기' 파문에 비해 한일군사협정 체결은 더 어마어마한 문제이다. 양국이 과거에 역사적으로 불행한 관계였기 때문에 안 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은 전범 국가였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평화헌법을 유지해야 할 국제적 책임이 있는 나라이다. 일본의 평화헌법 9조항은 '일본의 군사적 팽창을 억제하는 동시에 동북아 평화조성의 토대가 되는 기본원칙'에 관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오래 전부터 관련 법 조항의 개정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번번이 가로막혔다. 그런데 '한일군사협정'이 체결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일본의 군사적 재무장, 자위대의 해외 확장에 결정적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한국도 괜찮다는데'는 국제 사회에 놀라운 면죄부로 작동할 것이다.

한참 어리석은 짓이다.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긴장관계를 빌미로 일본이 군사적 재무장을 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것이야 말로 '국격'의 침탈이고, '국익'의 막대한 침해이다. '한일군사협정'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지 못한다.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외려 동북아를 무한 군비 경쟁의 시대로 끌고 갈 것이다. 미중 간의 패권 다툼이 계속되는 한 동북아에는 신 냉전 구도가 고착되는 촉매가 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이다.

부인할 문제가 아니다. 부인하다가 협정에 서명 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언론이 양비론을 취할 사안도, 관망할 문제도 못된다. 전쟁과 평화의 프레임이지 당장에 정부에 유불리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 언론의 집단적 망신이었던 '지곤조기' 파문의 재현이 아니어야 한다. 일본의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상은 오는 10일에 온다. 5일의 시간이 남았다. 그 때까지 언론이 사력을 다해 막아야 한다. '조중동매연'에 맞선, 비 특혜 언론의 힘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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