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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한 보도로는 '전쟁'을 막지 못한다

연평도 사격 훈련,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2010. 12. 19 by 김완 기자

▲ 연평도 사격 훈련 여부를 헤드라인으로 편성한 18일 SBS <8시 뉴스>
우리 군이 연평도에서 사격 훈련을 재개하기로 함에 따라, 한반도의 긴장 국면이 다시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지난 18일 실시될 예정이었던 훈련이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20일 혹은 21일로 연기된 상황이다.

우선, UN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연평도 사격훈련 재개를 앞두고 UN안보리가 소집됐다. 러시아 언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안보리 소집요구는 '러시아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UN의 러시아 대사는 "유엔 안보리가 남북에 (긴장을) 억누르는 신호를 보내야 하고, 남북 사이에 논쟁적인 모든 쟁점을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외교적 활동에 착수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역시 '한반도 사태가 추가로 악화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외교부 성명을 발표했으며 류우익 주중 한국 대사를 소환해 훈련 중지를 요구했다.

연평도 포격이 있었던 지난 11월 23일 우리 군은 연평도 해안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하며, K-9 고폭탄 등 포를 비롯한 11종의 사격 장비로 총 3.657발의 사격을 했던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당일 오전 북한은 <남북장성급군사회담>단장 명의의 통신문을 통해 '북측 영해에 대한 포 사격이 이루어질 경우 즉각적인 물리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했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북한과 한국의 영해 개념이 다른 상황에서 무리한 포 사격으로 북한의 군사적 오판을 자극한 것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북한은 물론 중국 역시 한국군의 포사격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었으며 이후 정부는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UN안보리에 북한을 제소조차 않기도 했다.

현재 연평도에는 K9 자주포는 물론 MLRS 다연장포, 천마 대공 미사일 등이 추가 배치되었고, 유사시 정밀폭격을 위한 F15 등 전폭기들도 출격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미군 20여명이 연평도에 배치돼 북한이 연평도를 다시 공격할 경우 자동적으로 미군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해둔 상황이라고 한다.

상황은 전쟁 직전의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인식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고 강경해 보인다. 18일 SBS <8시 뉴스>에 따르면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위협이나 중국, 러시아의 반대 등 외교적 요인은 고려 대상이 아니며 다음 주 월, 화 중에 반드시 사격 훈련을 실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은 이미 대거 연평도를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방송 뉴스들은 다소 무신경해 보일 정도로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안일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관련 내용을 헤드라인으로 다루긴 했지만, 마치 제3자인냥 훈련 여부에 대한 공방식 보도 태도를 취했다. 방송 3사는 주민들의 불안감이나 외교적 신경전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격 훈련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연평도 사격 훈련이 '통상적으로 시행되던 군사훈련'이라고는 하나 지난 포격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는 것은 자명하다. 연평도 사태 이후 청와대가 '확전 방지를 지시했다'는 메시지 관리의 무능함이 언론에 집중 부각된 이후 정부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보복', '확전 불사' 등의 표퓰리즘 성격의 강경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쯤 되면 언론이 차분하게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으며 북한을 자극하는 훈련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텐데 언론은 냉정한 판단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군은 오는 월요일 혹은 화요일에 훈련을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아직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는 셈이다. 국가의 존재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평화를 유지하는데 어떤 것이 더 도움이 되는 것인지 언론이 보다 명확하게 가려줄 필요가 있다. 북한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주변 국가들의 한결같은 만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에 이르기까지 훈련을 반대하고 있는 이들의 주장에 귀 기울일 대목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연평도 사태라는 악몽은 한 번의 경험으로도 충분히 족하다. 어떤 전쟁도 평화보다 좋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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