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 당원 투표가 막을 올렸다.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케이보팅(K-voting) 시스템을 활용한 온라인 투표가 시작됐고, 25~26일 ARS투표가 진행된다. 이처럼 국민의당 당권경쟁이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이언주 의원의 당 대표 선거 출마 이유다.

사실 정동영, 천정배 두 중진의원의 출마는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었다. 정 의원의 경우 안철수 전 대표의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당을 이끌 구원투수로 이름이 오르내렸고, 천 의원 역시 노련한 중진의원으로 호남 기반의 정치를 주장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의 출마 역시 출마가 부적절하다는 여론도 있지만, 현재 호남과 비호남으로 나뉘어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당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 (연합뉴스)

그러나 이언주 의원의 출마는 개연성이 떨어진다. 안철수 전 대표 출마 당시 스스로 "안 전 대표를 돕겠다"고 말했던 이 의원이기에 더욱 출마 의도가 불분명하다. 당초 이 의원은 안 전 대표를 뒷받침 하기 위해 당 대표가 아닌 최고위원 선거에 나갈 거란 관측이 우세했었다. 지난 11일 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은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진 기자들에게 "반장 친구는 반장선거 못 나가나"라고 반박했다.

출마 선언 이후 '반장 친구' 이언주 의원은 '반장' 안철수 전 대표에게 맹폭을 가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나치게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계신 게 아닌가"라면서 "나만이 이 위기의 당을 구할 수 있다, 내가 이 당의 창업주다, 이런 생각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안 전 대표를 지적했다.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는 안 전 대표를 겨냥해 "안철수 후보는 자기 철학이 분명하지 않고 애매하기 때문에 제3정당 지도자로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언주 의원은 정동영, 천정배 의원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던졌다. 이 의원은 "정동영, 천정배 후보는 민주당과 노선 차이가 없다"면서 "그래서 (정, 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우리 당 독자 지지층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렇게 되면 당이 소멸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이언주 의원의 출마는 미스터리다. 당선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안철수, 정동영, 천정배 세 후보는 서로 각축을 벌이면서도 결선투표 성사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이 의원은 없다. 광주 지역지 무등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 천 의원 측은 안 전 대표 35~40%, 정·천 의원 25~27%, 이 의원 5% 가량의 득표가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초청토론회에서 이언주 의원(오른쪽 첫 번째)이 당 대표 후보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천정배 의원, 안철수 전 대표, 정동영 의원. (연합뉴스)

따라서 이언주 출마 '미스터리'에 대한 갖가지 분석이 제기된다. 먼저 이언주 의원의 출마가 언론의 관심을 받기 위한 수단이란 분석이 있다. 많은 정치인들이 빠지는 '언론의 함정'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정치인들은 종종 언론에서 자신을 주목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 언론에 표출되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게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의 증언이다. 결국 이 의원도 언론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출마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언주 의원이 대선 직후 '밥하는 아줌마', '임금 체불 신고 안 하는 게 공동체 의식' 등의 발언으로 무너진 자신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출마했다는 설도 제기된다. 이 의원이 관련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해명했지만, 좋지 않은 이미지가 국민의 뇌리에 심어진 만큼 전당대회를 계기로 정견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얻으려 했다는 분석이다.

또 한 편으로는 전당대회 흥행을 위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대선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최근의 막말 파문을 겪으면서도 언론의 관심을 받았던 이언주 의원이었던만큼, 흥행 요소가 적은 국민의당 전당대회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관전포인트'를 자처했을 거란 얘기다.

이와 관련 엄경영 데이터앤리서치 소장은 "이언주 의원의 출마의 경우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 "다만 결과적으로 이번 국민의당 전당대회의 관전포인트는 하나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 많은 분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언주 의원의 출마는 분명 '의외'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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