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2017)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이미 천만 관객을 넘은 <택시 운전사>(2017)가 천만 관객을 넘기며 시들해진 면도 있지만, 아무튼 최근에 개봉한 영화 중 가장 핫한 영화는 <공범자들>이다.

<공범자들>은 MBC 해직 언론인인 최승호 감독이 '이명박근혜'로 대표되는 지난 10년간, 공영방송을 몰락시킨 주범과 공범자들에게 그 책임을 묻는 통렬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MBC <PD수첩> 전성기를 이끈 대한민국 대표 저널리스트답게 작품 내적인 완성도도 훌륭하지만, 아무래도 영화의 배경이 되는 MBC와 KBS의 현 상황에 이목이 집중된다.

영화 <공범자들> 스틸 이미지

<공범자들>의 개봉 및 흥행과 맞물려 현재 MBC 구성원들은 그간 MBC를 망친 사람들을 귀가시키기 위한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KBS 역시 고대영 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한 끝장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제는 공영방송을 망치는 적폐들이 MBC, KBS 주위에 얼씬도 못하도록 뿌리째 뽑아야할 터이다.

한동안 MBC를 두고 ‘엠빙신’이라고 부를 정도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시민들이 MBC 구성원들의 공영방송 정상화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우나 고우나 공영방송은 '권력의 감시견'이라는 언론의 제 역할을 해내야 한다. 그래야, 최승호 감독의 말대로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공영방송이 권력의 하수인을 자처하며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고, 나라가 혼돈에 빠졌다.

방송출연·업무 거부에 돌입한 MBC 아나운서 27명은 2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상암 MBC경영센터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출연 방해·제지 등 아나운서 업무 관련 부당 침해 사례 등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공영방송 특히 MBC는 여전히 박근혜, 최순실의 하수인을 자처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틈만 나면 공영방송 정상화 의지를 피력하는 문재인 대통령. 하지만 지난 정권에 충성했던 부역자들은 여전히 꾸역꾸역 자리를 지키며 물러설 의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시민들은 안다. 지난 권력의 부역자 역할을 한 MBC를 원망하고 미워했지만, 그래도 망가진 MBC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PD, 기자, 아나운서들이 아직 MBC에 있다는 것을. 특히 22일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MBC 아나운서들이 밝힌 ‘아나운서 잔혹사’는 어마어마했다.

지난 2012년, MBC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MBC를 대표하는 간판 아나운서들이 보직을 잃거나 회사를 떠나야 했다. 특히 손정은 아나운서는 단지 MBC 경영진에게 인사를 안 했다는 이유로(손 아나운서를 정작 그를 마주친 적도 없다는데), 그나마 맡던 라디오 뉴스에서 하차했다고 한다. 최근 퇴사한 김소영 전 아나운서는 지난해 10월 뉴스 앵커에서 하차한 이후 무려 10개월간 벽만 보다가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손정은, 김소영 아나운서에 대한 출연 제의는 많았지만 국장선에서 알아서 정리했다고 한다. 그 사이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체제에 제대로 협력한 배현진 아나운서는 뉴스데스크 최장수 앵커 기록을 갱신 중이다.

영화 <공범자들> 스틸 이미지

이제 문재인으로 대표되는 새 시대가 시작된 만큼, 썩을 대로 썩었던 공영방송도 새 그릇에 담아야 한다. 다행히 MBC에는 아직 공영방송의 책무를 잊지 않고 실천하려는 언론인들이 여럿 존재한다. 사측으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당한 언론인들까지 돌아오면, 빠른 시일 내에 MBC가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더욱 얼마 전 <공범자들>을 보고 MBC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을 읽었다. 이제는 시민들이 공영방송 언론인들의 자성과 투쟁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이다. 미우나 고우나 공영방송은 살아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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