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국민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특정 브랜드의 생리대를 사용한 여성들이 생리불순을 호소하고 있어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발표와 화학물질 검증절차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식약처가 지난 21일 “살충제계란 평생 먹어도 문제없다”고 발표한 데 대해 환경보건학회와 대한의사협회는 “만성독성·발암물질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보건학 박사)는 23일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비펜트린·피프로닐과 같은 독성물질의 만성독성 부분은 검증하기 어렵다”며 “시장에 나온 지가 20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센터장은 “비펜트린·피프로닐과 같은 살충제 성분은 단순한 독성물질이 아니다”면서 “미국·유럽에서는 이 성분을 동물 발암물질 또는 인체 발암 가능물질로 분류하기 때문에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센터장은 달걀에서 검출된 또다른 화학성분인 DDT에 대해 “살충제의 대명사로 잔류성이 매우 강해서 토양에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닭을)방목하는 지역이라 할지라도 과거 과수원 지역이나 DDT를 많이 사용했던 지역에 대해 사전 토양검사 등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브랜드의 생리대를 사용한 이후 생리불순을 호소하는 여성들의 제보가 이어지면서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된 상품은 식약처의 인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환경연대는 피해사례를 제보받고 있다. 현재까지 부작용 피해 제보 건수는 2200여건에 달한다.

여성환경연대는 성명을 통해 “생산 순위가 높은 제품 위주로 10개의 생리대를 성분 검사한 결과 10종 모두에서 발암물질, 피부자극성 물질 등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이 문제가 된 제품 성분을 공개했으나 이는 사용된 원료 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실제로 일회용 생리대 속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지 못한다”며 “여성들이 호소하는 불안감이나 고통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릴리안 생리대 전성분 표시 (출처=릴리안 홈페이지)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현행 허가기준에는 이런 화학 물질들에 대한 기준치도 없고 그래서 걸러 내거나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식약처가 허가를 내줬는데 허가기준이 화학물질들을 포함하고 있지 못한다”며 “생리대뿐만 아니라 질 세정제나 청결제 같은 여성용품 전반에 대해서도 미리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기준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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