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재인 정부가 국정운영 100대 과제에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신장’을 제안한 가운데 언론학자들은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내용규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공정성 심의'를 '자율심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방심위 정상화와 공정경쟁질서 확립’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한국언론정보학회 언론정상위원회 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언론계 학자들은 지난 정부에서 언론의 비정상 분야 중 심각한 문제가 ‘심의 제도'였다는데 입을 모으고 방송통신심의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방심위 정상화와 공정경쟁질서 확립’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한국언론정보학회 언론정상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진보든 보수든 어느 정권이 집권하더라도 국민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거나 언론독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지난 6월 제3기 방통심의위의 임기가 만료돼 업무가 정지된 상태지만 새로운 위원회 구성은 미뤄지고 있다”면서 “여·야 추천 인사를 6:3으로 할지 5:4로 할지 논의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내용과 관련된 정책 개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방통심의위 정상화를 위해서는 심의 범위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 교수는 “심의제도에서 상당부분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공정성 심의’는 전면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내용규제 정책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방송통신 미디어에서 유통되는 내용물을 일일이 심의 제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향후 내용규제 정책이 강화되어야 하는 분야로 어린이청소년 보호, 광고규제, 폭력·혐오·음란 표현물 등을 꼽는다”고 설명했다.

또 윤 교수는 “방통심의위의 법적 성격과 위상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방송법제상 내용 규제는 방통심의위가 하고 실제 행정 제재는 방통위가 해 법적 성격과 위상이 모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미디어 환경에서는 책임 있는 국가기관이 내용규제를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내용규제에 대한 책임소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방통심의위가 심의 제재 결정과 행정처분 명령까지 가능하도록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10년간 방통심의위의 역할은 표현의 자유 억압이었다”며 “방통심의위의 폐해는 침묵을 강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애초에 공정성 기준을 누가 어떻게 세울 수 있는가”라며 방통심의위와 같은 외부기관의 공정성 심의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는 “방송법은 뉴스·시사 프로그램에만 공정성 심의를 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방통심의위법은 프로그램 장르에 상관없이 공정성 심의를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하위법이 상위법보다 규제 범위가 넓다”고 지적했다. 이어 “뉴스는 보도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높아 허위사실유포·어린이청소년 유해정보·혐오표현 등에 한해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외에는 규제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또 “모든 언론에 방통심의위가 설정한 공정성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며 “각 언론사 내부에서 스스로 공정성 기준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승선 충남대 교수는 ‘종편 특혜 및 방송시장 공정경쟁 질서확립’과 관련해 “방통심의위가 심의과정을 종편문제 해결과 연결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종편 콘텐츠는 앵커·기자를 이용한 편파적 저널리즘 특색을 보이며 일상적으로 반생명적이고 혐오적인 보도를 일삼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통심의위 위상을 행정기구로 명확히 강화해 어린이청소년 보호, 혐오표현 등의 내용규제를 신경 쓴다면 종편 제재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방통심의위가 대표성과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위원회 구성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심 교수는 “방통심의위는 어린이청소년 보호, 소수자 보호 등 다양한 인권보호를 위해 미디어 내용을 규제하는데 위원회 구성은 획일적”이라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일례로 방통심의위 3기에 걸쳐 여성위원은 단 2명에 그치고 있다”며 “성별·연령별·지역별 쿼터를 보장해 전문성과 대표성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미정 광운대 강사는 “방통심의위 구성이 6-70대 남성만으로 구성되는 상황에서 급변하는 미디어 실정에 맞춰 상황에 맞는 심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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