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필견의 영화인 <인빅터스 Invictus>는 단순함이 최고의 가치를 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실제 사건을 담아내면서도 자연스럽게 흐름을 타는 영화의 힘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이기에 가능한 노련함이었습니다.

넬슨 만델라와 럭비, 전두환과 프로 스포츠

흑백 화합의 상징이 된 넬슨 만델라(모건 프리먼)는 극단적인 인종 차별 국가인 남아공에서 차별 없는 화합의 가치가 얼마나 위대한 지를 보여준 위대한 인물이었습니다. 오랜 흑인과 백인의 차별을 넘어서 처음으로 흑인들도 참여한 국민 투표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만델라가 처음 진행한 것은 다름 아닌 차별 철폐였습니다.

흑인이 정권을 잡자 백인들은 당연하게 자신들이 해왔던 악행을 되돌려 받는 것은 아닌가란 공포에 휩싸이게 됩니다. 당연히 흑인들은 백인들을 뒤엎고 나라의 주인이 되며 그동안 백인들에게 당했던 설움을 모두 해소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 잡혀 있었습니다.

그런 극단적인 분열의 상황에서 만델라가 선택한 것은 차별 없는 화합이었습니다. 백인 정부 시절 일을 했던 이들과 함께 하고, 그 시절 자신들을 감옥으로 보냈던 정보부 요원들을 경호실 요원으로 배치하는 등 백인들이 우려하는 상황과는 달리 함께 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가상했지만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만델라가 꺼내든 카드는 백인들이 사랑하는 럭비였습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스프링복스'팀을 통해 흑백 화합의 가치를 보여주고자 결심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만델라의 노력은 대표팀 주장을 맡은 프랑소와 피나르(맷 데이먼)와 뜻을 공유하며 본격적으로 진행됩니다.

1995년 남아공에서 개최되었던 럭비 월드컵에서 자국의 '스프링복스'가 우승을 하면 한 없이 깊었던 감정의 골이 메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만델라의 의지가 투영되어 화합의 장이 되는 상징적인 장면은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이들은 전두환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80년 피의 5월로 공포 정치를 시작한 그가 이듬해 자신의 정권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우민화 정책을 시도하며 소위 3S라 명명된 특화된 양식을 전면에 내세웠었습니다.

국민들의 화합을 위해 만델라나 전두환이나 스포츠를 매개로 삼은 것은 동일했습니다. 그러나 만델라는 억압과 폭압에서 이겨내고 복수를 제거한 화합의 방식이었다면, 전두환은 자국민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체육관에서 거수기들을 모아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선 후 자신을 부정하는 국민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스포츠를 사용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만델라와 전두환의 차이점은 명확합니다. 오랜 시간 그들을 억압해왔던 흑백 갈등을 해소하고 분열된 조국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대중들이 가장 선호하는 럭비를 매개로 사용한 만델라는 스포츠라는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좋은 예였습니다.

이에 비해 자신의 핏빛 정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민들을 호도한 프로리그라는 방식은 만델라와는 시작부터가 달랐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프로 리그는 국민들의 화합이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함이 아닌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을 촉진(지역별 팀제는 화합이라기보다는 무한 경쟁일 수밖에 없는 프로 스포츠의 한계로 작용)하는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둘 모두 자신의 정권을 유지시키고 자신의 방식대로 국가를 운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중들이 선호하는 스포츠를 선택했지만,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스포츠는 세상을 바꾸고 영감을 불어넣으며 사람들을 통합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넬슨 만델라

아파르헤이트로 상상도 하지 못할 핍박을 받으며 살아야만 했던 흑인들이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선택한 만델라. 그는 복수가 아닌 화합과 상생을 외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윌리엄 E. 헨리의 시 'Invictus'는 만델라가 럭비 팀 주장인 프랑소와에게 화합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건넨 시였습니다.

'굴하지 않는'이라는 뜻을 가진 Invictus는 화합과 상생을 위해 굴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고 함께 하자는 의지가 서려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전두환 정권은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국민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죽음도 당연시하는 Invictus한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퇴행만 일삼는 2010년 대한민국에 <인빅터스 Invictus>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었을까요? 우리가 꿈꾸는 기적은 과연 무엇이고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무지개 국가가, 화합이, 용서가 바로 이곳에서 시작한다"는 극중 만델라의 대사처럼 대한민국은 화합과 용서가 가능할까요?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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