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형래 기자] 증기발생기에서 발견된 '망치 모양' 이물질로 한빛4호기의 안전성에 대해 논란이 뜨겁지만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이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침묵하고 있다.

조중동은 원전 한빛 4호기의 부실 문제에 대해 눈 감고 단 한 차례도 기사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빛 4호기의 총체적 부실은 자신들의 탈원전 정책 비판 논조를 부정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한빛원전 4호기 증류발생기에서 망치모양의 이물질이 발견된 사실이 알려졌지만 조선일보는 21일까지 이에 대한 언급 없이 핀란드 원전 정책을 소개하며 “반 원전은 사치”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국내 원전 현실을 도외시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외국사례만 추종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21일 조선일보는 핀란드 원전 실무책임자라는 요르마 아우렐라의 말을 빌어 “원자력 발전과 안전성에 관한 한 한국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감독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발표한 한빛 원자로 4호기 문제는 무시하고 우리 사정을 얼마나 아는지 모르는 핀란드 전문가 말로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의 안정성을 대신한 셈이다.

최근 한빛4호기는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7월 최종 격납벽인 콘크리트 돔 모형 콘크리트에서 폭 1∼21cm, 깊이 최대 18.7cm에 이르는 구멍이 57개 확인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 5월, 돔 모형 콘크리트 내부 철판에서도 120여 곳의 녹슨 흔적과 미세 구멍이 확인된 바 있다. 또 지난 18일에는 증기발생기에서 길이 7~12mm 철조각과 함게 10cm 크기의 망치로 추정되는 금속까지 발견됐다.

지난 2일 전남도의회는 공식적으로 한빛 4호기의 전면 가동 중단을 요청했지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예방 정비를 통해 증기발생기 내 이물질 가운데 일부의 제거 계획만을 밝히며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향신문 사설] 한빛 4호기의 경우, 누가 원전은 안전하다고 했나 (2017년 8월 19일자)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지난 19일 사설을 통해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 확보가 우선”이라며 “원전을 더 짓자고 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스리마일이나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노동자나 과학자의 실수와 실험, 그리고 자연재해로 일어났다”며 “원전사고는 방심에서 나온다”고 경고했다.

경향신문은 “(부실이 발견된) 격납 철판과 콘크리트 건물은 원전사고 때 방사성 물질의 유출을 막는 원전의 5대 방벽 중 마지만 방호벽“이라며 “1996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한빛 4호기는 21년 동안이나 방호벽 없이 가동해왔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향신문은 “주기적으로 시행되는 증기발생기의 정비 과정에서 이물질, 심지어 망치형 금속이 들어있는 이유는 사업자나 감독기관이 무능했거나 은폐했거나 둘 중 하나”라며 “이번에도 환경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야 한수원 측이 증기발생기 내 이 물질의 존재를 실토했다”고 비판했다.

녹색당과 환경단체들은 한빛 4호기의 완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녹색당은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부실자재 사용, 원자로냉각재펌프 이상, 격납건물 철판부식, 주먹이 들어갈 크기의 콘크리트 구멍, 증기발생기에서 망치발견까지 한빛4호기(전남 영광)의 위험은 어디까지냐”며 “위험성이 높은 핵발전소는 조기 폐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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