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검찰이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대한 변론재개 신청을 포기하고,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선택은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에 더욱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 수사의 칼날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까지 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원세훈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6월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만 4년을 훌쩍 넘긴 원 전 원장 재판은 선고만을 남겨둔 상태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3일 국정원 적폐청산TF가 원 전 원장 재직 당시 국정원이 3500여 개의 아이디를 이용해 '사이버외곽팀'이란 이름의 민간인 댓글부대 30개 팀을 운영했다고 발표했다. 국정원이 이들에게 특수활동비로 연간 약 30억 원을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정원의 새로운 여론조작 혐의가 드러나면서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원세훈 전 원장 재판에 검찰의 변론재개 신청이 필요하단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변론재개가 아닌 재수사를 선택했다. 재수사는 변론재개보다 더욱 강경한 선택으로, 재수사 경과에 따라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해 직권남용, 횡령, 배임 등의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박찬호 2차장 산하 공안2부(부장검사 진재선)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 등 2개 공안부서를 동원해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수사팀을 구성했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검찰이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에 대해 '초강수'를 두자,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수사의 칼날이 미치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전 대통령은 이미 원세훈 전 원장으로부터 일부 국정원 문건을 보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21일자 한겨레 단독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사이버외곽팀에서 활동한 30명의 민간인 댓글부대 팀장 대부분이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단체에 소속된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국정원 적폐청산TF가 신원을 확인한 30명의 팀장은 민생경제정책연구소, 자유주의진보연합, 선진미래연대, 자유한국연대, 늘푸른희망연대, 애국연합, 양지회 등에 소속된 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7일 경향신문 이용욱 정치부장은 <원세훈과 최순실, 그런데 이명박은?> 칼럼에서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은 문건들에 대해서도, 나중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코멘트가 들려왔다. 원 전 원장이 이 전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해 따로 보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한 국정원 사정에 밝은 구여권 인사의 발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피해갈 수 없는 이유다.

21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미 몇 차례 보도가 됐지만 국정원이 SNS 장악과 관련된 부분을 청와대에 보고한 바도 있고,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대통령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고 또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의무를 갖고 있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그러다 보니 이 정도의 대규모 팀을 운영했다는 것은 사실상 청와대 그리고 대통령의 승인과 묵인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의원은 "아무래도 이것(국정원 여론조작)은 전반적으로 국정원을 통해 국민의 여론을 조작하고 정치와 선거에 개입했던 국정농단 사건이었다고 봐야 될 것 같다"면서 "예전에 있었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부각됐다. 그렇기 때문에 전면적인 재조사나 재수사가 필요한 것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도 지난 17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댓글 사건의 정황상 이명박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여론조작을 해왔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루가 안될 수 없다는 게 저와 여러 사람들의 추측"이라면서 "범죄 혐의가 있고 단서가 발견되면 성역없이 수사할 수 있다. 원론적으로 이 전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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