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광장의 촛불이 바꾼 권력. 문 정부는 100일 동안 잘하고 있었을까? 국민 대다수는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수구 세력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100일은 불안과 고통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낙제점이라는 말로도 부족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악의 발언을 쏟아내지만 민심과는 다른 그들의 말잔치는 그저 공허할 뿐이다.

문 정부 취임 100일;
짚으로 엮은 달걀꾸러미, 생산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사드 배치 문제가 걸림돌이 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문 정부의 100일은 칭찬 받을 만 하다. 보수 야당들이 안보 문제를 들먹이고 있지만 현 시점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전략 핵을 들여와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막말을 쏟아내는 보수 야당에게 안보 장사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그들에게 정치란 안보 정치 외에는 없다. 이는 북한이라는 절대적인 상대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집단이라는 의미이다. 박정희 정권 당시 북한의 독재와 동일한 방식을 취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서로를 적대시하며 지배 가치를 취했던 둘은 서로 싸우는 듯하지만 똑 같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닮았다. 이들의 극단적인 말 전쟁은 주변국들을 당혹하게 했지만,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단순히 한반도와 중국, 러시아, 일본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로 확장되며 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단순히 남과 북의 문제도, 북과 미의 문제도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라는 의미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보수 세력들은 코리아패싱을 앞세우며 문 정부를 비판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명박근혜 9년이 만든 단절의 결과다.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모두 봉쇄한 채 무슨 외교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안보 장사꾼들의 말 같지도 않은 말 성찬의 끝에는 핵무기 도입이 자리했다. 이 정당들에게 한반도의 불안은 곧 자신들의 자양분일 것이다.

문 정부의 대북관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평화를 원칙으로 많은 대화를 하겠다는 문 정부의 정책은 당연한 것이다.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며 괌 포격 발언까지 한 것은 자신들을 미국이 인정하고 협상을 하자는 그들만의 대화법이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안보관을 들먹이는 정당들의 행태는 그래서 더 괘씸할 뿐이다.

"어머니는 열흘에 한 번쯤 들르는 계란 장수를 반겼습니다. 짚으로 엮은 계란 열 개들이 한 꾸러미를 들여놓는 날이면 안 먹어도 배가 불렀습니다. 물론 이건 살림살이가 좀 나을 때 얘기이고, 그렇지 못하면 계란 장수는 건너뛰는 게 다반사였지요"

"잘 살고 못 살고가 계란으로 갈렸던 60년대의 이야기입니다. 형편이 훨씬 더 풍요로워진 80년대에도 여전히 계란은 잘 살고 못 살고의 지표였던 모양입니다. 부천 원미동에 사는 임 씨. 겨울엔 연탄을 배달했고, 다른 계절엔 막노동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비가 와서 일을 못 나가는 날엔 떼인 돈을 수금하려 애를 썼지요. 그러나 궁핍한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어느 날 술을 거나하게 걸친 임 씨는 주먹을 흔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달걀 후라이 한 개 마음 놓고 못 먹는 세상!" 1980년대 도시빈민의 삶을 그린 양귀자의 연작소설 '원미동 사람들'에 등장하는 일화입니다. 그리고 삶은 더 나아져서 21세기 하고도 17년이 지난 지금은 '친환경란' '무항생제 인증란', 고급스러운 이름을 붙인 계란이 나오는가 하면 계란 위에 왕란, 특란, 대란. 이름도 빛깔도 저마다 다양한 계란의 세상. 그러나 그 흔하디흔한 계란은 불과 하룻밤 사이에 우리의 곁에서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대형마트 판매대에서도… 빵집과 식당에서도… 학교 급식에서도…. 닭 한 마리당 A4용지 크기도 안 된다는 빽빽한 철장과 기존 살충제는 내성이 생겨 더 독한 살충제로 버텨야 하는 참혹한 양계장의 풍경. 사람들은 계란이 어떻게 생산되고 있는지를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탐욕의 대량생산과 값싼 소비를 위해서 그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외면해 온 대가는 지금 우리에게 마치 부메랑처럼 돌아왔고, 우리는 유사 이래 처음으로 달걀 없는 세상과 마주하고 있으니. 오늘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30년 전 원미동의 그 사내처럼 주먹을 흔들며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달걀 후라이 한 개 마음 놓고 못 먹는 세상!" 그리고 저는…자주 먹진 못했어도 깨끗하기만 했던, 짚으로 엮은 달걀꾸러미를 그리워 합니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살충제 달걀 문제는 유럽에서 먼저 터지며 논란이 되었다. 최소한 먹거리에서만큼은 그 어느 곳보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곳이라 생각했던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이 나왔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유럽에서 나온 살충제 달걀이 국내에서는 없을까하는 의문은 모두가 가질 수밖에 없었다.

과거 달걀 하나가 가지는 사회적 함의는 앵커브리핑에서 잘 드러났다. 짚으로 엮은 계란 열 개들이 한 꾸러미. 사실 이런 모습이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과거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던 시절 뚜껑을 여는 순간 드러나는 계란후라이는 무수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흔하디흔한 달걀 하나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여전히 강력했다는 의미다. 그런 시대는 이제는 지났다. 손쉽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달걀은 더는 부의 상징도 아니고 특별한 의미를 품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이름의 달걀들이 마트에 가면 언제든지 값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달걀은 과거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에 등장하는 달걀과 관련한 일화는 말 그대로 추억이 되었다. 하지만 살충제 달걀은 사실 국내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에도 국정 감사에서 살충제 달걀 이야기가 나왔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올 4월에도 문제가 불거졌지만 안전하다는 말만 했다. 이 상황을 두고 바른정당은 모두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라고 주장하다 역공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정권의 잘못을 모두 문 정부의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작태에 대한 질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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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가 넘쳐나는 닭은 이제는 필연이 되어버렸다. 살충제를 쓰지 않으면 닭을 키울 수 없다는 현실이 더욱 처참하다. 그 살충제는 우리 몸에 쌓이며 수많은 병들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한순간에 닭과 달걀을 먹지 않을 수도 없다. 하지만 좁디좁은 닭장에서 닭들은 스스로 진드기를 떼어낼 수 있는 몸부림도 할 수 없다.

이런 환경은 자연스럽게 더욱 독한 살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최소한 닭들이 알아서 진드기와 싸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지 않는 한 우린 지속적으로 그 살충제와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탐욕은 그렇게 비좁은 닭장에서 살충제 범벅이 된 채 우리의 식탁으로 옮겨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가격이 곧 살충제 비용이라는 사실은 경악스럽게 했다. 영화 <옥자>는 그렇게 공장화된 식육 산업에 대해 질타를 하고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거대한 도축 공장을 직접 목격한 후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기계화된 거대한 도축 공장에서 고기가 되어가는 수많은 가축들의 모습은 충격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A4 용지 한 장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닭장. 그 닭장에서 오직 달걀을 낳고 닭고기가 되어야 할 운명을 버텨내는 환경은 필연적인 문제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윤리적인 사육이 절실해지는 것은 최소한 먹는 것만이라도 안전하게 즐기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짚으로 엮은 달걀꾸러미에 대한 추억은 조금은 투박할 수 있지만 확고한 가치를 재정립해야 할 시점임을 보여준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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