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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꾸똥꾸’ 앵커, YTN투쟁 600일을 말하다[인터뷰] 이종구 YTN 앵커
송선영 기자 | 승인 2010.03.10 23:14

이종구 YTN 앵커는 ‘빵꾸똥꾸’ 뉴스로 단번에 스타가 됐다.

이 앵커는 지난해 12월23일 오전 5시 <뉴스출발> 진행 도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 권고 조치를 내렸다는 뉴스를 전하다 ‘빵꾸똥꾸’라는 부분에서 웃음을 터트렸다.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방송을 이어가던 이 앵커의 모습은 ‘빵꾸똥꾸 앵커’ ‘앵커도 웃긴 빵꾸똥꾸’ 등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방송 사고에 대한 비판, 앵커에 대한 비난 보다는 “재미있었다” “유쾌했다” “앵커도 사람이다”라는 긍정적인 여론이 우세했다.

현재 이종구 앵커는 600일 넘게 ‘공정방송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유투권)에서 정책기획부장을 맡고 있다. 이 앵커는 YTN사태가 한참 심각했을 때인 지난 2008년 9월 ‘젊은 사원들의 모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당시 젊은 사원들의 모임은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노조원 33명에 대한 징계 철회, 구본홍씨의 즉각적인 사퇴 등을 촉구하며, 집단 단식에 들어간 바 있다. 

YTN노조가 투쟁을 시작한 지 정확히 600일이 되는 지난 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15층 노조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노조원으로서 투쟁 600일을 맞는 소회를 비롯해 현재 YTN을 바라보는 시선, 사태 해결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 등 600일 동안 YTN의 투쟁 한 축을 담당했던 한 노조원의 솔직한 속내를 들여다봤다.

   
  ▲ 이종구 앵커 ⓒYTN  
 
언제부터 아침뉴스 앵커를 하고 있나?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매일 아침 5시부터 8시까지 아침 종합뉴스를 맡고 있다. 토요일까지 뉴스를 진행하기 때문에 쉴 틈이 없다. 매일 새벽 3시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 

노조 집행부로 활동하면서 앵커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현재 노조 집행부에서 정책기획부장을 맡고 있다. 노조 집행부이기에 앵커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다. 전혀 상관을 못 느끼고 있다.

지난해 8월, 노조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던 앵커들이 교체되지 않았나?

지난해 인사 때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한 앵커들이 원하지 않는 부서로 발령 나서 ‘노조 활동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있었다. 투쟁 과정 가운데, 일선에서 뉴스를 전하는 마지막 전달자가 앵커다 보니 회사 쪽에서 신경 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 과정에서 앵커가 되어서 부담감을 느끼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투쟁과 앵커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YTN노조 투쟁 과정에서 ‘젊은 사원들의 모임’을 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선배들의 해직 또는 징계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막내 기수부터 힘을 모아 호소한다면 ‘회사가 자신들이 키워낸 어린 후배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다. 거창할 수도 있지만 마지막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열심히 하는 후배들에게 자극을 받아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돌아봤을 때, 그 때 그런 호소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된 것 같나?

그럼에도 해직자, 징계자가 나왔기에, 사태 흐름을 막는 데 큰 도움 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많은 선배들이 동참해줬다. 공채 뿐 아니라 차장급, 경력 선배들도 돌아가면서 동참해줬다. 집회에 나오지 않았던, 생각이 달랐던 분들도 단식에 동참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사실 개인적으로는 많이 고무됐다. 노사 갈등 속에서도 조직은 살아있고, 선·후배간의 정이 있다는 것을 느낀 것 같다. 큰 힘이 됐던 것 같다.

“YTN, 노조를 대화 상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해”

9일로 YTN노조의 투쟁이 600일을 맞았다. 내부 구성원으로서 600일 맞는 소회는 어떠한가?

   
  ▲ 지난 9일 YTN노조 사무실 문에 붙어있던 손팻말 ⓒ송선영  
 

노조 집행부가 3번 바뀌었다. 박경석 지부장, 노종면 지부장에 이어 현 유투권 지부장까지. 구본홍씨는 쫓겨나다시피 물러났고, 이후 내부 출신이 사장이 됐지만 크게 나아질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징계성 인사 발령으로 지역에 간 선배들이 아직 고생하고 있다. 우리의 원래 목적인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지만, 공정방송위원회가 열리지 않는 등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내부적으로 치열한 투쟁의 연속과정이라 생각한다.

내부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사태 해결 바라는 분들도 있을 거고, 적당한 타협을 바라는 분들도 있을 거고, 계속 투쟁 원하는 분들도 있고…. 노조는 보이게, 보이지 않게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회사 쪽에서도 성실하고 원칙에 맞게 용서, 대화하고 타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으면 좋겠는데, 아직 하는 걸로 봐서는 노조를 억압하려는 분위기가 있다. ‘노영방송’에 대한 지나친 확대 해석 때문에 노조를 대화 상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이 있다.

투쟁 과정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게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 내부가 이렇게 강한 조직이었나’를 많이 느끼게 됐던 것 같다. 그게 가장 큰 소득인 것 같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쳐서 쉽게 타협하거나 양보하기 보다는, 투쟁을 발판으로 내부적으로 더 치열하게 논의하고 더 좋은 경험을 도출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반면,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이 있다면?

해직자 6명이 있다. 6명의 해직자들이 언제 회사로 돌아올지 모른다. 분위기 좋았던 선·후배 관계가 많이 상처 받았지만, 겉으로 드러났던 알맹이 없는 선·후배관계에서 더 나아가 동지애를 확인했기 때문에 나쁜 영향만을 미쳤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징계를 주도했던 간부가 사내이사로 추천되고, 공정방송위원회가 회사 쪽 거부로 열리지 않고 있는 등 아직도 YTN내부는 여러 현안들로 복잡한 것 같다.

회사 쪽에서는 600일을 지켜보면서, 살아남기 위해선 노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배웠을 거라 생각한다. 쫓겨나다시피 한 구본홍 체제에서 노조와 약속했던 (공정방송 협약과 같은) 것들이 실제 외부에서 봤을 때 조롱거리가 되었을 것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있는 것 같다. 구본홍 체제 때 약속했던 노사 합의와 그 이전 합의까지도 무시하고 새로운 판을 짜려고 한다. 노조한테 이끌리지 않으려는 강공책으로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부분이 대화로 타협하려는 지금 노조 지도부 체제에서는 어려움으로 느껴지고 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인지, 많은 이들은 YTN노조의 투쟁이 끝난 것으로, 사태가 해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 관심 밖으로 멀어지는 것이 서운하지는 않나?

그런 생각은 전혀 없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 알리기 위해 한 것도 아니었다. 설령 언론의 관심이 없더라도 그것이 언론의 속성이고,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기에 괜찮다.

“지역 발령 기자들 원래 자리로 돌아와야”

YTN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개인적인 생각이 아닌, 노조 집행부의 생각을 말하자면 지역으로 발령이 난 기자들이 원래 자리로 복귀하고, 공정방송위원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보도국장을 견제 할 수 있는 장치 등을 마련해야 한다. 노조 집행부 임기가 오는 7월까지이기에, 그 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이 정도인 것 같다. 해직자 문제는 법원으로 넘어 갔으니까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현재 YTN 보도에 대해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대통령의 공과를 설명할 때 지나치게 조심하는 게 아니냐, 또 세종시를 다룰 때, 찬성 입장을 전할 때에는 거리낌이 없는데 반대 입장, 또는 지역민들의 불만은 조심스럽게 다룬다는 지적이 있었다. 

일선기자들과 데스크들이 부딪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기준의 문제다. 실질적으로 보도와 관련해 문제가 있을 때 문제 제기를 하고, 데스크와 일선 기자들이 올바른 것인지 반성해서 더 좋은 방송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그런 장치가 없다. 일선 기자들이 느끼는 생각을 보도에 반영하고, 의혹이 있을 때 충분히 논의해야 할 장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는 상황이다. 회사에서는 ‘데스크가 결정하는 것은 옳다’ ‘따라야 한다’고 한다. 절대 권력을 갖고 있는 봉건시대 영주도 아니고, 무조건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지 않나.

‘빵꾸똥꾸’ 사건에 대한 기사가 많이 떴다. 당시 심정 물어봐도 되나?

   
  ▲ 이종구 앵커 ⓒ송선영  
 
일단, 처음에는 당황했다. 조용히 넘어가주길 바랐는데, 갑자기 인터넷에서 기사가 나오고 검색어 순위가 올라가니까 당황스러웠다. 과거, 뉴스를 진행하던 앵커가 웃으면 프로정신이 없다고 비판 받았다. 내가 읽었던 원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빵꾸똥꾸’에 권고를 내린 것과 관련한 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시청자 혹은 네티즌들의) 방통심의위 권고에 대한 반감 때문에 저의 실수를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 

어떤 기자가 되길 바랐었나?

지난 2001년 6월에 입사해 올해 10년차이다. 기자가 되려고 했을 때 거창할 것이 없는 사람들, 소외계층과 약자의 아픔에 관심이 많았다. 권력자나 막강한 사회 세력에 대한 견제에도 관심이 있었다. 앵커를 하기 전에 사회부, 정치부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많은 반향을 일으키는 리포트, 기획 보도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매일 매일 취재하고 방송하는 데  급급했던 거 같아서 아쉽다. 회사에서도 젊은 기자들에게 기획 보도, 심증 보도를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어떤 앵커가 되고 싶나?

일단 앵커를 처음 하는 것이기에 시청자들이 쉽게 뉴스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한다. 리포트 내용이 어려울 때면 앵커멘트라도 쉽게 해서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가급적이면 주관적인 것은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앵커가 생각보다 어렵더라. (하하)

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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