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폭로로 지난 2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진행된 MBC 사장 후보자 면접에서 구 여권 이사들이 김장겸·권재홍 등 사장 후보자들에게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업무 배제’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사장 후보 면접에 참여한 방문진 유의선 이사는 언론학을 가르치는 교수라는 측면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16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지난 2월23일 방문진 임시 이사회 속기록에는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을 업무에서 노골적으로 배제해야 한다는 구 여권 이사들의 지시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언론노조 MBC본부는 고영주 이사장과 김광동·유의선 이사, 당시 사장 후보인 권재홍 부사장과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18일 검찰에 고소·고발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유의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사진=한국방송학회)

특히, 제26대 한국방송학회 회장직을 거친 언론학자 출신 방문진 유의선 구 여권 추천 이사는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직을 맡고 있어 주목된다. 방송의 공정성·독립성을 가르쳐야 하는 언론학자가 조합원 ‘업무 배제’에 가담하고 거들었다는 정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속기록에 따르면 유 이사는 권 사장 후보에게 “많은 인력이 노조 가입 등등해서 편향된 제작물을 가져온다거나. 인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아주 오랜 현상이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구체적인 전략을 가지고 극복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권 사장 후보가 “언론노조 소속 기자·PD들은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만들기 때문에 설득해서 안 되면 손을 떼게 해야 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기자·PD들을 뽑아서 자리를 수혈해 나가면 된다”고 답했다.

언론학자인 유 이사는 노동조합 조합원을 편향된 이념집단으로 몰아가는 권 사장 후보의 대답에 대해 지적하지 않고 “기존의 인력은 어떻게 하나?”라며 오히려 구체적인 노조 탄압 방법을 물었다. 이에 권 사장 후보는 “저는 기존의 인력은 미래방송연구소도 있고, 방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도 있다”면서 “(노조 조합원들은)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방송을 나가는 조직에는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유 이사는 김장겸 당시 후보(현 MBC 사장)에게 “박정희 대통령도 사람을 잘 썼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우리가 우려하지 않을 정도로 주변에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김 사장 후보는 “저는 (사람을 쓸 때) 과거의 히스토리를 주로 본다”고 밝혔다. 김 사장의 답변은 사실상 파업이나 노조 소속 여부에 따른 ‘업무 배제’를 시사하는 발언이다.

유 이사는 방문진 구 야권 이사진들이 언론학자인 유 이사의 편향적인 시각을 지적할 때마다 “방문진에서 소신에 맞게 일해왔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4월 이사회에서 “(방문진 이사직을 맡아) 개인적인 이득을 추구하지 않았다. 방문진 이사직을 마치고 정치권 등 어느 조직으로 갈 생각이 없다”며 “내가 할 일은 학계로 돌아가 논문을 쓰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유 이사는 언론노조 MBC본부로부터 “‘언론노조 소속 기자·PD·아나운서들을 이념편향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집단으로 매도했다”는 이유로 검찰 고소·고발을 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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