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건국절 논란에 불을 당겼다.

16일자 조선일보는 <文대통령, 또 "1919년 건국"…광복절에 둘로 갈린 정치권>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건국절 논란은 10년째 정치권·학계·시민단체 사이에 논란이 돼 왔다"면서 "상당수 보수 진영 인사들은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인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출범의 의의를 명확히 하기 위해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16일자 조선일보 6면.

조선일보는 "과거 운동권 역사관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뉴라이트' 운동이 이런 흐름을 주도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이런 기조를 따랐다"면서 "자유한국당은 최근 발표한 당 혁신선언문에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포함시켰다"고 전했다.

일단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1919년 건국 발언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상반된 입장을 전하며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제목·부제와 마치 문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권의 분열을 부추겼다는 내용의 기사는 건국절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사실 일부 보수 정치권·학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건국절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고,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48년 대통령 취임 당시 "대한민국 30년 7월 24일, 대한민국 대통령 이승만"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 밖에도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48년 광복절 정부 출범 행사를 '건국'이 아닌 '정부 수립 축하식'이라고 했고, 당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기념우표'까지 발행했다.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을 재평가하겠다고 나선 '뉴라이트' 등은 이런 상황은 무시한 채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명예회복은커녕 이 전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주장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건국절 주장이 보수 진영에서 나왔다는 것 또한 문제다. 대한민국 정서상 '민족'이라는 개념은 보수의 우선적인 가치 중 하나다. 1919년이 아닌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의 해로 보는 관점은 보수가 민족의 역사를 스스로 축소시키는 일이다. 이들을 과연 보수로 볼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한 1948년 건국절이 인정된다면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한반도 강제점거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민족반역자'들이 저지른 행각들을 합리화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게 된다. 민족사적 특수성이란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위험천만한 주장이다.

▲192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임시의정원 신년축하식 사진. 아래 쪽에 '대한민국 3년 1월 1일'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뉴라이트 등 일부 보수세력이 주장하는 1948년 건국에도 논리는 있다. 이들은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가의 3요소인 국민, 영토, 주권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보면 이러한 주장은 이유 없다. 상해 임시정부 외에도 서울의 한성정부, 소련 블라디보스토크에 손병희 선생이 세운 대한국민의회 등이 존재했다. 단순히 당시에 어떤 조건을 갖췄는가가 아닌 우리 민족이 어떻게 일제를 상대로 싸웠고, 민족공동체의 서사를 구성해나갔느냐가 바로 그 시대의 '역사'란 얘기다.

뉴라이트 학자 출신인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1919년 건국 발언에 대해 "견강부회해 1919년을 건국이라고 하는 건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면서 "사람으로 치면 대한민국은 1919년 임신되고 1948년 태어난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의 보수로서의 정체성마저 걱정되는 대목이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비영리 법인으로 등록돼있던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현재 '연락두절'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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