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9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믿었던 팻딘이 무너졌던 KT 경기에 이어, 정용운은 다시 한 번 1회도 넘기지 못하고 대량 실점을 했다. 후반 우승을 위한 여정 속에서 선발의 잇단 부진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연이은 부진 정용운, 9회 말 경기를 마무리 지은 최원준의 결승 타점

정용운의 조기 강판이 경기를 힘들게 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는 경기는 수습하기 쉽지 않다. 잘 던지던 팻딘이 연이은 홈런을 내주며 무너졌다. 피홈런이 많은 투수이기는 하지만 KT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기아에게 팻딘의 부진과 역전패는 크게 다가왔을 듯하다.

꼴찌 팀의 반란이라 해야 할까? 유독 기아와 시즌 승부가 좋은 KT는 더 밀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1위 팀과 상대에 더욱 집중력을 보이는 듯하다. KT에 9회 역전패를 내주고 홈으로 온 기아는 시작과 함께 정용운이 무자비하게 무너지며 연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였다.

정용운은 이번 경기에서도 1회를 넘기지 못했다. 선두타자 박용택의 3루 내야 안타가 정용운을 흔들었을 수 있다. 빗맞은 타구는 마치 번트 안타처럼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게 1회 대량 실점을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야구를 하다 보면 수없이 나올 수 있는 상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 말이다.

KIA 선발투수 정용운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천웅에게 2루타를 로니에게 볼넷을 내준 후 양석환을 3루 땅볼로 잡으며 실점은 잠시 유보 시킬 수 있었다. 매끄러운 수비라면 병살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기는 했지만 정성훈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내줬다.

정용운이 마운드에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강승호의 한 방이었다. 강승호의 3점 홈런으로 인해 더는 마운드에 있을 수는 없었다. 정용운은 0 1/3이닝 동안 32개의 투구수로 6피안타, 1피홈런, 1사사구, 6실점을 하고 내려갔다. 지난 선발 경기에서도 0 2/3이닝 동안 5피안타, 4사사구, 8실점을 하며 조기 강판을 당했다. 그 사이 중간 계투로 나온 경기에서는 3과 1/3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두 번의 연이은 선발 조기 강판은 정용운에게도 치명타이지만 기아로서도 후반기 선발 운용에 큰 차질로 다가온다. 임기영과 정용운은 기아 선발 자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선발로 시즌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었다. 그런 이유로 체력적인 문제가 가장 크게 다가왔을 듯하다. 체력이 떨어지면 제구가 흔들린다. 두 선수 모두 제구가 큰 강점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1회 시작과 함께 6실점을 했지만 기아 타자들도 만만치 않았다. 1회 시작과 함께 최원준이 안타를 치고, 버나디나의 안타에 최형우가 적시타를 치며 단숨에 2득점에 성공했다. 실점 후 곧바로 추격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흐름을 완벽하게 상대에게 넘기지 않는단 점에서 1회 이 2득점은 결국 9회 역전승의 힘이 되었으니 말이다.

위기 상황에 구원 등판한 홍건희는 LG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냈지만 3회 실점을 하고 말았다. 1사 후 채은성의 중전 안타에 이어 강승호의 3루 땅볼이 안타가 되며 1사 1, 3루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강승호의 타구는 라인을 타고 흐르는 2루타성 타구였다. 이 공을 최원준이 묘기를 부리듯 잘 잡았다. 하지만 송구 과정에서 약간 빗나가며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 과정에서 1루수 서동욱의 수비 역시 아쉬움이 컸다. 송구를 보지 않고 발을 길게 뻗으며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아쉽게 다가오니 말이다. 갑작스럽게 수비가 흔들리니 홍건희는 유강남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2-8로 점수가 크게 벌어졌다.

기아 타선은 침묵하지 않았다. 5회 경기 흐름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반격을 시작했다. 김호령이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상태로 1루 진루에 성공한 후 버나디나의 안타가 이어졌다. 이후 버나디나의 도루는 아웃 판정을 받게 되며 분위기는 다시 LG로 흐르는 듯했다. 하지만 기아에는 최형우가 있었다.

최형우의 적시타는 다시 흐름을 기아로 가져왔고, 안치홍의 2루타와 나지완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만루 상황에서 기아는 이범호를 선택했다. 만루 사나이 이범호는 싹쓸이 좌중간 2루타로 6-8까지 추격하는 힘을 보여주었다. 후속타 불발로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2점 차까지 추격을 당한 LG는 6회 선두 타자인 손주인이 2루타를 치고 박용택이 심동섭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치며 다시 6-10으로 앞서 나갔다. 추격하면 도망가는 LG로 인해 경기 흐름은 그렇게 쌍둥이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기아 타선은 마운드의 약점을 보완하고 남을 정도였다.

8회 1사 후 김민식이 2루타로 포문을 열자 최원준이 적시타로 7-10까지 추격했다. 대타로 나선 이명기가 안타로 출루하자 버나디나는 적시타를 치며 8-10까지 추격에 성공했다. 동점도 가능한 상황에서 믿었던 최형우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은 컸다.

KIA 타이거즈 최원준 [연합뉴스 자료 사진]

하지만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듯, 9회 초까지 경기를 지배하던 LG는 9회 말 기아 타선을 버티지 못했다. 9회 선두 타자로 나선 안치홍의 안타와 나지완의 2루타, 이범호 사구로 무사 만루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 상황에서 김민식의 역할은 중요했다.

만루 상황은 대량 득점이 나오거나 무득점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 모든 흐름은 무사 만루 상황에서 첫 타자의 역할이다. 김민식은 적시타로 1점을 추가하며 턱밑까지 추격했다. 9회 초 환상적인 수비를 보여주었던 김선빈은 끈질긴 승부를 펼치며 밀어내기 볼넷을 만들며 동점에 성공했다.

4시간 동안 끌려가던 경기는 그렇게 극적인 동점이 되었고, 선발로 나선 최원준의 희생타는 결승타점이 되며 대역전극을 이끌어냈다. 중견수 안익훈이 사력을 다해 잘 잡기는 했지만 홈에서 아웃을 만들기는 역부족이었다. 최원준의 타구는 묘한 타구였고, 끝내기 안타가 더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KT와 원정 경기에서 9회 역전을 시키고 9회말 재역전을 당한 기아는 홈으로 돌아와 LG와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만약 역전에 성공하지 못하고 패했다면 그 여파가 오래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극적인 역전을 만들어내며 기아는 다시 반격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일요일 경기에 배힘찬을 선발로 내세우는 기아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값진 역전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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