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악마기자라는 별명답게 세기의 특종을 터뜨렸다. 2016년 JTBC가 최순실 태블릿피시를 폭로한 것과 비슷한 무게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세상은 놀랐고, 또 분노했다. 그러나 정작 언론과 포털은 이 사실에 입을 봉하거나 혹은 기사를 깊은 곳에 숨기고 있다. 왜 침묵하느냐고 따져도 다문 입을 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삼성과 언론에 불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삼성전자 장충기 사장에게 각종 청탁과 아부성 문자를 보낸 언론의 추한 민낯을 공개했다. JTBC는 이를 충실히 보도했으나 다른 방송 뉴스에서는 보기 어려웠다. 물론 종이신문도 철저히 이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언론이 장충기에게 보낸 문자를 보도한 주요 종이신문은 전무했다. 철저히 숨기고 차단한 것이다.

<시사인> 표지

그런 반면 한쪽에서는 공영방송의 본모습을 찾겠다는 본격 투쟁에 나서고 있다. “MBC 뉴스의 더러운 마이크를 잡지 않는 것이 속죄의 시작”이라며 “사회적 흉기가 된 마이크를 놓겠다”는 선언에 각오가 물씬 묻어 나온다. 늦었지만 그래도 누가 해주기 전에 스스로 나선 것이 언론인의 마지막 자존심은 살렸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8월, 그렇게 언론은 지킬과 하이드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처럼 거리에 섰다. 한쪽은 비로소 어둠에서 빛으로, 다른 한쪽은 여전한 어둠에서 어둠으로의 지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 때 JTBC가 조사한 적폐청산 순위에 검찰 다음으로 언론이 2위를 차지했었다. 이미 기자가 아닌 기레기란 단어가 더 자주 사용되는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 삼성 장충기 문자 폭로는 언론에 대한 직관을 사실로 증명한 것이다.

<시사인> [단독] 삼성 장충기, MBC 인사에도 개입?

<시사인>은 멈추지 않았다. 10일에 이어 11일에도 또 폭로를 이어갔다. 이번에는 삼성이 MBC 인사에 개입한 증거- [단독] 삼성 장충기, MBC 인사에도 개입? -였다. <시사인>은 “삼성이 언론사 인사에 개입한다는 것은 언론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면서 한 방송사 전직 기자의 말을 인용해 “경제부에서 삼성 눈 밖에 나면 주요 보직을 받지 못한다는 건 이 바닥에서는 불문율과도 같다”고 전했다.

언론이 침묵하자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1일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 추미애 대표는 “특히 충격적인 건 매년 수백억의 혈세를 지원받는 연합뉴스의 핵심보직인사가 대단히 노골적인 방식으로 삼성 경영권 승계에 사역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라면서 “이제라도 해당 통신사는 진상을 밝히고 관련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언론적폐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연합뉴스)

지난 촛불정국에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언론도 박근혜의 부역자”라고 외쳤었다. 괜히 적폐청산 리스트에 언론이 상위에 오른 것이 아니었다. 그 시작은 MBC와 KBS의 개별적 투쟁으로 시작되었고, <시사인>의 특종으로 불이 붙게 되었다. 2016년에 최순실 태블릿피시가 폭로되고 이후 촛불집회가 열린 것과 묘하게 닮아 있다. 다만 그때에는 모든 언론이 모처럼 보도경쟁을 벌였고, 포털도 그 열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그러나 주진우 기자의 세기의 특종은 지금 홀대 받고 있다. 반대로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뜨거운 이슈로 타오르고 있다. 포털과 언론의 힘이 이슈를 좌지우지하지만 연대된 시민의 힘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시민들은 포털과 언론이 묻어버리려는 특종을 살리고 있다. 포털 기사로는 안 뜨지만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는 것이 그 증명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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