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MBC 보도국 기자 81명이 11일 오전 8시부로 ‘제작거부’를 선언하며 그동안 간부들이 자행해온 부당한 보도검열 사례들을 폭로했다. ‘제작자율성 침해와 MBC판 블랙리스트’로 인해 제작거부 사태가 시사제작국·콘텐츠제작국·영상기자회·보도국까지 번진 상황이지만 MBC는 경력기자 채용공고를 내며 맞불놓기에 나섰다.

MBC 보도국 취재기자 81명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상암동 MBC경영센터 앞에서 제작중단 돌입 기자회견에서 “김장겸·고영주 일당이 짓밟고 압살하고 숨통을 끊은 MBC 저널리즘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며 “왜곡·편파로 점철된 김장겸 일파의 뉴스 장악에 종지부를 찍고, MBC를 다시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한 험난하고 정의로운 여정에 보도국 기자들이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문호철 보도국장 및 모든 보도국 보직 부장들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윤효정 <뉴스M> PD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도국 간부들이 자행해온 부당 검열 사례들을 폭로했다. 윤 PD에 따르면 MBC 보도국 간부들은 취재기자들에게 세월호 참사 관련 정부 비판 내용을 모두 삭제하도록 했고, 당시 실종자 유가족들의 눈물을 쓰지 말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올해 3·1절 태극기 집회 보도에서 젊은 층과 가족단위의 일반인들이 나왔다는 내용을 담도록 종용했다. 또 진보성향의 작가들은 출연 대상에서 배제토록 했고 보도국 간부와 학연·지연 관계의 인사들은 뉴스에 출연시켰다. 윤 PD는 “사측의 이 같은 만행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취재기자들은 사측의 만행에 더 이상 뉴스를 제작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제작거부’를 선언한 카메라 기자(37명)를 포함하면 보도국 소속 기자들 118명이 이번 ‘제작거부’에 참여하게 됐다.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사측이 대거 채용한 경력기자들과 제3노조(MBC노동조합) 소속 기자들을 제외하면 보도국 전체의 47%가 ‘제작거부’에 동참한 것이다. 이로 인해 오후 4시 <뉴스M> 결방, 5시 <이브닝뉴스> 30분 분량 축소 등 뉴스 보도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력기자 위주로 이뤄진 MBC 메인뉴스는 정상 방송될 것으로 보인다.

MBC 구성원들의 ‘제작거부’ 사태는 순식간에 번져, 전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1일 <PD수첩> PD들이 제작 간부의 ‘제작자율성 침해’를 폭로하며 제작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이달 3일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PD들이 이에 동참했다. 또한 ‘MBC판 블랙리스트’가 폭로되자 영상기자회 소속 카메라기자들이 9일부로 제작중단을 선언했고, 같은날 콘텐츠제작국 소속 PD들도 이에 동참했다.

MBC 보도국 취재기자 81명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상암동 MBC경영센터 앞에서 제작중단 돌입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하지만 MBC는 구성원들과의 대화나 타협 보다는 또다시 ‘경력기자 채용’으로 맞서겠다는 태도다. MBC는 지난 10일 홈페이지에 ‘경력사원 공개채용’ 공고를 내 취재기자, 방송기술 부문의 경력사원들을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왕종명 MBC기자협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영진이 MBC에 번지고 있는 ‘제작거부’ 움직임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알량한 인사권을 발휘해서 대체 인력을 채용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왕 회장은 보도국 소속 경력기자 등 ‘김장겸 체제 뉴스’에 동참하려는 기자들을 향해 “회사원이 되지 말고, 언론인이 되자”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MBC뉴스가 정상화됐을 때 함게 어깨를 걸고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한편, MBC 아침뉴스 <뉴스투데이> 진행을 맡고 있는 박재훈 앵커는 이날 오전 클로징 멘트에서 “더 좋은 뉴스를 하자는 MBC 기자들의 행동에 함께 한다. 당분간 시청자 여러분을 못 뵐 것 같다.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를 조명하는 뉴스를 할 수 있는 날 돌아오겠다”며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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