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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임명 논란에 문 대통령 '인사 감동' 끝?시민사회·과학기술계에 이어 여당도 부정적…靑 "박기영, 황우석 사태 책임 있지만 공도 많아"
전혁수 기자 | 승인 2017.08.11 10:20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임명된 박기영 본부장에 대한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와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까지 '부적절한 인사'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하지만 10일 박 본부장은 간담회를 자청해 '황우석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사퇴할 뜻이 없음은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장 박 본부장의 인사를 철회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문제 제기가 박 본부장에서 문 대통령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 겨울 적폐청산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지금까지는 거칠 것이 없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 분야에서는 '인사 감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시민들의 호평을 받아왔다. 사법고시 출신이 아닌 학자 출신으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된 조국 수석, 한국 최초의 여성 외교부 수장인 강경화 장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을 해소할 적임자로 손꼽히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은 시민들이 문 대통령에게 환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연합뉴스)

그런데 지난 7일 인사 참사로 볼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박기영 본부장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한 것이다. 박 본부장의 임명에 무조건 반대를 외치던 야당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계와 시민사회, 여당 내부에서도 박 본부장 인사 철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박기영 본부장은 '황우석 사태'에 책임 있는 인물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박 본부장은 2005년 결성된 '황금박쥐'의 핵심 멤버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지원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러나 결국 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조작으로 드러났다. 당시 황 교수의 연구에 지원된 정부 예산만 256억 원에 달했고, 황 교수 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핵심에 있었던 박기영 본부장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박 본부장이 '줄기세포 오염'을 미리 알고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박기영 본부장은 항우석 박사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는데, 실제로 박 본부장은 논문 작성에 참여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영국 '네이처'는 박 본부장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공동저자로 이름이 실린 것은 연구 윤리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박기영 본부장은 지난 2001~2003년 순천대 교수로 재직 당시에는 자신의 전공(식물생리학)과 관계 없는 과제 수행 명목으로 황우석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5000만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물론 처벌이나 징계는 없었다.

이처럼 각종 문제가 제기되는 박기영 본부장의 과기혁신본부장 임명에 시민사회와 과학기술계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9개 시민단체는 성명을 발표하고 "역사에 남을 만한 과학 사기 사건에 책임 있는 인물을 과학기술정책의 핵심 자리에 임명한 것은 촛불 민심이 요구한 적폐청산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와 과학기술자 60명은 "박기영 본부장은 혁신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 오히려 그 이름은 과학기술인들에겐 악몽"이라고 비판했다.

'황우석 사태'를 취재·보도했던 당시 MBC PD수첩 한학수 PD는 "(문재인 정부 인사에 대해) 박기영 본부장에 이르러서 처음으로 큰 실망을 하게 됐다"면서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가 박 본부장의 인사를 철회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박기영 본부장 인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신경민 간사가 민주당 과방위원들을 상대로 박 본부장에 대한 개별 의견을 취합한 결과 대부분 부적격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고, 원내지도부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문 성향의 손혜원 의원은 자신의 SNS에 "오래 함께 일하셨으니 익숙하고 또 든든하셨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과학계에서 이렇게 반대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의원은 "우리가 뽑은 문재인 대통령은 신중한 분이다. 국민을 향해 늘 귀를 열고 계시는 분"이라면서 "여론을 충분히 들으시고 지혜로운 결정을 하실 거라 믿는다"고 밝혔다. 사실상 박기영 본부장 인사 철회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그럼에도 청와대는 당장 인사를 철회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박기영 본부장의 과와 함께 공도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박 본부장은 황우석 교수 사건 당시 과기보좌관이어서 그 사건에 무거운 책임이 있다"면서도 "박 본부장은 참여정부 때 과기부총리제와 과기혁신본부 신설 구상을 주도한 주역 중 한 명이다. 그래서 과가 적지 않지만 과기혁신본부장에 적임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했다.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수현 대변인은 "박기영 본부장을 임명한 이유는 잘 다뤄지지 않고 문제만 다뤄지니 대통령께선 박 본부장을 임명한 이유를 설명하고 싶었을 것"이라면서 "인사의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박기영 본부장 인사 철회 가능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면서 "어떤 예단을 가지고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결국 인사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로 풀이된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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