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성 원작의 만화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이하 신불사)>가 첫 회 방송되었습니다. 만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이 드라마는, 100억이라는 <아이리스>의 제작비 마케팅을 벤치마킹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신불사>는 어쩌면 MBC 드라마 사상 가장 민망하게 망한 드라마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출의 위대함이 무엇인지 보여준 <신불사>

1. 등장인물들을 올킬 하는 연출력

어린 시절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간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하는 한 남자의 복수극을 다룬 이 작품은 철저하게 복수에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경찰이었던 아버지의 죽음 뒤에 가려진 알지 못하는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은 드라마의 재미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 중심에 서게 되는 주인공들의 활약이 중요한 이슈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송일국, 한채영, 한고은 삼인방은 그래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워낙 스케일이 크고 유명했던 만화 원작에 100억이라는 거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드라마에 그들이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는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스카이다이빙, 승마, 요트, 보드에 비의 <닌자 어쌔신>을 흉내라도 내 듯 펼쳐 보인 닌자와의 대결신. <로스트>의 신비로움을 빌려온 듯한 시작 장면 등은 어설 품이 극에 달할 것이니 준비하라는 신호와 다름없었습니다. 송일국이라는 인물은 이 드라마의 9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인공 최강타로 출연한 송일국은 역할을 위해 혹독한 몸만들기에 들어갔고, 이를 통해 멋진 근육을 만들 수 있었다는 기자 회견을 시청자들이 떠올리도록 하기 위해 벗은 채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합니다. 신은 아니지만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인 만큼 그 무엇 하나 부족하면 안 되는 완벽한 남자를 연기해야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강한 남성들의 드라마에 '신'이라고 불리운 사나이를 연기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평가는 작품에 대한 평가와 일맥상통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어렵게 만든 몸이기에 마음껏 보여주기에 빠진 <신불사>는 하와이 해변이라는 설정을 빌미 삼아 송일국, 한채영, 한고은의 수영복 사진전이라도 개최하듯 보여주기에 몰두합니다.

한고은의 수영복 등장을 아래에서 위로 잡아내는 그들을 보면서 짜증이 몰려들 정도였습니다. 철저하게 눈요기로 바라보겠다는 다짐이 만든 장면이었습니다. 귀신같은 변장을 한다는 최강타가 하고 나오는 장면은 탄성보다는 실소를 머금게 하는 삼류 어린이 영화에도 미치지 못하는 변장술을 보여줄 뿐이었습니다.

엄청난 비장미로 적을 물리치기는 하지만 그 비장미가 송일국의 얼굴에서만 잠깐 보일 뿐 전체적인 극은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처럼 어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기자 진보배역의 한채영도 다를 바 없습니다. 연기력이 담보되지 않는 박제된 이미지의 연기자를 활동적이며 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중요 배역으로 선택한 제작진의 실수일 뿐입니다. 최강타의 오른팔인 비비안 캐슬 역의 한고은 역시 어눌한 대사는 여전하고 결코 늘지 않는 연기력으로 극의 흐름에 녹아들어가지 못하는 그녀의 연기를 보는 것은 고역입니다.

배우들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연출자의 몫임을 봤을 때 첫 회 보여준 이형선 연출자의 능력은 손발이 오그라들게 했습니다.

2. 민망 삼합을 극적 재미로 이끌 수 있나?

세 명이 펼쳐 보이는 '민망 삼합'은 국내로 들어와선 김민종과 추자연이 등장한 공장 총격 신으로 그대로 전이됩니다. 무대포에 앞 뒤 안 가리고 뛰어드는 민폐 형사 추자연으로 촉발된 총격적인 아이들 장난 같은 장면 연출로 액션 장면에서마저 연출력의 한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전용기를 타고 국내에 입국한 송일국 일행이 본격적인 복수전에 돌입하게 되는 과정이 얼마나 그럴 듯하게 펼쳐지는 지가 <신불사>의 관건일 것입니다. 첫 회 과도한 보여주기에 공을 들임으로서 정작 복수심에 불타는 송일국의 모습은 놓치고 말았습니다.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드는 말뿐인 비주얼은 송일국을 '신'이라 불리 우는 사나이로 만들지 못하고, 웃기는 사람이라 불리는 사나이로 만들기만 했습니다. 첫 회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더욱 만화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작품이기에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을 듯합니다.

그런 기대감은 시청률로 보답했지만 결과적으로 민망한 연출력으로, 돌아온 배우들을 수렁으로 밀어 넣고만 있습니다. 발로 하는 연출로 인해 그들을 회생 불능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만 증폭시켰습니다. 드라마는 만화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고 만화처럼 만들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원작의 핵심적인 요소를 얼마나 탄탄한 연출력과 연기력으로 보충해내느냐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힘에 기댄 채 말도 안 되는 보여주기로 돈 낭비 하는 <신불사>는 MBC 드라마 제작국의 위기를 불러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파스타>라는 멋진 드라마로 '드라마는 MBC'라는 공식을 다시 듣기 시작하더니 그들은 100억짜리 드라마로 스스로 얼굴에 먹칠을 하고만 있습니다.

송일국, 한채영, 김민종, 한고은, 유인영, 추자연으로 이어지는 배역들은 시청자들에 빨아들이게 하는 매력은 부족합니다. 그나마 송일국이 일당백이 되어야 하지만 대작 드라마의 졸작 릴레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어쩌면 그는 <로비스트>의 암울한 기억을 떠올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추노>에서 등장 장면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았었던 한섬역을 했던 조진웅의 망나니 연기를 기대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 온 배우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준비도 나름 철저하게 했던 듯합니다. 그러나 그들을 엮어 진주 목걸이로 만들어야만 하는 연출자는 목걸이를 엮는 방법도 서툴고 누구에게 줄지 몰라 하며, 결국 돼지 목에 걸어주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2회에서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모습을 보인다면 최악의 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기세입니다. 과유불급은 화만 불러올 뿐 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만 좀 그럴 듯한 드라마를 바라는 것이 시청자들의 욕심은 아닐 것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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