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정권이 바뀐 것이 비로소 몸에 와 닿기 시작했다. 미용과 성형이 아니라면 모든 것을 의료보험이 책임지는 ‘문재인 케어’에 본격 시동을 건 것이다. 이로써 누구나 병보다 무섭다는 병원비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이것은 정말 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찾은 성모병원 로비. ‘문재인 케어’를 설명하는 동안 사람들 얼굴에 꽃처럼 번져간 행복한 미소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겪었고, 현재 고민일 수밖에 없는 병원비 부담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가 그들 표정에 만발해 있었다.

가족이 아파 누워있는데, 주치의의 처방에 돈부터 걱정해야 했던 지긋지긋한 고통과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행복감이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울 수밖에 없던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를 받고,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최상의 복지라고 말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방문, 건강보험 보장 강화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 행복한 소식을 전하면서 돈 걱정, 병원 걱정, 실손보험 걱정을 앞세울 일도 아니다. 아니 걱정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 일 년 예산이 400조 원이 넘는 나라다. 모든 언론이 ‘문재인 케어’에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이 30조라고 부풀렸지만 한 해로 나누면 6조 원이다.

모든 국민이 받는 혜택을 위해 예산 1.5%가 추가되는 것을 결코 무리라고 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무조건 장밋빛 그림을 그려서도 곤란하지만 이 좋은 정책에 미리부터 고춧가루를 뿌릴 이유 또한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케어’가 발표된 다음날의 주요 언론 기사 제목을 보면 마치 실정이라도 한 것처럼 보인다.

'文 케어' 30조 6천억 필요..건강보험료 얼마나 오를까 - SBS
'실손보험' 필요 없어지나? 병원은 '병실 대란' 우려 - JTBC
野, '문재인 케어'에 "재원조달 방안 결여..유토피아적 발상" - 연합뉴스
'건보 비급여 전면 급여화' 의료계 반발 심상치 않네 - 뉴시스
실손보험료 인하 '업계 팔 비틀기' 정책 되나 - 조선비즈

가족 중에 누가 아파본 적이 있다면 이런 기사는 쓰지 못할 것이다. 메디푸어는 다른 경우와 달리 누구한테 쉽게 말할 수도 없는 고통을 안고 산다. 주치의가 처방을 내고 돌아간 후에 환자와 보호자가 낮은 목소리로 비용 걱정에 한숨을 쉬어야 하는 이중고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안도하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을 발표한 뒤 나오며 환자와 보호자, 의사 등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열심히 살아가는 가족이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아프면, 아이 간병에 밤낮 없이 매달립니다. 병원비 마련을 위해 야근에 부업까지 합니다. 이제 그 짐을 국가가 나누어지겠습니다. 아픈 국민의 손을 정부가 꼭 잡아 드리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환자와 보호자들 앞에서 말한 ‘문재인 케어’의 핵심내용이다. 또한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신파의 소재이기도 하다. 이제는 이런 신파는 통하지 않게 되었다. OECD 11위 국가 정도라면, 곧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눈앞에 둔 나라라면 이런 신파는 옛날이야기로 넘겨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른 건 몰라도 건강보험강화를 문제 삼는 것은 정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서민을 협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꼭 필요한 치료나 검사인데도 보험 적용이 안 돼서,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가난이 부끄러워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 말을 할 때 차마 크게 웃지 못하고 배시시 미소만 지어야만 했던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건강보험강화는 그저 칭찬만 할 일이다. 이런 말은 정말 서민의 삶을 몰라서는 할 수 없다. 알고 하겠다고 한 정책이니 돈 문제도 알아서 챙겼을 것이다. 잘할 때는 잘한다고 좀 하자.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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