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카메라기자를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가 공개돼 논란이 일자 MBC사측이 말문을 열었다. 경영진·보도국 간부는 해당 문건과 관련 없고 특정인이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MBC는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언론노조 MBC본부와 영상기자회는 사측이 검찰 수사에 협조해 진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MBC는 9일 오전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건에 대해 “문건 작성자가 나타났다. 언론노조가 아닌 다른 노조(MBC노동조합)의 카메라기자”라며 “특정인이 작성한 이 문건은 구성원 내부의 화합을 해치고 직장 질서를 문란시킨 중대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특정 문건과 관련해 조속한 시일 내에 영상기자회를 포함해 전사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하고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하겠다”며 “관련자는 예외 없이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관용 없이 엄중하게 조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회사와 보도 간부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정체불명의 문건”이라고 밝힌 기존의 입장은 유지했다.

권혁용 MBC영상기자협회장이 9일 낮 12시 서울 상암 MBC신사옥 1층 로비에서 열린 'MBC 내 블랙리스트' 규탄 기자회견 및 제작거부 선언 기자회견 자리에서 발언 중인 모습.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권혁용 MBC영상기자협회장은 이날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사측의 입장에 대해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권 회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사이자 사회적 공기를 자처하는 언론사에서 직원들을 블랙리스트를 통해 소·돼지처럼 등급분류하고, 정당한 노조활동을 방해해놓고, 진상조사의 진행은 고사하고 괴문서 운운하며 변명으로 일관해왔다”며 “제작거부·검찰 고소가 이뤄지자 개인 차원의 일로 치부하며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꼬리 자르기”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문건 작성자라고 밝힌 권지호 카메라기자는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동참했으나 이듬해 ‘제3노조’(MBC노동조합)으로 옮겼다. 권 기자는 "파업이 끝나고 2012년 7월 복귀했을 때 언론노조원들은 또다른 편가르기를 했다"며 "특히 제가 속한 카메라 기자들의 이중적인 행위들을 반드시 기억하고 싶어 문건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와 함께 MBC노조(제3노조)에 참여한 친한 카메라기자 2명에게 보여줬으며 이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혁용 영상기자협회장은 "그 사람(작성자)의 위치가 (카메라 기자 전원에 대한) 전체적인 내용을 정리하거나 일일이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블랙리스트 하위 등급 기자들) 상당수가 보도국 밖으로 쫓겨나고 인사승진평가에서 누락됐다"면서 "이 문건의 용도는 인사권자가 특정인물을 승진에서 배제하고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와 MBC영상기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MBC와 김장겸 사장(문건 작성 당시 보도국장), 박용찬 논설위원(당시 취재센터장), 작성자를 부당노동행위 등 혐의로 고소했다. 권 영상기자협회장은 ‘진상조사위’를 구성한다는 사측의 입장에 대해 “진상조사를 할 것이라면 먼저, 검찰에 가서 모든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MBC 영상기자회는 이날 정오부터 제작부서를 시작으로 제작거부에 돌입하기로 했다. 10일부터는 현장 출입처 취재를 거부하고 전면 제작거부에 들어간다. 전체 참여 인원은 50여명 정도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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