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그만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 같은 주장은 어디까지나 전후 사정을 교묘하게 배치한 '새정부의 방송장악' 프레임으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부합하는지 따져볼 문제다.

9일자 조선일보는 <새 정부부터 공영방송 장악 시도 그만두라> 사설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하고 참담하게 무너진 부분이 공영방송'이라고 했다. 또 '지난 정권에서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많은 부작용들이 있었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공영방송이 참담하게 무너지고 정권이 방송을 장악해 수많은 부작용을 일으켰던 시초가 노무현 정부"라고 주장했다.

▲9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모든 정권이 공영방송을 제 입맛에 맞게 장악하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만이 아니다"며 "문재인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지금 민주당은 KBS 사장과 MBC 사장 및 이사장의 중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2008년 정권 교체 후 정연주 전 사장이 임기 도중 해임되자 민주당은 '언론 자유에 조종이 울렸다'고 비난했다. 여당이 되더니 지금은 똑같이 공영방송 사장을 중도 퇴진시키려 한다.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임명도 방송 장악 시도의 일환일 것"이라면서 "정권을 잡고 제일 먼저 한 인사 중의 하나가 방통위원 교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새 정부부터 방송 장악 시도를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견 조선일보의 주장은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리는 있다. 그러나 정권의 의지가 아닌 제도적으로 정치권력의 공영방송 장악을 멈추려는 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표적인 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순탄치 않다. 언론계와 학계, 시민사회의 뜻을 모아 지난해 6월 발의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언론장악방지법'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또한 조선일보는 방통위원 교체를 방송 장악의 일환이라고 매도했다. 사설만 본 독자들은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살피면 상황은 달라진다. 방통위원 교체의 경우 충분한 명분이 있는 일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으로 이동한 김용수 전 방통위원의 경우, 황교안 전 총리가 대통령 몫을 행사해 임명했다. 당시 상황이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대통령 권한을 대리행사했다고 하더라도, 장·차관급 인사까지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는 게 당시 법조계의 중론이었다. 애초에 임명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는 얘기다. 조선일보는 전후의 정황은 숨긴 채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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