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가 8월 7일 기준 관객수 61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논란도 그만큼 뜨겁다. 흥행과 논란이 동행하는 요즘 드문 경우라 할 수 있다. 논란은 영화 자체에도, 영화 밖에서도 생겨났다. 일단 영화 바깥의 논란은 차치하고 영화 속 논란부터 이야기해보자. <군함도> 영화 자체에 대한 논란을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글이 있다.

"CJ는 '군함도' 내리고 차라리 '배달의 무도 하시마섬' 극장편을 올려라"

트위터에서 2만 번가량 리트윗되고, 7천이 넘는 '좋아요'를 받은 글이다. 왜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 감독과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군함도>를 보고 나온 사람들은 대체로 지옥섬이라는 일본의 강제징용 역사가 아니라 그냥 어떤 섬에서의 탈출에 대한 감상을 말한다. 왜 이 영화 제목이 하시마도, 지옥섬도 아닌 <군함도>인지를 어렴풋이 수긍하게 된다. 역사의 상처를 다룬 영화에서 '역사'를 보지 못했다면 심각한 것이다.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MBC

그리고 문제의 양비론 문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 물론 소위 부역자들이 더 나쁜 놈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미시적 사실을 통해 일제강점역사를 포괄하는 것은 위험한 접근이다. 부역자, 친일파는 전범 일본과 마찬가지로 처벌해야 할 대상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들의 잘못은 일제강점에 의한 부차적 산물로 구분해야 한다. 이 차이를 무시하면 양비론이 생기는 것이며, 식민사관에 휘말릴 수 있다.

예를 들자. 배우 이정현이 "일본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어요"라고 했다. 그렇다면 누군가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에 대해서 "신군부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어요"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반응은 지금보다 더 거셀 것이다. 송강호는 <택시운전사>를 끝내고 "광주시민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하시마섬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 사실 여부를 떠나 영화 속 사건을 만들고 묘사하는 것은 창작자의 자유의지에 달려있다. 그러나 역사의 본질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군함도는 아직 진행 중인 역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피해자가 아직 생존해 있고, 희생자들을 찾지도 못했다. 일본은 전혀 반성하는 기미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감독은 이 영화의 배경과 역사를 놓치고 영화 자체에 몰입한 것 같다는 추측을 갖게 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것이 감독으로서의 본분이기도 하고, 동시에 한계일 것이다. 낡은 표현이지만 역사를 잃고 영화를 얻었다.

영화 <군함도> 스틸 이미지 ⒸCJ엔터테인먼트

류승완 감독은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입장을 글로 전했다. 그의 글 속에는 역사를 모른다는 비판에 아파하는 심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몰랐겠지만 논란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는 대목도 있었다. 아니 스스로 논란의 이유를 조목조목 밝힌 것 같아 보였다.

"저는 제가 취재한 사실을 기반으로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의 참상과 일제의 만행, 그리고 일제에 기생했던 친일파들의 반인륜적인 행위를 다루고자 했습니다. 더불어 영화를 통해서라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맺힌 한을 '대탈출'이라는 컨셉으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류 감독이 하시마섬의 역사에 분노했다는 사실은 틀림없어 보인다. 다만 분노의 대상을 혼돈한 우를 범했고, 둘째 '대탈출'이라는 블록버스터 지향의 아이디어로 인해 역사보다 영화에 더 몰두하게 된 것 같다. 영화감독으로서는 당연한 충실함이었지만 이 영화에 대한 모든 기대를 수용하기에는 지나친 몰두였다. 블록버스터에 강제징용의 본질이 잠식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늦은 설명이지만,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에서도 대단히 각광 받는 관광지가 됐다. 사전 예약이 필수일 정도라고 한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우리에게 아픔이고, 분노인 그곳이 일본인들에게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란다. 이 모순이 존재하는 한 하시마는 영화의 논리가 먼저일 수 없는 것 아니었을까? 아무리 상업영화일지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억울하다는 말은 말자.

지난 2월 민족문제연구소의 스토리펀딩이 있었다. 2천만 원이 목표였으나 그 절반 정도만 모아졌다. 그 펀딩의 제목은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었고, 민족문제연구소가 추진하는 식민지역사박물관 중에 강제동원관을 설치하는 비용으로 사용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미 종료된 펀딩이지만 혹시라도 관심을 갖는 분이 있다면 이 책과 더 나아가 민족문제연구소에 노크를 해보기 바라는 마음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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