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등급을 매길 수 있는 소고기가 아닙니다” (권혁용 MBC 영상기자회장)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8일 ‘노조파괴 블랙리스트’ 폭로 기자회견을 갖고 김장겸(MBC사장)·박용찬(MBC논설실장) 등을 이르면 내일(9일) 고발조치한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당시 인사조치가 블랙리스트 내용과 일치해 보도국장이었던 김장겸, 취재센터장이었던 박용찬이 블랙리스트를 보고 받고 그에 따른 지시를 내렸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8일 오전 상암MBC 본사에서 열린 '노조파괴 블랙리스트'폭로 기자회견에서 권혁용 MBC영상기자회장이 블랙리스트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미디어스)

언론노조 MBC본부를 담당하는 신인수 변호사는 “2012년 파업직후 아나운서, 기자, PD 등에 대한 부당전보발령이 이뤄지면서 모두가 있을 것으로 짐작한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헌법 33조, 노동조합법 81조가 보장하는 노동권을 위반하는 범죄이며 형법 314조 업무방해죄에도 해당한다”고 밝혔다. 헌법33조는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조합활동을 할 수 있는 단결권과 단체 행동권을 보장하며 노동조합법 81조는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블랙리스트 당사자 중 'X등급(최저등급)'에 분류된 카메라기자들이 참석해 증언을 이어갔다. 22년차 카메라기자인 나준영 기자는 2012년 파업 참여 직후 대기발령, 신천발령(신천교육대), 인천·성남·잠실지구 근무 등 부당전보발령을 감수해야 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제 삶을 돌아봤을 때 뭔가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왔다”며 “제가 겪는 고통의 원인이 어디에서 오는지 오늘 확인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MBC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 노동자의 자유 모두를 위반하면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함께 참석한 양동암 기자는 “170일 파업 후 한 달 만에 영상부문 해체가 이뤄졌다”며 “사측은 업무 효율성, 전진 배치를 얘기하며 부서를 해체하고 기자들을 뿔뿔히 배치했다”고 증언했다. 양 기자 역시 파업 참여 직후 정직 3개월, 교육 6개월, 스포츠국 발령 등 보도국 격리 대상으로 분류돼 부당전보발령을 겪어야만 했다.

권혁용 MBC영상기자회장은 “2012년 파업은 법원의 판결에 의해 여러 차례 합법을 인정받았지만 MBC는 그 결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며 "이는 능력에 따른 구분이 아닌 정치 탄압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MBC영상기자회는 명칭을 'MBC영상기자 블랙리스트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언론탄압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보도부문 총회를 요구했다.

MBC영상기자회는 ‘MBC 영상기자 블랙리스트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보도부문 총회를 요구했다. 권혁용 회장은 “총회에서 제작거부를 포함한 모든 대응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