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모든 야당의 지지를 다 모아도 민주당의 지지율에 훨씬 미달한다. 한 여론조사에서 당장 지자체장 선거를 치른다고 가정했을 때의 결과 역시 전국 싹쓸이를 예상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꼭 민주당에게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정당발전위원회(혁신위)를 출범하기로 했다. 위원장으로는 내정됐던 최재성 전 의원이 맡는다. 또한 박범계 의원이 중심이 될 적폐청산위원회도 함께 구성된다. 당초 8월 중후반으로 예정됐으나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그러나 혁신은 여전히 어렵다. 패배한 정당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용하겠지만 승리한 정당에서의 혁신은 명분 쌓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기 혹은 거품이 민주당의 혁신을 복잡한 정치공학의 함정에 빠트릴 가능성도 예상해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7일 오전 여름 휴가를 다녀온 뒤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듭된 부인에도 추미애 대표와 최재성 전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설을 흘리는 것은 혁신위와 추대표 등의 힘을 빼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추미애 대표의 경우 티비예능에 나와 공식적으로 출마를 부인했고, 최재성 전 의원의 경우도 문재인 정부의 논공행상에서 스스로 발을 뺐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지방선거를 대비해 ‘선수가 룰을 정하는 반칙’을 하려고 한다는 의심이 전해지고 있다. 추 대표와 최 전 의원이 이에 대해 다시 입장을 밝힐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의심이 사라질 것도 아니다.

만약 민주당 내에 혁신위 반대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한두 사람의 공천권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꾸로 추미애 대표의 혁신위가 고작 자신의 지방선거 공천을 쉽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추미애 대표와 최재성 위원장을 자꾸 건드리는 것은 도덕성이라는 부분이 혁신과 가장 민감하게 마찰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 혁신위를 흔들려 한다면 그것은 기존의 정당 기득권을 전부 당원들에게 내줘야 한다는 위기감에 기인한다.

그것은 역시나 민주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거품에 사로잡힌 망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민주당 혁신위는 이런 거품과의 전쟁을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 공천이 당선인 시대는 지났고 민심은 변화하기 마련이다. 지금의 민주당 지지율이 내년 6월에도 같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혁신위를 구상한 추미애 대표의 최초 구상과 최재성 정당발전위원장의 정당론은 어휘의 차이는 존재해도 알맹이는 같은 것이었다. 백만 권리당원을 구성하고, 당원에 의해서 당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시민정당으로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권리당원 백만 달성과 권리당원의 권리 확보는 상보적이고, 동시적으로 작동되는 관계이다. 그러나 현재의 민주당은 거기까지는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다. 박완주 수석대변인이 정당발전위(혁신위)에 대해서 “기존의 당헌당규를 존중하고 최소한의 보완책을 만들자는 데 방점이 있는 것”이라고 한 것도 당내 복잡한 셈법을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연합뉴스

그렇지만 결국 당헌·당규 개정 여부에 혁신위의 성과의 크기가 결정된다. 현재로서는 아니라는 견해가 앞서고 있지만 추 대표의 구상과 최 전 의원의 이론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당헌·당규 개정은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 권리당원이 민주당의 미래라고 하지만 정작 권리당원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현재의 당헌·당규 개정을 외면한 혁신위는 추대표나 최 위원장의 머릿속에는 없을 것이다.

한편 현재로서는 전혀 계산에 없는 권리당원들의 움직임이 혁신위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권리당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권리당원들 역시 아직은 잠잠하지만 혁신위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요즘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다시 "권리당원이 되자" 캠페인이 벌어진다면 그 위력은 무시하지 못할 규모가 될 것이다. 그 힘은 대선을 통해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그들이 대선에 그랬던 것처럼 "애니도 하고픈 거 다해"를 외쳐줄지 무척 궁금한 일이다. 애니는 이니의 문법에 맞춘 추대표의 애칭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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