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원세훈 국정원이 여론조작을 위해 민간인 3500여명을 동원해 '사이버외곽팀'을 운영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까지 책임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아직까지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결국 입을 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장담이 제기됐다.

▲7일자 경향신문 칼럼.

7일자 경향신문은 <원세훈과 최순실, 그런데 이명박은?> 칼럼에서 국정원의 여론조작과 관련 "최순실이 박근혜를 위해, 혹은 대신해 국정 전반에 개입했다면, 원세훈은 국가안위를 최우선으로 살펴야 할 국정원을 이명박 보위기관으로 전락시켰다"면서 "영역이나 행동방식은 달랐지만, 국가의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둘의 행태는 국정농단이란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원세훈의 행태는 최순실 못지않게 위험천만한 것이었다"면서 "박근혜 뒤에서 사익을 취했던 최순실보다, MB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은 원세훈의 충성심은 더 맹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세훈은 2010년 지방선거와 재·보선 등 각종 선거 패배로 국정동력을 잃고 휘청거렸던 MB가 안쓰러웠을 것"이라면서 "당시 흐름대로라면 2012년 대선 결과도 낙관할 수 없고, 패한다면 퇴임 후를 보장하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그래서 원세훈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을 통해 30개의 민간인 댓글부대를 조직·운영하는 등 여론 조작에 나섰다. 약 3500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관여했고, 세금만 30억 원을 퍼부었다"면서 "권력기관이 사유화·형해화되고, 대선결과에 대한 정통성을 훼손하는 일이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그렇다면 MB는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은 "원세훈의 독단일 리 없으며, MB가 국정원 행태를 적어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행간이 깔려 있는 증언"을 소개했다. "구여권에선 '이명박의 남자'라는 원세훈의 상징성에 주목한다"며 "국정원 사정을 잘 아는 구여권 인사는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은 문건들에 대해서도, 나중에 이 전 대통령 코멘트가 들려왔다. 원 전 원장이 이 전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해 따로 보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그런데도 MB와 그 주변은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도 없다"면서 "이명박 정권을 계승한 자유한국당도 대변인 명의를 빌려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논평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하지만 MB측 대응은 종국적으로 1%의 공감도 끌어내기 힘들 것"이라면서 "국정원 적폐청산 TF를 통해 속속 불거지는 원세훈 국정원의 비위행위를 정치보복이라는 레토릭으로 덮는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경향신문은 "침묵하는 MB의 속마음과 대응방향이 궁금해진다"면서 "그는 어차피 입을 열 수밖에 없다. 여러 상황들이 MB를 그쪽으로 내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명박의 소회와 반응 따위는 아닐 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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