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딘이 후반 들어 매력적인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전반기 후반 체력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할 정도로 흔들렸던 팻딘. 조기 강판과 대량 실점으로 이어진 투구 내용은 일부에서 교체론까지 나오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팻딘은 기본적으로 잘 던지는 투수였다. 보다 공격적인 투구를 하며 팻딘은 초기 모습을 되찾았다.

버나디나와 나지완의 홈런, 팻딘의 시즌 6승을 만들어주었다

전날 기아의 외국인 에이스 헥터가 시즌 첫 패를 했다. 초반부터 무너지며 반격 가능성도 찾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진 기아에겐 위기로 다가올 수도 있었다. 에이스가 패하면 연패에 빠지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팻딘은 이런 연패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팻딘은 최근 3경기에서 21과 1/3이닝을 던지며 단 2실점을 하는 짠물 피칭을 했다. 그럼에도 그에게 돌아온 것은 1승이 전부다. 짠물 투구를 해도 기아 타선은 이상하게 팻딘 등판 경기에서는 터지지 않았다.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결과는 최선이 무승부다.

KIA 타이거즈 선발 팻딘 Ⓒ연합뉴스

타선의 도움 없이 승수를 올릴 수는 없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헥터는 올 시즌 타선의 도움을 완벽하게 받아왔다. 헥터만 나서면 댜량 득점을 하는 상황에서 패배가 더 어렵게 다가오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 호투로 시즌 6승을 올린 팻딘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듯하다. 최소한 타선이 승리 요건만 갖춰주는 도움만 주었다면 이미 두 자리 승수를 넘어섰을 테니 말이다.

팻딘이 벤치에서 선수들과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구보다 팀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한 선수가 팻딘이니 말이다. 국내로 들어오기 전부터 한글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고 선수들과도 허물없이 지내는 팻딘에게 선수들과의 문제는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다만 운이 안 좋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좀처럼 터지지 않던 타격이 간만에 팻딘을 위해 터졌다. 전날 3-7로 패한 기아는 한화와의 토요일 경기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손쉬운 승리를 가져갔다. 기아 1회는 아쉬웠다. 1회부터 빅이닝을 만들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만들었지만 5번 타자인 안치홍이 이번 경기 최악의 공격력을 보이며 맥을 끊고 말았다.

1사 후 김주찬과 버나디나의 안타로 기회를 만든 기아는 최형우가 사구로 만루를 만들었다. 안타 하나면 최소 2득점이 가능한 상황에서 안치홍은 3루 땅볼로 1득점을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이어 나지완도 4구로 다시 만루를 만들었지만 만루의 사나이 이범호가 1루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며 아쉽게 1회를 마무리해야 했다.

KIA 타이거즈 버나디나 Ⓒ연합뉴스

한화는 1회 선두 타자인 이용규의 안타 하나로 득점을 만들었다. 단타로 나간 후 도루에 성공한 이용규는 2루 땅볼에 3루로 3루 땅볼에 홈까지 들어오면 1-1 동점을 만들었다. 빠른 발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잘 드러난 장면이기도 했다. 1회 초 대량 득점 기회를 허무하게 날린 기아. 곧바로 동점을 만든 한화. 전날 경기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팻딘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조건이 만들어졌다.

헥터가 잘 준비된 한화 타선에 의해 초반부터 난타를 당하며 무너진 것과 달리, 팻딘은 달랐다. 1회 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위기 상황도 만들지 않은 채 마운드를 지켰다. 팻딘에게 한화 타선은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팻딘이 완벽하게 마운드를 지키자 기아 타자들이 나섰다. 3회 선두타자로 나선 버나디나가 솔로 홈런을 치며 역전에 성공했다. 전날 홈런을 치며 기아 외국인 선수 최초로 20-20을 기록한 버나디나의 폭발적인 힘은 이번 경기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문제는 다시 안치홍이었다. 최형우의 안타로 기회를 만들었지만 안치홍의 허무한 병살은 흐름을 막았다. 2-1로 팽팽한 경기를 이어가던 기아는 5회 흐름을 완벽하게 뒤집는 상황을 만들었다. 선두타자인 김주찬이 볼넷으로 얻어나갔지만 중심 타선인 3, 4번이 돌파구를 못 찾는 상황에서 안치홍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2사 1, 2루 상황에서 나지완은 이번 경기를 결정짓는 한 방을 터트렸다.

KIA 타이거즈 나지완 Ⓒ연합뉴스

후반기 들어 터지지 않던 한 방이 가장 중요한 순간 나왔다. 나지완의 시원한 3점 홈런 한 방으로 상황은 5-1이 되었다. 2-1 상황과 전혀 다른 5-1은 마운드가 완벽하게 무너지지 않는 한 역전이 어려워지는 점수 차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지완의 한 방은 중요했다.

팻딘은 7과 1/3이닝 동안 101개의 투구수로 8피안타, 4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을 하며 6승을 올렸다. 이번 경기에서 팻딘은 무사사구 피칭에서 알 수 있듯 효과적인 투구로 상대를 압도했다. 탈삼진은 많지 않았지만 맞춰 잡는 팻딘의 투구는 모범적이다. 투구수를 줄이며 효과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교과서적인 투구였으니 말이다.

최원준은 타석에서 제 역할을 하지는 못했지만 수비에서 투수에게 힘을 주는 호수비를 만들기도 했다. 양현종 등판 경기에서 연이은 실책으로 꾸중을 듣던 최원준의 모습이 아니었다. 김민식이 기아의 주전 포수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한 시즌을 홀로 안방을 지킬 수는 없다.

한승택의 성장이 빠르게 이어져야 하는데 올 시즌 그의 모습은 아쉽다. 이번 경기에서도 2루 송구 능력에 여전히 의문점이 많다는 사실을 드러냈고, 타선에서도 좀처럼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답답하게 다가온다. 수비는 떨어져도 타격은 좋다는 한승택이니 말이다.

모든 것은 과정이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한승택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많은 지친 선수들이 많았다. 그 상황에서도 팻딘의 효과적이면서도 매력적인 호투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더위 속 청량제 같았다. 일요일 선발로 나서는 임기영이 후반기 부진을 씻어내는 투구를 보여준다면 기아의 우승 전선은 보다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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