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부터 국가정보원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여론조작팀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의 관련자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의 칼날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겨냥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3일 국정원 적폐청산TF는 국정원 댓글 여론조작 사건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이 지난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민간인으로 '사이버외곽팀' 30개를 구성해 운영해 온 것을 확인됐다.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적폐청산TF 조사 결과 국정원 심리전단은 2009년 5월 다음 '아고라' 대응 외곽팀 9개를 구성했고, 2011년 1월에는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로 알파팀 등 여론조작팀을 확대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국정원 심리전단에서 이를 관리했으며, 인건비로만 한 달에 2억5000만 원에서 3억 원을 지급했다. 이들의 인건비는 국정원 특수활동비에서 처리된 것으로 보인다.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특수활동비 사용을 승인하면 심리전단에서 외부 조력자에게 돈을 지급하고, 이들은 30개 여론조작팀의 민간팀장에게 수당을 지급했다. 지급된 수당은 민간인 '댓글 알바'들에게 다시 수당 형식으로 돌아갔다. 쉽게 말해 '여론조작 하청 조직' 형태다. 국가 안보와 정보전에 사용돼야 할 국정원 예산이 엉뚱한 데로 새고 있었던 셈이다.

또한 국정원이 특수활동비로 이명박 정부의 주요 지지층 등을 파악하는 여론조사까지 진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정원은 2011년 2월 여론조사 업체를 동원해 2040세대의 현 정부 불만 요인 등에 대해 자체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당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피고로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서 원 전 원장은 1심에서 국정원법 위반으로 집행유예, 2심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실이 인정돼 징역 3년이 선고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7월 대법원이 2심 결정을 파기했고, 현재 서울 고검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조직적인 여론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의 조직적인 여론조작 활동이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직까지 특별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현실화될 경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접 수사를 지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지검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팀장을 맡았다가 검찰 수뇌부와의 마찰로 좌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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