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게임업계의 장시간 노동, 일명 ‘크런치모드’에 의한 과로사가 업무상 질병(산재)으로 처음 인정됐다. ‘크런치모드’는 소프트웨어 개발 마감 시한을 맞추기 위해 수면, 영양 섭취, 위생, 기타 사회활동 등을 포기하고 연장 근무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11월 넷마블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사망한 A씨의 급여 청구를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로 받아들여 승인한 사실이 공개됐다. 게임개발자의 일상적인 장시간 노동, 특히 빌드시기(게임 테스트 기간)에 이루어지는 초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가 처음으로 산재로 인정된 것이다.

(사진=gettyimagesbank)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는 “고인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으며 연령, 업무내용, 작업환경, 근무관련자료 등 관련자료 일체를 종합 검토한 결과,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을 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발병 4주 전 1주간 평균 78시간, 7주전 평균 89시간 등 발병 12주 전부터 불규칙한 야간근무 및 초과근무가 지속되어 고인의 업무와 사망과의 상당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인 최민(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씨는 “고인은 2013년부터 넷마블에서 일하면서 사망 직전 3개월과 유사한 형태의 과로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넷마블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뿐 아니라 넷마블에서 근무하다 이직·퇴직한 노동자들도 건강 문제를 경험했거나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넷마블은 일상화된 야근과 주말 근무 때문에 사원들이 격무에 시달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구로 사옥의 불이 꺼질 새가 없다고 해서 ‘구로의 등대’란 별칭도 붙었다.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례를 알린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를 향해 '크런치 모드'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죽음까지 불러 온 과로에 대한 철저 조사를 위해 1년 수시감독으로는 부족하며 3년 특별근로감독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넷마블과 계열사 12곳에 대한 근로감독을 진행했다. 그러나 감독 대상이 1년이었고 과로사 등 산업안전보건 분야에 대한 감독은 이뤄지지 못했다.

한편, 넷마블은 지난 2월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발표하며 직원의 야근과 주말 근무를 금지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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