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MBC<PD수첩> 소속 PD 10명으로 시작된 ‘제작중단’이 시사제작국 전체로 번졌다. 경영진의 지속적인 제작 자율성 침해로 인해 제대로 된 방송을 낼 수 없었다는 판단에서다. 기자·PD가 결합해 동시에 제작중단에 들어간 건 MBC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제작중단’ 사태가 기자·PD뿐만 아니라 아나운서 엔지니어 등 MBC 모든 구성원들로 번질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됐다.

MBC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PD들이 오늘(3일) 오전 9시부로 ‘제작중단’에 돌입했다. 기자·PD들은 이날 오전 서울 상암 MBC 앞에서 ‘제작중단’에 돌입한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개최,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겪어왔던 제작 자율성 침해와 부조리한 사측의 행태를 고발했다.

MBC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PD들은 3일 오전 서울 상암 MBC 앞에서 ‘제작중단’에 돌입한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달 21일 <PD수첩> PD 10명이 제작중단을 선언하자 사측은 25일 이영백 <PD수첩> 소속 PD를 대기발령 냈다. 같은날 저녁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PD들은 총회를 열고 <PD수첩> PD들이 제작중단에 들어가게 된 배경과 향후 대처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했다. 이후 <시사매거진 2580> 기자들은 3차례 팀 회의를 거쳐 지난 1일 열론 시사제작국 총회에서 <PD수첩> PD들과 함께 ‘제작중단’에 동참하기로 결의했다. 이밖에도 시사제작국 소속 <생방송 오늘아침>, <생방송 오늘저녁>, <경제매거진 M> 기자·PD들 상당수도 함께 동참하기로 했다.

생활정보 밀착형 프로그램 <생방송 오늘아침·저녁>은 다른 시사 프로그램과 성격이 다르지만 ‘제작중단’에 3명의 PD가 동참했다. 이들은 시사교양 PD로 동료들이 겪어왔던 상황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생방송 오늘저녁> 김동희 PD는 “지난 9년 간 많은 선후배들이 제작현장을 떠났다. 다큐멘터리 부에서 다큐를 제작하고 있었는데 민감한 아이템을 불합리한 이유로 거부하는 간부들 때문에 자포자기 하기도 했다. 제작부서에서 쫓겨난 선배들은 방송이 나갈 때마다 애정을 갖고 코멘트를 해주셨다. 그게 가슴이 아팠다”며 “저희가 이렇게 함께 제작중단에 나선 이유는 그동안 눈감고 자포자기 해버린 자신에 대한 반성이고, 이대로 계속 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사매거진 2580> 노경진 기자(15년차)는 “2012년 170일 파업 이전 10년 동안은 열심히 일만하면 됐지만 이후 5년은 시사제작국 수뇌부의 편향된 시각을 피해 어떻게 하면 아이템이 나갈 수 있을까 고민해야만 했다”며 “아이템은 사전 검열됐고, 발제는 잘렸다. 아이템이 살아남더라도 방송 직전까지 인터뷰 발언 한 마디 한 마디를 사상 검열하고 수정 지시했다”고 고발했다. 노 기자는 “더 이상은 이런 무력감과 부조리함을 견딜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을 해봤자 시청자들에게 해악을 끼칠 뿐”이라며 “국민들에게 MBC 상황을 알려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왕종명 MBC기자협회장은 “MBC에는 오랜 싸움의 역사가 있지만 기자·PD가 한 조직 내에 결합해 제작중단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라며 “MBC의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왕 회장은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은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정통저널리즘 프로그램”이라며 “거기 몸 담고 있는 기자·PD들이 제작중단을 선언한 것은 ‘김장겸 체제’ 내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사망을 선고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일준 PD협회장은 “<PD수첩> PD들에 이어 기자들까지 제작중단을 선언한 이유는 자신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흉기’가 돼선 안 된다는 마음 때문”이라며 “MBC경영진들이 시청자·국민들에게 총구를 향하는 것을 기자·PD들이 총알받이가 돼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불의한 체제를 끝장내겠다는 결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MBC의 기자·PD가 일어섰다. 이제 아나운서들와 엔지니어들이 일어 설 것이고, MBC 모든 구성원들이 똑같이 일어설 날이 머지않았다”며 “이 부역 체제는 조만간 끝을 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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