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MBC 시사제작국 기자·PD들이 3일부로 ‘제작중단’에 돌입한다. 지난달 21일 ‘제작중단’을 시작한 <PD수첩> 제작진의 뜻에 시사제작국 대부분의 기자·PD들이 함께 하겠다고 결의한 것이다. 기자·PD가 제작중단에 동시에 들어가는 건 MBC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MBC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PD 31명은 3일 오전 11시 서울 상암 MBC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작중단에 이르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기자·PD들은 2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성명에서 “지난 5년, 사적 이익을 위해 MBC의 시사 보도 부문을 난도질한 언론 부역자들을 단죄하는 첫 걸음을 시사제작국 기자와 PD들이 오늘 내딛는다”며 “우리는 MBC가 공정방송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제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MBC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PD 31명은 3일부로 '제작중단'에 돌입한다. 지난달 21일 앞서 제작중단을 시작한 에 이어 <시사매거진 2580>, <생방송 오늘아침>, <생방송 오늘 저녁>, <경제매거진M> 소속 기자·PD들 대부분이 동참했다.

기자·PD들은 이어 “MBC 프로그램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온 조창호 시사제작국장과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그리고 김장겸 사장의 검열은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뿐만 아니라 <생방송 오늘아침>, <생방송 오늘저녁>, <경제매거진 M>에도 만연했다”며 “직종과 담당 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시사제작국에서 자행된 검열과 학대를 떨쳐내기 위해 우리는 손을 맞잡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장겸 사장, 김도인 본부장, 조창호 국장 사퇴 ▲<PD수첩> 이영백 PD 대기발령 철회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이날 성명에 따르면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에서 세월호, 4대강, 국정원 등이 금기어였다. <생방송 오늘아침>도 세월호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특집 방송을 준비하던 PD들은 ‘세월호 유가족 우는 장면을 빼라’는 지시를 받았다.

<생방송 오늘 저녁>의 4대강 관련 방송도 검열됐다. 조창호 국장은 4대강 녹조로 인해 고통 받는 농민들을 취재하려던 기획을 직접 챙기며 ‘4대강이라는 말 자체를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 제작진에게는 ‘현지 농민을 인터뷰할 때 4대강이라는 말을 넣어 질문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4대강’이라는 단어는 대본에서도 쓰지 못하게 했고, ‘전체적으로 녹조는 문제지만 살기 좋다는 분위기로 갈 것’ 등을 집요하게 지시했다. <경제매거진 M>에서는 소비자고발 코너 ‘Y리포트’를 제작하던 PD를 강제발령 낸 뒤 해당 코너를 아예 없애버렸다.

기자·PD들은 “저항하는 기자와 PD는 쫓겨나거나, 남아서 최악의 방송을 막기 위해 고통 받았다”며 “언론사가 반드시 지켜야할 공정성이라는 가치는 사치가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기자·PD들은 ‘제작중단‘과 아울러 3일 아침·점심·저녁 MBC사옥 앞에서 <PD수첩> PD들과 함께 피케팅 시위에 돌입한다.

한편, 시사제작국 소속 대부분의 기자·PD들이 ‘제작중단’에 돌입했지만 프로그램은 결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시사매거진 2580> 소속 기자 11명중 8명 참여했지만 3명이 이번 주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100분토론>, <경제매거진M>, <생방송 오늘아침>, <생방송 오늘저녁> 등은 외주나 비정규직 인력 운용으로 방송에 당장 차질은 없을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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