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4기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며 ‘방송 정상화’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1일 열린 취임식에서 “우리 방송의 비정상을 언제까지나 방치할 수만은 없다. 이제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 취임사(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17.8.1 utzza@yna.co.kr

언론계 안팎에서는 방송사 중 공영방송의 정상화, 특히 MBC의 정상화가 언론개혁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지난 9년간 정권이 내리꽂은 낙하산 이사장·경영진들이 공영방송의 보도·시사 부문에서 공공성·독립성을 파괴했고, 이로 인해 정권 편향적인 방송으로 추락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MBC경영진은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파업에 참여한 기자·PD·아나운서 등 100여명이 넘는 언론인들을 제작현장에서 쫓아냈다.

문제는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책무가 있는 MBC의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왔다는 점이다. 이는 다수의 구 여권 추천 이사진(6인, 다수 이사진)이 구 야권(3인, 소수 이사진)의 반대에도 대부분의 안건을 표결로 의결 또는 부결할 수 있었던 탓이다. 이밖에도 지난 2016년 8월 방문진 10기 이사회가 출범한 지 2년, 구 여권 추천 이사진들의 문제적 태도·행동·발언들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4기 방통위가 주목해야할 10기 방문진의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사진=연합뉴스)

이사회 기록 은폐

방문진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근거해 설립된 비영리공익법인이다. 방송관계법에 따르면 ‘공영방송 이사회’ 회의는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영방송·이사회에 대한 시청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이사회의 투명한 운영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방문진 이사회는 발언자 이름을 뺀 사실상 ‘복면 회의록’만 작성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소수 이사진이 서너차례 ‘속기록 작성’ 안건을 제출했지만 다수 이사진의 반대로 무산돼 왔다. 한 소수 이사는 “이사회에서 다수가 말도 안 되는 궤변을 일삼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약식 회의록 작성 땐 사무처장과 이사장이 자기들의 억지성 발언은 알아서 빼는 게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지적했다.

편파적 이사회 운영

‘속기록 작성’ 안건 무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다수 이사진은 자신들에게 유·불리를 따져 표결로 안건을 부결 처리하거나 의결 강행해왔다. 방문진 소수 이사진은 안광한 전 사장과 이진숙 대전MBC 사장이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동행명령에 불응키로 한 것에 대해 지적하려 했지만 다수 이사진은 “방문진 판단 사안이 아니다”라고 대응하며 이를 가로막았다. 또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이유없이 해고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백종문 녹취록’과 관련해서도 소수 이사진은 진상규명 및 향후 조치 안건을 제출했으나 다수 이사진은 ‘사적인 자리에서 객쩍은 소리를 한 것’이라며 안건을 묵살시켰다.

각종 사업광고비 극우매체에 편파 지원

지난해 ‘방문진 사업홍보 매체 선정 현황’에 따르면 2016년 방문진은 자체 사업 공모홍보 지출비 3520만원 중 2200만원(62.5%)을 미디어워치·뉴데일리·조갑제닷컴·폴리뷰·문화일보 등에 집행했다. 방송 관련 학술연구·사회공헌사업 방송진흥사업과 해외방송연구지원 홍보비의 경우에도 공모홍보비 2090만원 중 1430만원(68.4%)을 보수·극우매체에 몰아줬다. 방문진은 올 2월에도 해당 사업 광고 홍보 매체로 미디어워치·미디어펜·뉴데일리 등 극우 매체를 포함시켰다. 고 이사장은 소수 이사진이 광고비 편향적 집행을 지적하자 “(세 곳은)공정한 매체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보도참사 주역’ 김장겸 사장 선임

방문진는 지난 2월 24일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당시 언론시민단체들은 방문진의 김 사장 선임에 “MBC를 극소수 극우세력의 보루로 ‘알박기’ 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김 사장은 1987년 MBC에 입사해, 김재철 전 사장 시절 정치부장을 맡는 등 보도국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3년에는 보도국장으로, 2015년에는 보도본부장으로 승진했다. 보도국장이었던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는 편집회의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 “깡패”라고 말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고, 지난해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는 관련 사안들을 줄곧 외면 해온 인물이다. 방문진이 김 사장을 임명한 이후 노사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최근 MBC 내부 구성원들에게 실시한 김 사장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퇴진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서 전체 응답자의 95.4%가 김 사장의 사퇴를, 95.9%가 고 이사장의 사퇴에 찬성했다.

현재 MBC 내부에서는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진에 대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연국 MBC본부장은 1일 오전 CP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방통위원장은 MBC의 사장을 뽑는 방문진 이사진의 임명권을 갖고 있다”며 MBC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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