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고대영 사장의 국장급 인사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KBS를 망친 인물들이라고 혹평했다. 또한 KBS 내에서 고 사장이 용퇴를 결정하지 않으면 ‘보직 거부·사퇴하겠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1일 성명을 내고 고 사장의 국장급 인사에 대해 “참사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KBS를 망치며 부역을 일삼아온 사람들을 이리 잘도 모아놓았을까 싶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해 ‘최순실’ 취재를 가로막은 정지환 통합뉴스룸 국장을 대전총국장에 발령낸 것을 두고 “정 국장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대전·충남 지역의 KBS 방송을 총괄하는 수장으로 앉혀 이른바 ‘금의환향’을 시킨건 ‘촛불 국민’이 이뤄낸 새로운 시대에 고 사장이 반기를 들며 불복하고 있음을 입증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대영 KBS 사장(사진=KBS, 미디어스)

언론노조 KBS본부는 2011년 ‘KBS의 민주당 도청의혹’ 시건의 핵심 관계자인 이강덕 당시 정치부장을 대외협력실장으로 앉힌 것에 대해 “대외협력 업무의 상당 부분이 정부·여당을 상대로 하는 것인데 그 책임자로 이강덕 씨를 앉힌 것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우롱하고 약올리겠다는 심산인가”라고 꼬집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박승규 스포츠국장을 유임한 것에 대해서는 “이른바 ‘스포츠 문외한’ 비판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맡기겠다는 것”이라며 “더구나 박 국장은 얼마 전 사장 퇴진에 서명한 보직 팀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직위 해제를 추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망신을 살만큼 조직 장악에도 실패한 자”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최근 30기(14년차) 이상 기자 118명의 ‘고대영 체제 보직 거부’ 선언을 언급하며 “사내 곳곳에서 고대영이 임명하는 어떠한 자리에도 ‘응하지 않겠다! 보직을 거부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곧 고대영 체제의 종말을 알리는 5천 KBS인의 함성과 분노가 행동으로 솟구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날 KBS 팀장급 PD 76명은 기명 성명을 내고 “고 사장의 인사는 공영방송의 임무와 사명에 대한 고려는커녕 KBS 존속을 위한 최소한의 책무조차도 고대영 개인의 욕심을 위해 포기할 수 있다는 독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KBS구성원들에게 더 이상 부끄러움을 남기지 말고 용퇴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PD들은 “이번 성명이 고대영 사장에게 갖추는 마지막 예의가 될 것”이라며 “만약 우리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보직간부 일동은 양심과 자존심을 지키고 공영방송에 대한 마지막 한 올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보직사퇴와 불복종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 사장은 지난 27일 조인석 제작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임명했고, 28일에는 홍기섭 미래사업본부장을 보도본부장에 임명하는 등 5명의 본부장 인사를 단행했다. 또한 31일에는 실·국장급 등 37명의 인사(8월1일, 4일자)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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