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살길은 혁신 뿐"이라면서 '혁신안'을 내놨다. 그런데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자유한국당 혁신안에는 제1청산대상으로 손꼽히는 '박근혜' 이름 세 글자와 '친박'이란 단어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지난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친박 의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법원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31일 자유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혁신안을 발표했다. 홍 사무총장은 "자유한국당의 살 길은 혁신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스스로 혁신하겠다"면서 "부패정치를 청산하고, 야당다운 야당으로 정화하겠다. 뼈를 깎는 혁신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지난 대선 우리가 잘못해서 패배했다"면서 "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선 우리부터 내부적으로 혁신을 시작하겠다. 강도 높은 혁신을 조직과 정책, 그리고 인사, 행동으로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유한국당이 제시한 혁신안은 ▲당원협의회 조직 혁신 ▲정책위 혁신 ▲당 사무처 혁신 등 3가지를 골자로 한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당 혁신을 통해 구태정치를 버리고 야당다운 야당으로 개혁, 새로운 희망의 자유한국당으로 탄생해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초석을 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혁신안을 두고 혁신은커녕 '도로 새누리'란 비판이 제기된다. 바로 혁신안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과 친박 청산이라는 혁신의 핵심과제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자유한국당이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전 정권인 박근혜 정권의 부정부패와 실패 때문이다. 지난 겨울 박 전 대통령의 그릇된 사고로 인해 발생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많은 국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결국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 1호 당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을 위시해 권력의 핵심에 섰던 '친박'을 청산하지 않는 자유한국당의 혁신은 혁신이 아닌 것이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제대로된 혁신안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하는 대구·경북 지역의 지지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이 아직 재판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과 '선 긋기'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조차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 당시 "다 용서하자"면서 친박에 면죄부를 줬던 홍 대표는 대선이 끝난 이후에는 친박을 '바퀴벌레'라고 비난했다. 이후에도 홍 대표는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모양새다.

엄경영 데이터앤리서치 소장은 "자유한국당 혁신의 바로미터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 촛불 민심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면서 "그게 없는 혁신은 말만 혁신일뿐 혁신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엄 소장은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을 두고 너무 차별화를 크게 했다가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며 "이런 것들이 자유한국당이 길을 찾지 못하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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